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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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친환경 포장재 이야기
제1화. 포장재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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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 이찬규 님
아모레퍼시픽 포장재연구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자주 보면 없던 관심도 새롭게 생겨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친환경 제품의 출시가 늘어나고 ESG 경영이라는 단어가 연일 회자되면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관심의 증대가 관련 제품의 증가를 이끌고, 제품의 증가가 다시 관심의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친환경은 이미 오래전 등장한 개념이지만 효율성을 중시하는 제조사나 구매자에게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친환경에 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2화에 걸쳐 포장재 분야의 친환경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1화에서는 포장재에 부는 다이어트 바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속가능한 포장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포장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보통 포장이라고 하면 제품의 포장을 떠올리지만 이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단어입니다. 포장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대상의 본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돋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본질을 왜곡할 정도로 포장이 과하면 비판을 받습니다. 화려한 장식과 색으로 무장한 오늘날의 포장재는 이전보다 화려하지만 본질은 주목받지 못하는 거리의 간판들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최근 범지구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제품 포장에도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 멀티 브랜드샵 세포라 파르나스몰점(좌) / 아모레퍼시픽 리필스테이션 자양점 (우) >


친환경이란 무엇일까요? 친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그 중 ‘지속가능성’은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과 활동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유한한 자원을 대안 없이 남용하거나 생명 또는 환경에 회복할 수 없는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활동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제품개발은 일반적으로 3R이라고 하는 ‘Reduce, Reuse, Recycle’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번 시간에는 Reduce를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포장재도 다이어트가 필요해


지난해 말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공포되면서 정부도 ‘플라스틱 감량’을 위한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강화하는 등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 중 일부만 적극적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모든 기업이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량을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포장재도 다이어트가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이어트의 시작이 과도함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친환경 포장재의 기본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건강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체질량 지수, 즉 BMI(Body Mass Index)를 측정하여 몸의 현재 상태를 간단히 모니터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장재 다이어트에서도 PMI(Packaging Mass Index)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장재의 플라스틱 중량을 내용물의 중량으로 나누어 경량화 수준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MI가 1이라면 내용물 1g을 포장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1g 사용한 것입니다.
화장품 및 생활용품의 PMI는 0.02에서 2를 초과하는 경우까지 다양합니다. 용기 유형별로 비교하면 파우치, 튜브, 보틀, 크림용 단지(jar), 메이크업 용기 순서로 내용물 대비 플라스틱 포장재의 중량비가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파우치나 튜브의 경우, 식음료 용기와 경량화 수준이 비슷하지만 용량에 따른 편차가 커 소용량 제품은 내용물보다 포장재가 더 무거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PMI로 모든 제품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품 특성별로 고객이 선호하는 포장재 유형과 용량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객의 사용 편의성, 필요한 용량과 사용 주기, 양산 기술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포장재 경량화를 위한 점진적 목표를 수립해야 합니다. 재활용성과 효율성만을 생각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한다면 또 다른 오염만 발생시킬 것입니다.



포장재 다이어트 사례


유리병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급 장신구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한 세척해서 재사용하거나 파쇄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맑고 두꺼운 유리병은 여전히 향수 및 프리미엄 화장품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두꺼운 유리병을 사용한 제품 경쟁이 진행되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유리병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경쟁이 한창입니다. 향수 및 화장품용 유리병 제조 분야의 세계적 업체인 베르상스(Veresance)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대비 무게를 20% 이상 줄인 유리병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유리병은 충격에 매우 취약하여 두께가 얇아지면 깨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얇으면서도 균일한 두께를 가지는 동시에 튼튼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 베르상스 일반 유리병 (좌) / 베르상스 경량 유리병 (우) >


튜브는 경량성이 매우 뛰어난 용기입니다. 튜브 용기를 더욱 경량화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튜브의 두께 및 캡 크기를 줄이거나 더 나아가 캡을 없애고 몸통과 일체화한 제품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께가 너무 얇은 제품은 밀봉한 부위가 터지거나 장기적으로 내용물을 보호하는 성능이 저하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제품 제조사들도 포장재를 경량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 대비 무게를 18% 줄인 라네즈 메이크업 베이스, 무게를 40% 줄인 미쟝센 모로코 아르간 샴푸 등 다양한 제품으로 경량화 포장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 알베아(Albea) 경량 캡 일체화 튜브(좌) / 라네즈 스킨 베일 베이스(중) / 미쟝센 모로코 아르간 샴푸(우) >


