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재미있는 ESG 이야기 #1
글
손명관 CSR팀
#INTRO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란 용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조금 낯섭니다. 영알못인 데다가 단어 하나하나가 어렵습니다. 인터넷에 ‘ESG’를 검색해봅니다.
[ESG는 기업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음...’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이해가 안 됩니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이 왜 굳이 ESG를 해야 하는 거지? ESG를 하면 기업에 돈이 되는 건가?’ 제가 ESG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입니다.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담을 곁들여 ESG를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칼럼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더이상 ESG가 어려운 용어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파타고니아 캠페인 ‘Not Mars’ / 출처: www.street-artwork.com
1 산업화가 초래한 기후변화, 그리고 ESG의 탄생
산업발전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저주였습니다. 장인이 수개월에 거쳐 만들던 옷이나 생활용품은 공장에서 하루 만에 완성됩니다. 싸게 빨리 만들 수 있으니 한 번 쓰고 버려도 부담이 없습니다. 대륙 끝에서 끝까지 철도가 깔리고 굴뚝에서는 쉼 없이 연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21세기 들어 인류의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생태계는 황폐해졌습니다. 특히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효과 때문에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더이상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겨울 이상한파 관련 기사에 달린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는 댓글, "온난화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주장하는 과학자, 더 나아가서는 ‘특정 국가나 정치 진영에서 만든 음모론’이란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과연 무엇이 사실일까요?
2 기후변화에 대한 세 가지 오해와 진실
이번 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본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래의 OX 퀴즈를 먼저 풀어보시겠어요?
Quiz 1.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다.
Quiz 2. 지구가 1-2℃ 더워져도 큰 문제는 없다.
Quiz 3. 기후변화는 다음 세대부터 피해를 입을 것이다.
1) 첫 번째 오해 -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다’
정답은 X. 기후변화는 99%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IPCC1) 기후변화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IPCC는 1990년 첫 보고서 이후 5-10년 간격으로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인간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에 미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전세계 기후변화 데이터가 축적되어 가고, 연구가 고도화되면서 보고서 결론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산활동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최근에 발간한 2023년 6차 보고서 곳곳에는 ‘unequivocal(명백한)’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민감한 이슈를 야기하는 보고서임에도 이러한 단어가 쓰인 것을 보면 이제 기후변화의 진위를 의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출처: 한겨레 기사
일례로 2013년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IPCC 위원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젠 기후변화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과학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입니다.”
가장 명확한 증거는 아래 표의 온실가스2) 증가량(좌)과 지구 온도 상승량(우)입니다. 18세기 석탄 사용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조금씩 증가하다가, 19세기 석유 사용과 전기 발견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여파로 최근 2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약 1℃ 상승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상승률보다 12배 빠른 속도입니다(지구 온도가 1℃ 상승하려면 보통 2,500년이 걸립니다).
1)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1988년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 글로벌 195개 정부 대표와 과학자 2,500명으로 결성되었으며,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기적으로 종합보고서를 발간한다.
2) 온실가스: 지구에 인위적인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7대 가스(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 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온실가스의 약 80%이기 때문에 보통 이산화탄소를 ‘온실가스’라고 부르고, 더 줄여서 ‘탄소’라고도 한다.
출처: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2) 두 번째 오해 - ‘지구가 1-2℃ 더워져도 큰 문제는 없다’
정답은 X. 1.5℃ 이상 상승 시,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IPCC 리포트에서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십 년 내로 지구 평균온도가 2-4℃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여름을 좋아하는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이 말이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30℃나 32℃나 더운 건 매한가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물(바다)’입니다. 지구 평균온도가 1℃ 높아지면 수증기는 약 7% 증가합니다. 지구의 약 70%를 이루는 바다는 온난화로 이전보다 많은 양의 수증기를 생성합니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던 지역에 구름이 일찍 형성되어 폭우와 홍수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기존에 비가 와야 할 곳엔 비가 내리지 않아 작물이 죽고 숲이 메말라 초대형 산불이 발생합니다. 수증기를 머금은 태풍의 위력은 더 강해집니다. 무역풍과 제트기류가 약해져 혹서와 혹한이 심해집니다. 극지방 해빙 속도가 빨라져 해수면이 상승합니다(남극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최대 60m 상승할 것이라 예측합니다). 바다는 염도가 낮아지고 뜨거워져 물고기와 산호초 개체가 감소합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정말 일일이 적기도 벅찹니다.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태풍, 폭우, 홍수, 산불, 가뭄, 식량난, 멸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상세한 예측은 아래 표를 참고해주세요.
