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칼럼
202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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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만 단단한, 잠재력의 나라 튀르키예
BY25 도시 혜초 칼럼 [튀르키예 - 이스탄불]
글
홍윤소 해외파견 TF
Merhaba! 튀르키예 이스탄불 도시 혜초 홍윤소입니다. 혹시 튀르키예 여행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아름다운 문화 유산 관광과 더불어 저렴한 물가로 쇼핑도 실컷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셨다면 당분간은 보류하셔야겠습니다. 제가 이스탄불에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바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입니다. 불과 1년 전 구글 리뷰 속 가격을 생각했던 저는 그보다 두세 배, 가끔은 다섯 배 넘게 비싼 가격을 보며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지갑을 열어야 했지요. 지난 7월 기준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율은 61%를 기록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숫자지만, 6월의 인플레이션율이 71%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안정된 상황입니다. 현 에르도안 정부가 어마어마한 외환을 풀고 기준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면서까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6 - 2024년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추이 / 출처: statista
1. 천년의 수도 이스탄불
여기서 잠시 튀르키예의 역사에 대해 살펴볼까요?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며 오랜 세월 지리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기원 전 6,500년 전부터 시작된 아나톨리아 지방의 역사는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의 각축을 거쳐 13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건국과 함께 광대한 영토로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후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오스만 제국은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쇠퇴, 현 튀르키예 지역이 튀르키예 공화국을 선포하며 지금의 국경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은 그 자체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이 도시는 문화의 도시이자 보스포러스 해협을 둘러싼 천혜의 경관 도시이기도 합니다. 혹시 아야 소피아 혹은 블루 모스크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비잔틴에서부터 이어진 지하 수조,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샹들리에가 있다는 돌마바흐체 궁전을 볼 때면 웅장한 규모와 그 안에 남아있는 역사의 깊이에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매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의 관광객을 맞이하는 관광 대국 튀르키예는 유럽과 러시아를 통하는 제조기지와 파이프라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현대차와 같은 한국 기업도 튀르키예에 제조 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 70%가 넘는 제조품을 유럽으로 수출하기도 하지요.
보스포러스 해, 아야 소피아, 지하 수조
/ 출처: Pinterest
2. 경기 침체의 시작
이러한 튀르키예 경제는 2016년의 군사 쿠데타, 그리고 2018년의 IMF 위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침체되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팬데믹은 관광산업이 주류를 이루는 튀르키예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 결과가 앞서 말한 인플레이션입니다. 경기는 가라앉고 실질소득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찾아온 거지요. 통계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소득격차수준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라고 합니다. 한때 EU 가입을 타진할 정도로 강력했던 튀르키예 경제가 몰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더 많은 실업자들이 갈라타 다리에서 낚시를 한다고 합니다. / 출처: BBC, Pinterest
그렇다면 튀르키예는 이대로 불안한 상황을 이어가게 되는 걸까요? 제가 두 달 정도 생활하며 본 튀르키예는 일부 부자와 관광객, 그리고 낮은 임금으로 고생하는 젊은이들이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 기준 튀르키예의 최저임금은 20,002리라(약 79만원)라고 합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85리라(약 3천500원), 아이폰이 6만리라(약 24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이곳의 생활 물가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저임금과 고물가로 현지 사람들은 많이 지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터키의 노동자, 스타벅스 메뉴 / 출처: Pinterest
하지만 그만큼이나 튀르키예는 잠재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2023년 기준 EU의 중위 연령이 44.5세일 때, 튀르키예는 중위 연령 34세로 매우 젊은 국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낮은 출생율과 고령화로 고민하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튀르키예의 활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튀르키예는 이슬람 문화권답지 않은 세속주의 국가입니다. 비록 국민의 99%가 이슬람교이지만, 1928년 튀르키예 공화국 개헌 당시 “튀르키예 공화국의 국교는 이슬람교이다”라는 항목이 삭제되며 튀르키예는 공식적으로 국교가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관광객을 맞이해온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튀르키예는 매우 개방적입니다. 저녁이면 골목마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술에 엄격한 이슬람 문화를 생각하면 조금은 낯선 풍경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엄격한 이슬람 문화의 영향 아래 있는 중동 지역에 비해 여러모로 “유도리”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뜻도 되겠지요.
이스티클랄 거, 이스탄불 펍, 클럽 @카디쿄이 / 출처: Pinterest
3. 마치며
흔들리는 현재, 그리고 잠재력 넘치는 미래. 튀르키예를 설명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튀르키예에서는 현재 10-20대를 중심으로 K-컬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여정 속에서, 튀르키예의 잠재력에 어떻게 다가갈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도시 혜초 첫 칼럼을 조금은 무거운 주제로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튀르키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이상 이스탄불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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