경량화보다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권장되는 방법은 포장재를 재사용하는 것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기업에서 도입한 리필스테이션처럼 리필이 활성화된다면 추가적인 포장재 사용량을 ‘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필스테이션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지역별 접근성 및 사용 연속성 단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샴푸나 세제 등 리필용 제품을 사용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보편화된 포장재 감량 활동인 동시에 리필스테이션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소비자도 재사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컨셉에 농축이라는 개념을 더한 제품도 있습니다. 고농축 제품을 물과 섞어 사용하는 제품은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는 동시에 재미 요소를 더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상 제품 대비 포장재 사용량을 75%까지 줄인 사례도 있습니다. 농축 제품은 내용물과 포장재의 궁합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저점도 액상 제품이나 거품형 제품과 같은 일부 제품만 출시되어 있으나 희석 후 점도 등의 다양성이 확보되어 앞으로 여러 제품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봅니다.


< Dial Handsoap (좌) / Replenish cleanser (우) >



소재의 체질 개선


경량화한 포장재에 이어 포장재의 체질 개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플라스틱은 현대 사회의 축복인 동시에 골칫거리로 여겨집니다. 지금처럼 플라스틱 사용이 많지 않았을 때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재의 종류가 단순했습니다. 유리, 금속, 종이와 같은 소재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사용했으며 보통 이러한 소재는 세척해서 재사용되거나 재활용되어 순환했습니다. 금속이나 유리는 가격이 비싸고 제작에 큰 비용과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사용 후에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플라스틱은 가격이 낮아서 재활용보다 새로운 원료를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플라스틱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다른 성질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서로 섞이면 분리가 어렵고 가치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생수병처럼 쉽게 단일 소재로 선별할 수 있는 제품과 달리 복합 소재는 재활용에서는 인기가 없습니다.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끼리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소재가 섞인 플라스틱은 재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포장 재를 만들거나 서로 다른 소재는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 순환에 유리합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포장재의 소재를 단순화하고 재활용에 유리하도록 코팅 등 후가공을 간소화한 제품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새롭게 바뀐 설화수 제품처럼 유리병이나 금속에 조립되어 있던 플라스틱 장식을 제거하여 재활용성을 최대한 향상시키거나 용기나 캡을 금속으로만 제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 유리병의 플라스틱 장식을 줄인 포장재 (좌), 파우치의 소재를 올레핀계 소재로 단일화한 파우치 제품(우) >


리필 파우치 등에 사용되는 필름은 여러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포장재입니다. 얇은 필름에 LDPE, 나일론, 알루미늄, PET, EVOH와 같은 다양한 플라스틱을 용도에 따라 적층(라미네이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파우치 제품은 사용 기한 동안 내용물이 잘 보존되고 유통 중에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여러 소재가 지닌 각각의 장점을 복합적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 소재는 녹는 온도 및 성질이 제각기 달라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이에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는 필름 제품을 재활용에 유리한 PE(폴리에틸렌) 소재로 단일화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PE 소재를 물리적으로 연신하거나 나노 크기의 미세 입자를 표면에 부착하여 내용물이 더 오래 보존되고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펌프를 사용한 제품에서도 포장재 소재를 단순화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펌프 제품은 버튼을 눌러 원하는 용량을 편리하고 일정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재활용 업계에서는 펌프 내부의 금속 스프링을 재활용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간주하고 금속을 대체한 플라스틱 펌프 제품의 도입을 요청해 왔습니다. 이러한 필요성과 국내 펌프 생산업체 등의 노력 덕분에 금속 스프링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다양한 메탈프리 펌프가 개발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제품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금속과 플라스틱의 근본적인 특성 차이로 인해 모든 제품으로 확대되려면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다양한 포장재 개발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플라스틱이 개발된 이후 지금까지는 보다 다양한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데 노력이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단순한 소재가 복합 소재를 대체하거나 지속가능한 소재에 대한 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편리함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포장재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소재 및 재활용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가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빠르게 극복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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