출처: 한겨레, 2021.8월
“지금 바다는 1초에 핵폭탄을 4개씩 터뜨리는 수준의 에너지를 받고 있습니다.”
-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부교수(2023년 KBS 1TV <다큐 인사이트> ‘끓는 바다’ 인터뷰)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 ‘기후적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자명한 상황이고, 기상이변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탄소를 감축함과 동시에 극한 기후에 적응해야 하는 양면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기후적응보고서 / 출처: 환경부
3) 세 번째 오해 - ‘기후변화는 다음 세대부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정답은 X. 이상기후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How Dare you”
2018년에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5살이었던 그레타 툰베리가 했던 말입니다. ‘어른들이 경제발전에 몰입하여 자녀의 미래(환경)를 훔치고 있다’고 주장한 연설로, 그 당시 많이 회자되었던 한 문장인데요. 이처럼 당시만 해도 기후변화는 우리 후손에게 벌어질 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상기후는 바로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기후 측정이 고도화되면서 기후변화(혹자는 기후재앙이라고까지 합니다) 위험이 더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아래 2023년 IPCC 보고서를 같이 보시죠.
출처: 기상청
위 그림은 5개의 탄소배출 시나리오(현재 배출수준은 ‘중간’)를 토대로 만든 온난화 그래프입니다. 1.5℃만 상승해도 여러 이상기후가 발생하는데, IPCC는 20년 뒤에 2-3℃ 상승을 예측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고온, 한파, 홍수, 가뭄, 산불이 곧 닥쳐온다는 것이죠(사실 지금도 조금씩 느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 기후 발생 분포 / 출처: 기상청, 2022 이상 기후 보고서
슬프지만 지금 당장 모든 발전소와 건물의 전력을 끄고 화석연료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 온도는 수십 년 이내에 1℃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이미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로 보낸 이산화탄소의 체류 시간이 최대 200년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는 어떻게 변할까요?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지역별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각 지역별 폭염, 열대야, 한파, 강우 전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산구 미래 폭염 일수 전망 / 출처: 기상청
3 세 가지 오해를 풀고 나서
서두에 ESG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쓴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느낌입니다. 영화처럼 종말이 올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요즘은 이를 ‘기후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기회가 있거든요. 지구는 온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항상성을 갖고 있습니다. IPCC는 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1.5℃만 넘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예전 기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직 기회는 있는 거죠.
“향후 10년의 기후행동이 다가올 수천 년을 결정할 것이다.”
- 2023년 IPCC 보고서 내용 중
#그래서 시작된 80억 지구인의 조별과제
이러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많은 국가와 기업에서는 탄소 저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도 ‘80억 지구인의 조별과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 사업장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폐기물 매립 제로화를 달성할 계획인데요. 기술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제품의 원료에서 폐기까지 전과정의 환경발자국을 줄이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뉴욕 기후 주간에 열린 ‘RE100 리더십 어워드’에서 Google, Givaudan과 함께 수상을 했고,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 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습니다(전세계 23,000개 기업이 응답했고, 국내에서는 10개 회사만 A등급을 획득).
하지만 글로벌 동향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최근 전쟁과 물가상승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단기적 성장(에너지 공급 안정화, 경기부양)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은 산업이 성숙되어 탄소 감축이 수월하지만(실제 유럽은 21세기를 기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도나 중국 등의 1차 제조업 중심 국가나 고성장 국가는 감축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발도상국은 활발한 산업 활동을 통한 경제성장이 필요한데, 이미 다 성장한 선진국에서 환경을 빌미로 뒤늦게 탄소장벽을 세우는 것을 보니, 많이 억울한 상황이죠. 중동 등의 산유국도 석유를 팔지 못하면 성장을 못하니 선뜻 나서질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열리는 기후포럼에서 주요한 아젠다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각 국가에서는 선거철이 되면 환경 이슈가 정치에 활용되어 장기적인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먼 미래에 후손들에게 ‘경제성장에 치중해 자멸한 세대’란 꼬리표는 받기는 싫거든요. 80억 조별과제에서 모두가 A+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탄소 저감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과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가야 할 방향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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