BM의 B면 기록 #2 헤라x마크공 콜라보레이션
글
이윤지 헤라 BM팀
Editor's Note
상하이 기반의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마크공(Mark Gong)’과의 프로젝트에서 느낀 협업의 의미와 브랜드 고유의 레이어를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 낯선 시도가 어떻게 브랜드의 독보적인 서사가 되는지, 새로운 연결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1. “마크공이 누구예요?”

프로젝트 초반, 회의실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왜 지금, 이 낯선 이름이 우리 브랜드에 필요한가’라는 의문에 가까웠다. 사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와 함께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메이크업 브랜드로서 헤라가 가진 선도적인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하고, 타 브랜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S/S 시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즉 단순한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을 넘어서,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까지 함께 담아낼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싶었다.
글로벌 패션 시장의 라이징 브랜드들을 검토하던 중, 마크공의 'Gong Girl'과 컨템퍼러리 서울 뷰티 브랜드 헤라가 지향하는 'Seoulista'라는 페르소나가 맞닿아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태도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여성상, 그리고 과거의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철학은 헤라가 이야기하고 싶은 '우아한 반항아'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익숙함은 안정적이고, 실패 확률을 낮춰준다. 그러나 브랜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대개 익숙하지 않은 시도 속에서 만들어진다.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히 두 개의 로고를 나란히 얹는 작업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이 맞물리며 각자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기능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브랜드의 생동감과 깊이, 즉 ‘우리만의 서사’는 바로 이런 낯선 세계와 조우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2. 제품을 넘어 ‘하나의 장면(Scene)’으로 존재한다는 것

26 S/S 상하이 패션위크 현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가장 선명하게 체감했던 공간이다. 단지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넘어, 글로벌 패션과 문화의 흐름 속에서 헤라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경험하는 무대와 같았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의 풍경은 런웨이만큼 화려하지 않았다. 백스테이지는 분주함과 긴장감이 뒤섞인 채 쉼 없이 돌아가는 거친 공간이었다. 모델들의 리허설이 이어지고 헤어, 메이크업 팀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의견을 맞춰가야 했다.
무엇보다 쉽지 않았던 것은 서로 다른 관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었다. 헤라가 이번 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정체성은 분명했지만, 동시에 상대가 가진 독창성과 패션쇼 현장의 흐름 역시 존중해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낼지, 그리고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서 한 발 물러설지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조율을 필요로 했다. 브랜드의 의도를 밀도 있게 담아내면서도 파트너가 가진 고유한 미학을 해치지 않는 것, 서로의 강점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마침내 런웨이 위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그 모든 치열한 과정을 기꺼이 납득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제품은 단순히 피부 위에 올라가는 메이크업을 넘어,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패션과 만나 하나의 분위기를 완성했고, 컬렉션이 전달하고자 했던 자유롭고 관능적인 태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오직 헤라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서사가 되었다.
3. 어떤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

브랜드는 제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쌓이는 고유한 감각과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선택의 흔적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BM은 그 선택들을 어떤 방향으로 쌓아나갈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시간이 흘러도 대체되지 않는 브랜드들은 저마다 다층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와 태도, 즉 브랜드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레이어는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의 순간보다, 낯선 세계와 기꺼이 연결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던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고, 의외의 영역과 협업하며, 브랜드는 조금씩 더 입체적인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숫자는 매 시즌 새롭게 갱신되지만, 브랜드가 시간 속에서 쌓아온 선택의 궤적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길을 만든다.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는지, 어떤 장면에 함께했는지, 어떤 도전을 선택했는지는 궁극적으로 브랜드만의 자산이자 스토리를 이룬다. 우리가 끊임없이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연결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단지 순간의 유행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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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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