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25 도시 혜초 칼럼 [멕시코-멕시코시티]
글
서준우 해외파견 TF
혹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를 아시나요? ‘코코’는 드물게 멕시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며 구체적으로는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멕시코의 전통 축제 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생활하며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처음 볼 땐 알아채지 못했던 디테일들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코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재로 멕시코의 문화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가족 중심의 나라
1) 멕시코를 보는 새로운 관점
대중 미디어나 영화에서 멕시코는 솜브레로(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판초를 입고, 콧수염을 기른 남자 같은 단편적 이미지로 묘사되었고, 최근에는 마약 카르텔 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코코’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멕시코의 활기차고 컬러풀한 모습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러 전통 문화에 대한 고증도 훌륭하여 멕시코 국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디즈니에서는 영화 제작을 위해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묘사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문화 컨설턴트를 고용하기도 했으며, 약 6년간의 현지 조사 과정을 거쳤다고 하네요.
멕시칸에 대한 전통적 이미지
출처: Vecteezy (AI 이미지)
영화 ‘코코’ 속 미겔의 대가족
출처: Disney+ 영화 캡쳐
2) 대가족의 나라
영화의 제목 ‘코코’는 주인공인 ‘미겔’의 증조할머니의 이름입니다. 제목으로 주인공이 아닌 증조할머니의 이름을 택한 것 또한 멕시코의 특징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우리나라에서 증조할머니와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아래 통계를 보시면, 1970년 멕시코의 평균 출산율은 무려 6.8명으로 OECD 평균 2.8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현재는 출산율이 1.8명 정도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구원 수는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합니다(가장 최근의 통계가 2015년이지만 참고로 첨부합니다).
멕시코의 가족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이유는 옆 나라 미국과 달리 전통적으로 사회 유동성이 적었고, 원주민 문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어 일가친척들이 모여 살던 대가족제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즈음에도 집안 어른이 요양 시설에 가는 일은 별로 없고, 자식들 또한 출가 이후에도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의무로 느낀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터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가족 중심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기업의 주요 보직을 가족들로 구성하고 회사 이름도 패밀리 네임을 이용하여 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멕시코 합계 출산율
출처: OECD Family Database, indicator SF2.1
OECD 주요국 평균 가구원 수(2015)
출처: OECD, 「OECD Family Database」
2. 현재를 즐기는 멕시코
1)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
코코는 11월 첫 이틀 동안 열리는 죽은 자들의 날 축제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영화는 이 축제와 관련된 여러 관습을 묘사합니다. 다른 멕시코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겔의 가족도 고인이 된 가족을 기리기 위해 제단(오프렌다)을 만들고, 그 제단을 고인의 사진, 양초, 마리골드 꽃, 애장품 등으로 꾸밉니다. 제단은 축제 기간 중 각 가정뿐만 아니라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입구 등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단에 쓰이는 사진의 형태나 위치도 자유롭고, 제단에 올라가는 물건에도 제약이 없어서 한국의 전통적인 제사상에 비하면 훨씬 캐주얼하며 개개인의 개성도 반영됩니다.
멕시코 가정의 제단
호텔 입구의 제단
영화 ‘코코’ 속 제단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죽은 자들의 날은 미디어를 통해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알려졌지만, 이 행사는 약 3천 년 전 아스텍 문명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스텍 원주민들은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죽음의 여신 믹테카시아틀(Mictecacihuatl)에게 제사를 지냈는데, 이들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죽음을 ‘완전한 끝’으로 생각한 것과 달리 죽음을 통해 진정으로 깨어난다고 믿었습니다.
죽은 자들의 날은 할로윈 데이와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죽은 자들의 날과 할로윈 데이 모두 죽은 자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믿는다는 점은 같지만, 죽은 자들의 날에는 해골 변장을 하고 죽은 이들을 환영하며 함께 즐기는 반면, 할로윈 데이에는 죽은 이들이 산 자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피하기 위해 기괴한 변장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엄숙하게, 때로는 무섭게 다뤄지는 죽음이라는 개념도 멕시코에서는 하나의 즐길거리로 다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멕시코인들의 낙천적인 성격도 엿볼 수 있습니다.
출처: Disney+ 영화 캡쳐
2) 축제와 파티의 민족
멕시코에서는 독립기념일 또한 죽은 자들의 날과 같이 축제의 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고 나서 멕시코 친구에게 “여기 사람들은 애국심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 친구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멕시코인들에게는 그저 함께 모여 같이 즐길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멕시코인들은 주제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재로 파티를 즐기곤 하는데요. 멕시코의 독특한 파티 풍습 중 하나로는 킨세아녜라(Quinceañera)가 있습니다. 킨세아녜라는 멕시코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15세 소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뜻하는 말인데요. 일종의 성인식입니다. 멕시코의 거리에서는 종종 오픈카를 타고 드레스를 입고 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정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행사에 결혼식보다도 많은 돈을 쓴다고 합니다.
