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맛의 특별함을 담아내다
박연숙 사장은 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피자와 UN에서 군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어 이름을 따 2018년 로리스 피자를 오픈했다. 이처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이곳은 한강대로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은신처로 자리 잡았다. 아모레퍼시픽과는 지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어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또 너무 화창해 거리가 사람으로 붐비는 때, 그러니까 언제라도 조용하고 평화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강렬한 자극 대신 입안을 가득 채우는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이 매력적인 곳, 처음 찾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찾는 사람은 없다는 로리스 피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로리스 피자는 맛도 좋지만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사장님의 안목이 느껴져요. 아모레 스토리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로리스 피자를 운영하고 있는 박연숙입니다. 로리스 피자는 2018년 5월에 문을 열었어요. 피자집은 아주 우연하게 시작하게 됐는데요. 제가 20년 전쯤 작은 LP바를 운영하다가 아이들에게 좀 더 집중하려고 그만뒀어요. 이후에 퇴근 시간이 늦지 않은 일을 찾자 해서 회사에도 다니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부동산 일도 좀 했죠. 그 부동산이 로리스 피자가 있는 이 래미안 건물에 있었습니다. 그때 막 상가 분양 중이었는데, 지금 저희 자리가 잘 안 나가더라고요. 화장실도 가깝고 양쪽 두 면이 유리라 개방감도 있어서 좋은데 왜 안 나갈까 하다가, 내가 한번 해보자 싶어서 다시 자영업에 도전했죠.
새로운 도전인데 '피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LP바를 접은 뒤로 다시 장사를 하면 요식업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메뉴는 뭘 하면 좋을까 이것저것 생각해 보곤 했는데요. 딸이 둘 있는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피자를 참 좋아했어요. 덕분에 우리 집은 외식을 하거나 특별한 날이면 늘 피자였죠. 자연스럽게 만약 다시 가게를 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집을 열어야지 마음먹었고요. 화덕피자를 선택한 건 개인적인 취향인데, 제가 담백한 걸 좋아해요.

가게 이름이 참 예뻐요. 메뉴명도 독특하고요.
로리스는 저희 아버지의 영어 이름에서 따왔어요. 아버지께서 UN에서 군 생활을 하셨고, 제대 후에는 미군 부대에서 일하셨어요. 영어도 하시고 손재주도 좋으셔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셨는데 모두 로리스라고 불렀다고 해요.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미군 부대에서 가져온 햄이며 통조림 콩, 치즈 같은 걸 밀가루 위에 얹어 구워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처음 맛본 피자가 아닐까 싶어요. 유년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특별한 음식에 대한 추억과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로리스 피자라고 지었죠. 메뉴명은 이왕이면 손님들 기억에 남는 이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지었어요. 정통 피자의 맛이 느껴지는 스파이스걸, 페퍼로니가 듬뿍 든 핫페페, 달콤한 하와이안피자 알로하, 로리스만의 치즈 조합으로 만든 치즈 로리스, 새우 듬뿍 매드 쉬림프, 뉴욕의 맛 뉴욕커, 싱싱한 루꼴라가 가득한 퀸즈 가든, 소시지와 파인애플이 어우러진 락앤롤 등 메뉴 네이밍에도 신경을 좀 썼죠.

익숙한 맛에 특별한 감각을 추가하셨네요. 그중 사장님의 원픽 메뉴는 무엇인가요?
저는 역시 기본 피자가 제일 좋더라고요. 핫페페와 치즈 로리스가 정통 피자에 가까운데 그 두 메뉴를 제일 좋아해요. 심플한 스파이스걸도 좋고, 매드 쉬림프, 뉴욕커도 좋고. 말하다 보니 다 추천하고 싶네요. 처음 오신 분들이 시그니처 메뉴를 물으시는데 전부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웃음)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도록 9가지 피자와 파스타, 흔하지 않은 플레이그라운드의 수제 맥주도 준비되어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달라서, 손님마다 각자의 로리스 메뉴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재료 순환이 잘 되어야 항상 신선한 재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오픈 초기에 잘 안 나가는 메뉴를 바로 정리했어요. 그렇게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걸로 꾸린 것이 지금의 메뉴입니다. 신메뉴 개발도 했는데, 결국 익숙한 메뉴를 선택하시더라고요.

