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
이것은 ‘기록’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입니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꾸준히 했던 기록은 아마도 ‘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은 일기를 밀리지 않고 잘 쓰는 학생이었나요? 저는 일기를 매일 꼬박꼬박 쓰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 시절 일기장에는 왜 하필 날씨를 적는 칸이 있었는지. 방학 동안 밀린 일기를 쓰기 위해 신문을 뒤져서 몇 주 치 날씨를 확인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른이 된 지금, 여러분은 어떤 기록을 하고 있나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일기를 쓰거나, 또는 업무 일지를 쓰거나, SNS에 사진이나 영상으로 추억을 남기거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을 해왔을 겁니다.
<기록의 쓸모>라는 책, 많이 들어보셨죠? 일과 일상에 대한 꾸준한 기록을 모아서 엮은 마케터 이승희 님의 책인데요. 만난 사람과 나눈 대화를 남기기도 하고, 유튜브나 책에서 본 구절을 메모해둔 것도 있고, 본인이 생각하거나 깨달은 것들을 적기도 한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친구의 일기를 엿보는 것처럼 읽는 재미가 있는데요. 그중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를 소개합니다.
“기록의 힘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아주 유명한 셰프가 아닌 다음에야 요리 방법은 별반 다르지 않잖아요. 재료 싸움이죠.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유리한 건 당연하고요. 어떤 재료를 조합해야 색다른 맛이 나는지 아니까요. 콘텐츠도 마찬가지인 거죠. 제가 해온 기록이 마케터 이승희의 역량에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끼고, 마케터로서 힘을 얻습니다.”
- 이승희, <기록의 쓸모> 중에서
이 문장은 마케터인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2020년 여름, 저는 기록을 위한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이승희 님처럼 마케터로서 영감을 받는 것들을 기록해보려 했습니다. 실시간 트렌드를 팔로업하거나 마케팅 서적을 읽은 감상을 남기고, 업계 세미나를 다녀온 후기를 적기도 했습니다. 브런치에 쓴 업무 관련 글을 아카이빙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 모든 게 귀찮아지더라고요. 어릴 적 밀린 일기를 억지로 썼던 것처럼요. 기록하는 일이 이상하게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나하나 유의미한 기록을 남겨야만 한다는 강박 같은 게 느껴졌죠. 중구난방 스크랩북이 되어가는 계정을 보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어요.
그러다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마케터로서의 자아가 아니라 나 개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남겨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처음에는 가벼운 기록부터 시작했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해서 회전문을 돌 듯 여러 번 관람한 뮤지컬, 우연히 찾은 전시회와 인상 깊었던 작품, 매일 가고 싶은 동네의 카페 등.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취미 부자’라고 불리는 저의 순간순간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했던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기록해나가는 일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등 떠밀리듯 하는 불편한 일이 아니라, 나의 삶의 조각을 남기는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었죠.
그렇게 ‘기록의 맛’을 느끼며, 이 기록을 꾸준히 지속해보고자 ‘1일 1포’라는 리추얼을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1일 1포’는 1일 1포스팅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하루에 한 개씩 게시물을 남기는 리추얼이었는데요.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채널은 자유롭게 선택해도 되어서 저는 인스타그램으로 기록을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드문드문 하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왔던 거니까 어렵지 않겠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딱 일주일 후, 그러니까 리추얼의 1/4이 지난 시점에 저는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글을 장황하게 적는 게 아니니까 올릴 만하겠지 싶었는데, 단조로운 일상에서 매일 기록할 거리를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하니 사진이나 영상이 꼭 필요했고, 피드에 남는다고 생각하니 편집과 보정을 하는 시간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어쩌면 기록 플랫폼을 잘못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미 시작한 리추얼,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저는 한 달의 촘촘한 기록을 위해 부지런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시장 조사를 다니면서 예쁜 매장과 제품을 찍고, 퇴근 후 동료들과 밥을 먹으면서 최애 메뉴도 찍고, 주말 궁궐을 찾았을 때 비가 오는 풍경도 찍고, 예전에 읽고 책장에 처박아두었던 독특한 책의 표지도 찍었어요. 더불어 미뤄두었던 긴 글을 완성해서 브런치에 올리는 등 평소보다 많은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공들여 기록을 하고 나니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들이 제 기록 계정에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겁니다. 일기처럼 가볍게 쓴 글에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제가 다녀온 전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저의 긴 글을 보고 감상을 남겨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계정에서 제 사진을 리그램하기도 하고, 대극장 공연에 출연하는 유명 뮤지컬 배우분이 감상 포스팅에 직접 댓글을 남겨주기도 했어요. 제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다소 귀찮더라도) 정리하고, 적고, 오픈된 곳에 올려두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교류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사실 매일 일기 쓰듯 포스팅을 하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리추얼이 끝나고 한참 동안은 피드에 글을 올리지 못했어요. (ㅎㅎ) 하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매일 계속했고, 떠오르는 생각과 영감을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도 습관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그 소스들을 모아서 여유가 있을 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좀 더 가볍게 근황을 공유하고 싶을 때는 스토리 기능도 활용하고 있고요.
1일 1포 포스팅을 함께한 리추얼 메이커는 ‘사진 찍는 마케터’로 유명한 ‘이형기’ 님이었는데요. 형기 님이 선언 미팅 때 공유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도 나를 기록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
꾸준한 기록을 하면서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찾았습니다. 여러분도 나만의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기록해보세요. 매일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대단한 이미지를 올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러분의 삶을 흘려 보내지 말고, 어딘가에는 꼭 남겨두세요. 과거의 나를 기억하고, 미래의 나를 응원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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