멕시코에서 생활하며 가진 의문점 중 하나는 이렇게 다양한 파티를 소화하고 높아진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소득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었는데요(2024년 기준 최저일급 약 17,000원). 이에 대해서 현지인들에게 물었을 때는 “버는 만큼 쓴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CEIC라는 기관에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멕시코의 총 저축률은 18.7%로 아주 낮은 편은 아니지만, 우리나라(34%)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Youtube 영상 캡쳐
BBC news
3. 숨은 멕시코 찾기
영화 ‘코코’는 멕시코 전통 장식인 파펠 피카도로 제작된 오프닝을 시작으로 멕시코 문화와 관련된 요소가 가득합니다. 저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실제로 보았거나 검색 등을 통해 알게된 것들을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코코의 배경이 된 도시, 과나후아토
코코는 멕시코의 과나후아토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공동묘지(Panteón Santa Paula)
미겔이 기타를 찾으러 갔다가 친척들을 만나게 된 공동묘지는 과나후아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묘사 1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영화 속 묘사 2
출처: Disney+ 영화 캡쳐
Panteón Santa Paula
죽은 자들의 도시
죽은 자들의 도시는 아즈텍 양식의 피라미드와 함께 알록달록한 집들이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는데요. 과나후아토의 삐삘라 전망대에서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묘사 1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영화 속 묘사 2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삐삘라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
2) 전통 문화
파펠 피카도
파펠 피카도(Papel Picado)는 멕시코의 전통적인 종이 장식으로, 축제나 행사가 열리는 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 사용되었습니다.
오프닝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엔딩 크레딧
출처: Disney+ 영화 캡쳐
과나후아토의 거리
멕시칸 마리골드
영화 속에서 자주 보이는 금색 꽃은 멕시칸 마리골드입니다. 한국어로는 금잔화로 번역되지만 천수국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 꽃은 죽은 자가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고 여겨져서 죽은 자들의 날 행사 기간 중 도시 전체에서 볼 수 있으며, 제단에도 꼭 올라가는 아이템입니다. 영화에서는 사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전체를 이 꽃으로 표현했습니다.
꽃을 사오는 모습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제단에 장식된 꽃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천수국 다리
출처: Disney+ 영화 캡쳐
타말
고기와 채소 등을 넣어서 옥수수 반죽으로 감싼 다음 옥수수 껍질이나 열대 작물의 잎 같은 것으로 싸서 요리해 먹는 중남미 지역의 대표 음식 중 하나입니다. 가격이 저렴해 길거리에서 식사 대용으로 먹거나 아침 식사로 먹는 음식입니다.
알레브리헤
환상의 동물을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조각한 멕시코 전통 공예품(혹은 동물 그 자체)을 말합니다. 알레브리헤는 악마의 기운을 몰아내고 가정을 보호해준다고 하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사후 세계에서 영혼들의 동반자로 묘사되었습니다.
멕시코의 개
미겔의 반려견 단테는 멕시코의 국견으로 알려진 졸로이츠쿠인틀리(Xoloitzcuintli) 종입니다.
아즈텍 시대부터 멕시코인들과 함께해 온 이 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인도한다고 알려져 주인과 함께 묻히기도 한 슬픈 역사도 있습니다. 대체로 털이 없는 매끈한 형태라 Mexican Hairless Dog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전통 민요
영화에서 이멜다가 부른 노래는 La Llorona(우는 여인)이라는 멕시코 민요입니다.
타말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알레브리헤
출처: Disney+ 영화 캡쳐
멕시코의 개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전통 음악
출처: Disney+ 영화 캡쳐
3) 인물들
프리다 칼로
멕시코 예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멕시코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 중 한 명인 프리다 칼로도 영화에 등장합니다. 엑토르가 현실 세계로 가기 위해 프리다 칼로로 변장한 모습까지 포함하면 두 번이나 나옵니다. 갈매기 모양의 눈썹이 특징입니다.
멕시칸 레슬러 엘 산토와 마리아 펠릭스
멕시코의 전설적인 루차 리브레(프로레슬링) 선수인 엘 산토와 유명한 영화 배우이자 가수였던 마리아 펠릭스도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엑토르가 변장한 프리다 칼로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재등장한 프리다 칼로
출처: Disney+ 영화 캡쳐
엘 산토와 마리아 펠릭스
출처: Disney+ 영화 캡쳐
마리아치
마리아치는 솜브레로 등 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소규모 밴드 또는 걸어다니면서 연주하는 멕시코 전통 음악 자체를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며, 영화의 배경이 된 과나후아토에서는 ‘까예호네아다(Callejoneada)’라는 마리아치들의 골목 공연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 마리아치
출처: Disney+ 영화 캡쳐
4. 마치며
영화 ‘코코’를 소재로 멕시코의 여러 특징과 문화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말씀드린 내용을 바탕으로 멕시코 시장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며 칼럼을 마치려고 합니다.
1) 높은 사회적 성향
한 통계에 따르면, 공동체(가족) 중심의 성향을 띄는 멕시코인들은 뷰티&퍼스널케어 제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SNS(57%) 혹은 친구&지인 추천(41%)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가격 프로모션이나 외부 광고보다는 유명 로컬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더 유효할 것 같습니다.
2) 현재의 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멕시코는 고소득층 비중이 아직 9%밖에 되지 않지만 타 중남미 국가보다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이 높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웰빙, 건강 관련 품목들을 고품질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1인당 명목 GDP는 2024년 기준 13,972달러로 우리나라(36,132달러)의 절반에 못 미치지만, 멕시코인들의 소비 성향과 자사 제품의 품질 등을 고려했을 때 매스티지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에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멕시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이상으로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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