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이슨맘 (가명)
Editor's note
육아는 모든 걸 바꾸는 경험입니다.
아이의 탄생은 익숙했던 삶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 놓고, 때로는 ‘나’를 잠시 뒤로 미뤄두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찾아가는 모든 여정은 고유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요.
아모레퍼시픽은 일과 육아의 경계에서 ‘나다운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한 워킹맘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INTRO
최근 결혼을 앞둔 동생들이 “아이가 생기면 진짜 인생이 다 바뀌나요?”라고 묻더라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기도,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어요.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밥을 먹을 때도, 쇼핑을 할 때도, 심지어 잠을 잘 때까지 함께하는 ‘동행자’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늘 혼자서 결정하고 움직이던 일상이 이제는 아이들을 더 생각하며 흘러가요.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가끔은 내 하루가 아이의 하루에 편승해 돌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더위를 피해 키즈카페에 갔다가 저녁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으로요.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말이에요. 이런 일상을 보내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던 삶을 완전히 내려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뽀로로와 아기 상어가 가득한 키즈카페 대신 가끔은 제가 가고 싶었던 동네 베이커리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맛있는 빵을 먹는 걸로요. 조금은 제 취향에 기울어진 선택이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 그 자체로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출처: 패티 김(Patti Kim) 앨범 커버 이미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대부분 희미해지지만 마치 오래된 사진 한 장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죠. 저는 6~7살 무렵 가족들과 동네 노래방에 갔던 장면이 그래요. 엄마는 늘 그렇듯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부르셨어요. 저는 그 옆에서 가사의 의미도 잘 모르면서 엄마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감성에 한껏 취해 있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걷기 싫어 자는 척을 하며 아빠 등에 업혀 돌아왔던 기억이 나요. 돌이켜보면 그날의 저는 놀이동산에 간 것도 아니고 동요를 실컷 부른 것도 아니었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엄마의 감성을 아주 조금이라도 따라가 보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감성과 젊었던 부모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그래서 저는 부모의 취향과 감성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일들이 저희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기억이 될 거라 생각해요.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경험하게 하는 시간들 안에서 아이들도 부모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고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겠죠.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아이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 이른 아침을 즐겁게 해주는 브런치 카페
출처: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 홈페이지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인생이 꼭 송두리째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완전히 달라진 게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기상 시간! 다른 건 어떻게든 제 방식대로 조율할 수 있었는데 잠에서 깬 아이들을 다시 눕힐 수도 없고 아이가 일어나 있는데 부모만 계속 잘 수도 없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육아를 하면서 저에게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맛있는 브런치가 먹고 싶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그 순간 ‘억지로 일찍 일어나 힘들어하기보다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아침에 끼워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카페를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주말마다 소파에 늘어져 골골대는 대신 8시에 문을 여는 브런치 가게를 찾아 나섰어요. 그렇게 패턴을 바꾸자 피곤하기만 했던 주말 아침이 어느새 우리 가족만의 작은 이벤트이자 저희 부부가 스스로 만든 즐거운 약속이 되었답니다. 맛있는 커피로 잠을 깨우고 이른 아침 시간이라 붐비지 않아 즐길 수 있는 여유는 덤이었어요! 막상 찾아보면 10시 전에 문을 여는 곳 중에 맛있고 분위기까지 좋은 브런치 가게가 많지는 않은데요. 이번엔 그 약속 덕분에 발견한 ‘아침 일찍 문을 여는 맛있는 브런치 카페’도 함께 소개해 볼게요.
[연희동 쿳사]
-위치: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48
-영업시간: 주말 8:00 ~ 21:00
평일은 9시 오픈이지만 주말에는 8시에 문을 여는 곳이에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웨이팅이 생기기 때문에 오픈런해서 가기 좋아요.
호주식 브런치를 판매하는 곳인데 음식도 맛있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친절해요!
[마포 creek]
-위치: 서울 마포구 백범로10길 25
-영업시간: 주말 6:30 ~ 14:00
이 베이커리 카페는 무려 여섯시 반에 문을 열고 대신 재고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아요.
그래서인지 더 ‘일찍 일어난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든 카페였어요.
그냥 빵도 맛있지만 바게트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어요!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세종문화회관점)]
-위치: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2층
-영업시간: 주말 8:00 ~ 22:00
오리지널 팬케이크 하우스는 워낙 유명한 미국식 팬케이크를 판매하는 체인이죠.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지점인 세종문화회관점은 주말 아침 8시에 오픈해요.
맛도 좋고 키즈 프렌들리한 분위기라 자주 가게 되는 곳이에요.
2 아이들이 잠든 뒤 찾아오는 나만의 여행
출처: 직접 촬영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참 묘해요. 출발도 하기 전부터 한바탕 난리 통 속에 ‘내가 이 고생을 왜 한다고 했지?’ 싶다가도 다녀오면 ‘또 가고 싶다’로 끝나요. 바다에 발을 담갔다 뺐다 하며 깔깔대고 숙소에 들어와 이불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행 중 그 어떤 장면보다 저를 기분 좋게 만들어요. 하루가 끝날 무렵 침대에 누워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라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면서 ‘아이들과 여행 오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도 아이를 낳기 전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저희 부부에게는 아쉬움도 좀 남더라고요. 한두 시간씩 줄을 서더라도 꼭 가보고 싶었던 맛집에서 밥을 먹고 카페 창가에 앉아 천천히 커피를 음미하며 멍하니 보내던 순간들, 밤늦도록 산책하다 숙소에 들어와 반신욕을 즐기며 푹 쉬던 그 시간들이 여전히 그립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여행 계획을 짤 때 분위기 좋은 숙소를 가장 공들여서 알아봐요. 아이들이 잠든 뒤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야 하니까요. 맥주 한 캔을 따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거나 마음 맞는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 아이들을 재운 뒤 밤늦도록 수다를 떨기도 해요. 저희 부부가 이런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의식적으로 ‘우리’의 시간을 지켜내고 싶기 때문이에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이나 부부로서의 시간을 챙기려는 작은 노력이 쌓여야 다시 부모로서의 일상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3 정리의 힘, 나를 위한 공간 만들기
저는 집을 멋지게 꾸미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무심하게 사는 것도 아니에요. 저는 집이라는 공간에 짐이 늘어날수록 마음도 함께 어수선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을 단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실 거예요. 특히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아기 침대, 기저귀 갈이대, 알록달록한 타이니 모빌이나 아기체육관 같은 부피 큰 육아템들 때문에 집을 아무리 치워도 산만해 보였어요. 그래서 아기가 크면서 필요 없는 물건들은 그때그때 판매하거나 나눠주기 시작했고 그런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할 때 큰 희열을 느꼈답니다. 물론 아직도 그 전쟁이 끝나지는 않았어요. 집 안 곳곳에 조금만 방심하면 차곡차곡 쌓이는 블록, 자동차, 인형들. 그것들을 보며 ‘이 공간들을 비워내야 내 휴식을 지킬 수 있다’라는 다짐으로 3개월에 한 번은 꼭 날을 잡아 아이들이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정리해요.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치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내 마음속에 있는 공간을 정돈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정리된 집이어야만 치열한 일상 후 쉴 수 있는 안식처로 느껴졌어요. 덕분에 집은 예쁘지는 않아도 ‘살 만한 공간’으로 유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OUTRO
제가 아이들과 살아가는 방식은 그리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아요. 그저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분주한 하루 속에서 소소한 나만의 것들을 찾으려 애쓰는 정도입니다. 집안일은 늘 반복되고 아이들과의 하루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곤 해요. 저의 이 글이 큰 울림을 주지는 않더라도 잔잔한 공감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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