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은 변할 수 있을까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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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은 변할 수 있을까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제3화. 일하는 방식은 변할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 아모레퍼시픽 비전지원팀 신기훈 님



1편에서 일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했고, 2편에서 일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했다. 3편에서는 드디어(!) 일을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일을 하는 이야기라면 여러 가지 의미를 포괄할 수 있다 보니 어느 때보다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문화적인 이야기가 담길 수도 있고,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업무 툴(tool)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나의 경험은 한정적이어서 함부로 일반화하기 힘들었고, 각종 자료를 열거하자니 재미가 없었다.(그리고 민감한 주제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일은 정해져 있고, 나는 칼럼을 마쳐야만 했기에 부랴부랴 요즘 화두가 되는 ‘변화’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되었다. 부디 읽을 만한 칼럼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나
회사에서 일하는 우리는 다들 무언가 만들어낸다. 데이터를 만들고, 전략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콘텐츠를 만들고, 프로모션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무언가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늘 하던 것(혹은 지난번 것)과 똑같은 걸 만들지는 않는다. 똑같은 걸 만들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트렌드가 바뀌고,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사회환경적 맥락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에 맞게 적응적으로 ‘변화’를 한다. 물론 변화의 수준이나 방향에 대해서는 나름의 지난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긴 하겠지만, 분명한 건 허용된 수준 안에서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걸 만든다. 이렇게 ‘복사-붙여넣기’ 하지 못한다.



근데 이상한 건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은 계속 바뀌는데 만들어가는 과정,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 과정’은 바뀌지 않는다 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일에서 ‘사람’과 관련된 것은 유독 바뀌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각종 미팅(주간/월간/분기/반기별), 상사에게 하는 보고, 타 부서와의 협업 회의, 매니지먼트 방식 등등.

일례로 내가 회사에 처음 입사하여(아무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던 시절) 참여한 주간 미팅이랑 지난주에 참여한 주간 미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때는 엑셀 파일을 출력했고, 지금은 컨플루언스(confluence) 화면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한다는 부분만 다를 뿐이다. “정해진 순서에 각자가 본인 칸에 미리 입력해둔 주간 업무계획을 읽는다"라는 점은 변화가 없다. 그리고 여전히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이번 주에 뭘 하는지 관심이 없다. 팀장님만 유심히 듣는다.(팀장님은 듣고 있겠지?)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각자 공유하는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프로젝트 진행 단계만 짧게 공유하는 사람도 있고, 현재 업무에서 어떤 이슈가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다”까지 구체적이고 장황하게 공유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절충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우리는 참,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다가 ‘업무 간소화’를 하라며 전사적인 캠페인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게 주간회의다. 그리고 곧 부활한다.

‘보고’라는 과정은 더 재미있다.(훨씬 중요하기도 하다.) 보고 프로세스의 시작은 일정 잡기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이 제일 뜻대로 안 되고 시간과 체력, 의지 소모가 가장 크다. 혹여 1~2주 정도 보고 일정이 연기되면, 프로젝트를 더 진전시키지 못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다들 그 1~2주를 참지 못하고 과제를 더 진행시켰다가 갈아엎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일정을 잡으면 보고서를 출력하여 들고 가서 읽어내려가고, 거기에 상사의 피드백과 의사결정을 받는 보고 과정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보고’는 보고서에 담긴 문어체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구어체로 읽어가며 진행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보고서에 담지 못한 디테일한 내용을 점검받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서로 논의하기도 하고, 어떤 보고서는 몇 가지 사항만 확인한 후 그대로 승인되기도 한다. 그리고 A부터 Z까지 모든 내용이 낱낱이 비판받고 까이기도(!) 한다. 어떠한 형식이든 간에 그 옛날의 보고와 다르지 않다.(그나마 다행인 건 조금은 그 안에서 소통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는 거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근데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우리들의 상호작용 방식은 왜 변화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사람들이 상호작용적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특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현상은 어떻게 결정되었을까?’