매장 안에 유명 배우나 셀럽들의 사인이 많은데, 다들 단골이신가요?
저희가 매장 앞에 한 호를 별관으로 쓰고 있는데, 손님이 붐빌 때 그쪽으로 안내하기도 하고 가끔 룸으로 예약을 받기도 해요. 그런 편리함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모자 쓰고 평범하게 와서 드시는데 제가 알아보고 사인을 받기도 하고요. 한강대로 다른 집도 마찬가지일 텐데, 용산 CGV에서 영화 관련 행사도 많고 또 연예인분들이 용산에 많이 살고 하시니까 자주 찾아주세요. 초창기에 아이돌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대관도 했었고, 지역 특성상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 많죠.
그게 한강대로의 매력이기도 하죠. 2018년부터 이어오셨는데 그동안 한강대로의 변화에 대해 체감하시나요?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주변에 화덕피자집이 없었어요. 배달 피자나 오븐 피자 정도만 있었는데, 요즘 용산이 핫해지면서 개성 있는 음식점들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초기엔 네이버에 '용산피자', '신용산피자'만 검색해도 저희 가게가 바로 떴는데, 따로 광고를 하지 않다 보니 지금은 단골 고객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요. 요즘 잘 되는 가게들은 광고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고집스럽게도 광고비를 아껴서 더 좋은 재료를 쓰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당장은 손해일 수 있어도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고 믿거든요. 한편으로 용리단길이 뜨다 보니 오픈 초기보다 주말에는 타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젊은 고객분들이 늘었죠. 한강대로가 주목받으면서 좋은 면도 힘든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업종 간의 경쟁이 심해졌군요. 단골 고객 위주로 운영하신다는데, 단골분들은 왜 계속해서 로리스 피자를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한결같은 맛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오너 셰프가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중간중간 셰프님이 바뀔 때가 있어요. 셰프님들이 처음 오시면 자신만의 색을 넣고 싶어 하시는데, 될 수 있으면 기존의 메뉴와 맛을 유지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저는 손님들이 1년에 한 번 오시더라도 맛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좋은 기억으로 찾았는데 맛이 달라져 있으면 당황스러울 것 같고요. 피클만 해도 조리법을 30번은 바꿀 정도로 레시피를 만들고 최고의 맛을 만들려고 계속해서 노력했는데요. 그렇게 자리 잡게 된 레시피라 애착이 가고, 셰프님들께도 그 부분을 강조합니다. 그걸 고객들이 알아주시고요.
오너 셰프가 아니라 신경 쓰실 일이 더 많겠어요.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해요. 제가 이리저리 흔들리면 맛이 변하겠죠. 저만의 기준으로 뚝심 있게 끌고 가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월요일이 휴무인데요. 오피스 상권이라 일요일에 쉬는 가게가 많은데, 과감히 월요일로 정한 건 일요일 손님들 때문이에요. 한강대로 인근이 주차가 어려운데, 저희는 무료 주차가 되니까 일요일에 가족, 친구 등 모임 예약이 많아요. 월요일 휴무로 못 오는 직장인 분들은 주중 다른 요일에 찾아주시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월요일에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희가 쉬는 월요일에 주변 이웃들이 좀 더 손님을 받으면 그것도 좋은 일이고요. 그렇게 한가한 월요일에 손주도 보고, 볼일도 보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손주가 있어 보이지 않으세요. 함께 일하는 분이 따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연숙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매장이 어두워서 잘 안 보여서 그러실 거예요. (웃음) 피자를 좋아하던 딸이 커서 아이를 낳고 지금 제 일을 돕고 있어요. 딸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사장님만의 기준으로 뚝심 있게 운영하시는데, 그럼에도 어려운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럼요. 왜 없겠어요. 저희는 코로나 시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수입 물가까지 폭등하면서 이중고였죠.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맛을 유지하려면 재료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단가가 좀 높아요. 물가를 매번 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퀄리티를 유지하는데 좀 힘이 들었죠. 거기다 주변에 다양한 경쟁 업체들이 생기고, 광고를 하지 않다 보니 네이버 검색 순위에서도 밀리면서 복합적으로 어려운 시간이었어요. 회식 문화도 거의 사라지고, 예전엔 회식하고 2차, 3차로 와서 피맥을 했는데 요즘은 거의 없으세요. 사실 지금도 고군분투 중입니다만 큰 욕심 없이 제가 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우리 맛을 기억하는 손님들에게 맛있는 한 끼 대접한다는 보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으세요?
저희 가게 인테리어가 조도도 낮고 아늑하잖아요. 소개팅 장소로 많이 쓰이고 있어요.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보면 처음 만나는 걸로 보이는 커플들이 종종 보이거든요. 그렇게 여기서 처음 만나서 결혼하고 임신 소식까지 전하는 분들이 계세요. 어린 자녀와 함께 오신 분도 계시고요. 그분들과는 기념 사진까지 찍었는데, 가게로 인해 이런 행복한 인연이 이어진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뭉클했죠. 그럴 땐 한자리에서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보람도 느끼는구나 싶어요. 요즘 같은 때 자영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고객과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보람이 동력이 되고 있어요.
아모레퍼시픽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저는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 '태평양' 시절의 ABC 마크부터 기억하고 있어요. 그만큼 아모레퍼시픽은 오랜 세월 친숙하게 느껴온 브랜드죠. 가게를 운영하면서 보니 아모레퍼시픽 직원분들은 첫눈에 봐도 용모가 단정하고 자기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역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회사답다 싶어요. 코로나 시기에는 저도 장사가 많이 힘들었는데, 화장품·뷰티 시장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아모레퍼시픽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내수 시장을 다지고 이제는 북미까지 뻗어나가 탄탄하게 저력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참 멋지다 생각했어요. 저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같이 힘이 나더라고요. 가끔 직원분들이 결혼 청첩장 모임 같은 소중한 자리에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데, 그럴 때면 정말 감사하고 뿌듯해요. 앞으로도 좋은 이웃으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등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희는 배달을 안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시기에 식자재 회전 문제로 몇 가지 메뉴를 배달해 봤는데, 맛이 훼손되는 사고가 좀 있더라고요. 로리스 피자는 건강한 피자를 드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왕이면 매장에 와서 맛있게 드시길 권해드려요. 주차도 무료로 가능하고, 또 건물 지하에 있어서 날씨에 관계 없이 쾌적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으니까 많이 찾아주세요. 100개의 가게가 생기면 10년 후엔 한 개만 남는다는 통계가 있던데, 로리스 피자가 그 한 개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한결같은 맛으로, 익숙하면서 특별한 맛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우리 자주 만나요.
Information
로리스 피자
아모레퍼시픽 구성원들이 매일 마주하며 영감을 얻는 한강대로의 소중한 이웃들을 소개합니다.
열정과 집념, 묵묵한 진심으로 자리를 지켜온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영감이 됩니다.
한강대로 100 이웃의 이야기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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