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칼럼] 다시 태어나는 포장재 - AMORE STORIES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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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칼럼] 다시 태어나는 포장재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친환경 포장재 이야기

제2화. 다시 태어나는 포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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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
이찬규 님

아모레퍼시픽 포장재연구팀
지난번 포장재 이야기를 하면서 포장은 제품이 잘 유지되면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잘된 포장은 포장 그 자체만이 아니라 ‘언박싱’ 과정까지도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포장에 ‘사회적, 환경적 책임’까지 갖추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게 하기 위한 포장이 아니라 고객과 사회의 환영을 받는 포장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 사회?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 사회를 상상해 보면 100년 전 플라스틱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세상과 비슷할 것입니다. 유리, 도자기와 같은 세라믹 재료, 나무, 종이와 같은 유기재료, 그리고 금속을 위주로 사용했던 19세기 모습처럼 말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복고적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여,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레트로한 패키지를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해서 오히려 신선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출처: www.cosmeticsandskin.com, https://americanhistory.si.edu/
< 100년 전 COTY 화장품과 구강용 제품 >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이 온다면 일상에서 소비하는 제품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먹거리 부분이 제일 문제가 될 것입니다. 식재료를 근거리에서 조달해야 하고 통조림 또는 염장 등으로 장기 보존을 하더라도 신선함은 타협해야 할 것입니다.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편의성이나 보관성은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내용물과 포장재가 잘 어우러진 다양한 제형의 제품들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도시생활을 움직이는 수레바퀴

 

현대 도시생활의 풍요로움은 전기의 발전과 플라스틱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두 가지 부분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첫 번째는 유한한 석유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한다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플라스틱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으로는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고, 간접적으로는 탄소배출을 통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원의 고갈이 더 주목 받는 이슈였으나 현재는 기후 문제가 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플라스틱 및 석유 자원의 소비가 빠르게 늘어 왔으나 새로운 석유 자원 발굴과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자원 고갈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도적 규제가 얼마나 신속하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을 필두로 해서 ‘탄소국경세’ 및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 사용’과 같이 플라스틱 영향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고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한국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국가별로 방향과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 도시생활은 자원을 추진력으로 하여 굴러가는 수레바퀴 같다고 생각합니다. 인구의 규모는 수레바퀴의 크기와 같고, 도시화 정도는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속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수레바퀴는 커지고 플라스틱의 사용도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잔여물이 남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21nQ_y1L5o

<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와 영향 >

 

 

도시화가 정점에 이른 국가들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플라스틱의 사용량 증가 속도는 둔화되겠지만,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량 확대를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신흥 세계의 인구 증가와 도시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

 

이러한 플라스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의 첫 번째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석유가 주요한 플라스틱 소재로 사용되기 전에 인류는 오랫동안 나무나 식물 등의 천연고분자 물질을 그대로 이용했고, 기술이 발전하며 천연물을 가공해서 사용해 왔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부터는 천연 유래 물질을 화학적으로 가공해서 천연고무, 셀룰로오스 등을 사용한 수지를 다양하게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천연 유래 소재만으로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석유를 사용한 소재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석유 기반 물질로 인한 문제가 확대되면서 다시금 천연물 기반 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연 유래 소재를 활용한 플라스틱을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 PLA(폴리락틱애시드)와 같은 소재가 유명합니다. 사탕수수 등을 활용하고 남은 천연 물질을 이용하여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인데요. PLA는 식품 포장에 많이 이용되고 있고, 화장품 포장재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PLA 외에도 미생물을 이용해서 PHA(폴리 하이드록시 알카노에이트)와
같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옥수수, 목재, 미생물 등을 활용해 바이오 기반 소재로 대체하는 산업을 화이트바이오 산업이라 지칭합니다. 재생가능한 자원을 이용하여 자원 고갈의 우려를 줄이고 석유화학 소재로 제품을 만들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출처: www.natureworksllc.com, www.plasticstoday.com
< 재생가능한 식물 자원을 이용한 플라스틱 >

 

 