아래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상황 1.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는 자리다.
나는 당신에게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밀었고, 당신은 나에게 미소를 보였지만 악수를 하지는 않았다.
- 나는 다음번에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악수를 하려고 시도할까?
- 다음번 당신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악수를 하려고 시도할까?
- 악수 시도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어야 악수하려는 시도를 그만둘까?

상황 2. 당신과 나는 같은 팀 동료가 되었다.
당신이 출근했을 때, 나는 당신이 입은 옷이 예쁘다고 말했다.
당신은 내 말이 불편했고, 일만 잘한다면 옷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꾸했다.
- 다음번 다른 동료가 매력적인 옷을 입고 왔을 때, 그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는가?
- 얼마나 많은 동료가 옷은 중요하지 않다고 불편함을 드러내야, 나는 그들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둘까?


이것은 모두 협응게임(coordination game)이다. 조직 구성원의 조직 내 행동은 조직 내 다른 사람들과의 협응에 좌우된다 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는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했을 때다. 그리고 이 협응게임에는 변화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존재한다. 임계 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하면, 전체 집단의 행동 규범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직에서 새로운 행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수가 조직 전체의 25%에 이르면, 이 소수로부터 일어난 변화가 나머지 집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조직 내 25%라는 수치가 티핑포인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체 구성원의 25%가 모이면 조직 전체가 바뀔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25% 이하에서는 변화를 위한 활동이 증가하더라도 조직 전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티핑포인트를 넘어선다면, 작은 행동이라 할지라도 조직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우리는 집단 전체보다는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서 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에 영향을 받는다’ 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의 상호작용적 관계가 많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개념이나 행동의 정당성을 확신하기가 더 어렵다. 접촉자가 5백 명 정도로 인기가 아주 많은 사람은 접촉자가 50명 정도의 연결 수준이 보통인 사람에 비해 새로운 개념이나 행동의 정당성을 확신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접촉자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면 어떤 개념이나 행동을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1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실제로 사회적 행동의 패러다임은 변화한다. 팬데믹 이후 악수법은 대부분 주먹 인사로 바뀌었다. 비대면으로 일하면서 실제로 많은 부서에서는 미팅과 보고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게 바뀌지 않던 회식 문화조차 바뀌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 25%가 변화하면 나의 행동도 변화한다. 회사 생활에 대입해 보자면 조직을 이동했을 때 나의 행동은 변화한다. 반대로 다른 부서에서 온 사람들은 곧 새로운 부서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먼저 나서서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상호 합의된 문화에 쉽사리 대항하지 못한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조직에 뻗쳐 있는 일하는 방식의 맥락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변화의 열쇠는 ‘리더’에게 있다. 조직에는 리더가 있다. 리더의 행동은 내가 만나는 그 어떤 동료의 행동보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특정 행동에 일정 수준의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더는 일반 구성원보다 훨씬 더 많은 관계를 맺고 있고, 그로 인해 변화에 대해 더 큰 사회적 저항을 느낄 것이다. 그 부분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리더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변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먼저 변화하지는 못하더라도 조직 내 새로운 움직임을 나쁘거나 이상한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조직은 변화한다.



뻔한 얘기지만 변화에는 저항이 생긴다. 리더가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변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상호 간의 수평적인 관계가 변화를 확산시킨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는 새로운 개념과 의견이 커뮤니티 내 어느 장소에나 나타나고 모두에게 퍼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왜 굳이 이렇게 해야 하지? 지금 하는 방식이 최선일까? 더 나은 방식이 없을까? 업무 방식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간회의는 왜 다 모여서 해야 할까? 왜 주 단위로 해야 할까? 프로젝트 단위로 따로 모이면 안 되는 걸까? 보고는 왜 꼭 만나서 해야 하는가? 왜 보고서를 읽어줘야 할까? 만나야 한다면, 만나서는 논의만 하면 안 될까? 이렇게 지금은 당연한 행동에 대해, 새로운 방식에 대해 자유로운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에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더 나은 변화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명언을 살짝 바꾸어 이번 칼럼을 마친다.


변화에 이르는 길은 대화밖에 없다.


1 데이먼 센톨라,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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