하지만 천연물 특성상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식량자원을 이용해야 하고 생산 토지 면적, 생산량, 그리고 생산효율성 등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생산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에는 플라스틱의 생산량 중 25% 정도를 바이오 기반 소재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 포장재

 

플라스틱은 사용 후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토양을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까지 위험하게 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이 잘 분해되도록 한 생분해성 제품들이 있습니다. 마치 나무를 사용한 후 자연 환경에 방치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어 썩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이런 생분해성 플라스틱들은 내구성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자연친화적인 ‘분해’라는 속성은 내구성과 서로 타협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 천연물처럼 토양이나 물속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있고 고온다습한 환경을 강제로 조성해서 퇴비화해야만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PLA 소재는 바이오 기반 소재이면서도 퇴비화 조건에서 생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기도 합니다. 자연에서 분해가 용이한 소재는 목재, 전분, 왕겨와 같이 천연물 성분을 활용하여 플라스틱을 만든 제품들이며,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재료들과 혼합하여
포장재를 만듭니다.

 

 

▲출처: bioverpackung-nissha.com
< 목재 등을 이용한 Sulapac 소재 포장재 >

 

 

자연 분해가 되는 소재가 훨씬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무도 썩는 데 10-100년 정도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플라스틱 포장재가 자연에서 분해되도록 하는 것보다 퇴비화 조건을 통해 빠르게 처리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무조건 자연적으로 분해가 되는 소재가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용 중에 얼마나 수분에 노출이 되고 장기간 사용이 필요한지를 보고 용도에 맞는 소재를 결정해야 합니다.

 

 

 

재활용 소재

 

플라스틱이 잘 썩는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흙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퇴비화한다고 해도 최소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소각이나 매립을 최소화하려면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Recycle)이 필요 합니다.


만들어진 제품을 그대로 오래 사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면 제일 좋겠지만, 보다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한 포장재를 잘게 잘라 다시 원료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다 사용하고 난 소재를 재활용해서 만든 소재를 PCR(Post Consumer Recycled) 소재라고 합니다. 수명을 다한 제품이 다른 제품으로서 다시 생명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PCR 소재를 사용하면 그만큼 석유로 만들어진 신재(Unused
Raw Material)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수한 품질의 재활용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질이 같은 플라스틱끼리 모아서 재활용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편에 소개한 유니 소재(Uni material)처럼 단일 소재나 재활용에 유리한 소재만 사용한 제품에 대한 고려가 개발 단계부터 필요합니다.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면 비용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우수한 재활용 소재는 신재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배 이상으로 비용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활용 공정 차체가 대량으로 자동화하기가 어렵고 고품질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PCR 제품을 생산할 때는 품질 차이, 비용 상승 등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뢰할 만한 원재료를 확보하고 꾸준히 품질 관리를 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화장품 및 생활용품 포장재는 밝고 투명한 제품이 많은 제품 특성상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던 초기에는 비교적 품질이 우수한 PIR(Post Industrial Recycled: 산업 생산 후 잔여 자재를 이용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현재는 물리적 PCR 플라스틱이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화학적 PCR 제품은 재활용 소재를 원료 수준까지 분해해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들기 때문에 신재와 동등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화학적 PCR 생산을 위한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이는 제도적인 규제 움직임 때문이기도 합니다. EU에서는 국가별로 PCR 소재 적용에 대한 규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PCR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PCR 유리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점점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PET 같은 경우 제도적으로
향후 30%까지 PCR PET생산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넘어 식품 포장재까지 확대가 예상됩니다.

 

 

▲출처: www.premiumbeautynews.com, www.verescence.com
< PCR 플라스틱과 PCR 유리를 적용한 화장품 용기 >

 

 

지난 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사례를 소개했고, 이번에는 석유 유래 소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체 자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처럼 자원 순환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현재는 친환경 자원 적용에 선도적인 기업들 위주로 이러한 시도들을 확대하고 있지만, 몇 년 안에 더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 없는 도시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세상, 제품을
만들고 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자원 순환이 당연시되는 세상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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