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고객을 향한 집념 #1
글
고소현 아마존팀
#INTRO
제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앱은 ‘아마존’입니다. 사용 시간에 대한 지각이 없다가도, 우연히 독보적으로 치솟아 있는 사용 시간 그래프를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어느새 아마존을 쳐다보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아마존이 재미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플랫폼, 작은 SEO/PDP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달라지는 고객의 반응. 이런 아마존이 재미있어서 어느덧 8년째 아마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설립자)보다 아마존을 더 많이 본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체감하는 아마존의 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아마존의 고객을 향한 집념을 앞으로의 칼럼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그냥 지나가면 돼요
자이언티 노래 가사가 아닙니다. 아마존 오프라인 매장인 Amazon Go의 결제 방식입니다. ‘고객 집착’을 미래 원칙으로 내세우는 아마존은 고객 맞춤, 고객 편리를 목표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집착은 AI와 만나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일례가 ‘Just walk out’이라는 결제 방식입니다. Amazon Go에서는 AI 카메라가 고객이 카트에 어떤 물건을 담는지 파악합니다. 그리고 고객이 손바닥을 스캔하면 생체 정보와 연결된 카드로 결제까지 이루어집니다.
첫 아마존 칼럼 주제로 어쩌면 가장 뜨거운 주제인 ‘아마존’과 ‘AI’를 가져오는 것은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반칙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그 목적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빠른 변화’와 ‘고객 중심’이라는 아마존의 두 가지 대표적인 특성을 관통하는 것이 AI를 활용한 최근 아마존의 변화이기에 이를 첫 칼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관심 있어하실 만한 제품들이에요!’ AI 기반 개인 맞춤형 광고 구좌 등은 이제 아마존에게 너무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AI를 활용하여 그 이상으로 아마존이 고객에게 ‘집착’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 AI 챗봇, 명절 선물 추천해줘!
출처: Amazon
올해 2월, 아마존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쇼핑 도우미 챗봇 ‘루퍼스(Rufus)’를 공개했습니다. 루퍼스는 아마존의 방대한 제품 카탈로그, 고객 리뷰, Q&A뿐만 아니라 웹 상의 정보들까지 학습하여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제품을 비교 및 추천해주는 생성형 AI 기반 쇼핑 도우미입니다.
‘명절 선물로 좋은 제품 추천해줘’, ‘이 바지 물세탁 가능해?’ 등 제품 관련 질문뿐만 아니라 ‘헤드폰 구매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알려줘’, ‘헤드폰과 이어폰의 차이는 뭐야?’ 등 카테고리 관련 질문에도 답변을 해줍니다.
아직 모든 유저에게 공개되지 않은 베타 버전인 만큼, 루퍼스의 효용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의 방수 여부, 배터리 수명 등 특정 제품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에 답을 줄 뿐만 아니라, 웹 상 정보에 기반하여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도 써준다는 점에서 쇼핑 도우미 그 이상의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폭력적인 게임을 추천해달라는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며 다른 건전한 옵션을 제시하는 영리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어떻게 질문하는지에 따라 루퍼스가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겨울에 손을 따뜻하게 해줄 싸이클용 장갑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따뜻한 날씨에 쓸 수 있는 장갑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TechCrunch
결국, 루퍼스도 아직은 잘 정제된 명확한 질문이 필요한 상태인 듯합니다. 우리는 Chat GPT로부터 원하는 결과물을 추출하기 위해 프롬프트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고민하지만, 아마존 고객들은 루퍼스를 어르고 달랠 인내심이 없습니다. 베타 버전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을 거쳐 루퍼스가 어떻게 진정한 도우미로 거듭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2 AI,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추천해줘!
출처 : Amazon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고 막상 입어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반품을 한 경험, 모두 한 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온라인 주문 의류의 평균 반품률이 24.4%라고 합니다. 이는 전체 온라인 반품률인 8%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올해 1월, 이 무지막지한 반품률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은 AI를 활용한 맞춤형 사이즈 추천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이 사이즈 추천 도구는 크게 4가지로 구성됩니다. 개인 맞춤형 사이즈 추천, 리뷰 하이라이트 요약, 사이즈표 재구성, Fit 인사이트입니다.
개인 맞춤형 사이즈 추천: 리뷰와 사이즈표를 왔다 갔다 하며 고객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아마존은 각 제품의 상세페이지에서 고객에게 맞는 사이즈를 추천합니다. 해당 브랜드의 사이징 특성, 사이즈 관련 리뷰, 고객의 평소 사이즈 선호도 등을 고려하여 고객이 선호할 만한 사이즈를 제안합니다. 특히 아동복의 경우, 고객이 다시 아동복을 구매하고자 할 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아이의 성장까지도 고려하여 사이즈를 추천한다고 합니다.
리뷰 하이라이트 요약: 사이즈를 추천받았다면, 이제 그 사이즈를 구매한 고객들이 어떤 후기를 남겼는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아마존은 해당 사이즈에 대한 리뷰를 요약하여 좀 더 크거나 작은 사이즈를 구매해도 될지 말해줍니다. 더불어, 입었을 때의 촉감, 핏과 같은 상세 내용도 취합하여 고객이 읽기 쉽게 요약해줍니다. 이제 고객은 수천, 수만 개의 리뷰를 일일이 훑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이즈표 재구성: 더 정확한 사이즈 정보를 제공하고자, 아마존은 다양한 경로로 제품의 사이즈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사이즈표를 재구성합니다. 보기 어려운 전체 사이즈표를 제공하는 대신, 고객이 구매할 만한 사이즈 위주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Fit 인사이트: 위의 세 가지 도구에서 AI는 다양한 경로로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얻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출처는 판매자가 직접 입력하는 데이터입니다. 판매자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기입하고, 나아가 반품률을 줄일 수 있도록 아마존은 AI 기반으로 고객들의 피드백을 취합하고 정리하여 판매자에게 제공합니다. 더불어, 이 피드백에 근거하여 판매자가 어떤 제품 정보를 더 보충해야 좋을지도 추천해줍니다.
이 변화에 대해 소개하며, 아마존은 ‘사이즈, 예산, 선호 스타일과 관계없이 모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쇼핑 경험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마따나, 이러한 맞춤형 사이즈 추천이 실제로 고객들의 구매 만족도에 얼마나 기여하고, 반품률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3 AI, 알아서 결제해줘!
이 글을 시작하며 언급했던 ‘Just Walk Out’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2018년 1월, 아마존은 무인 편의점인 Amazon Go를 런칭하며 ‘Just Walk Out’이라는 자동화 결제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센서와 카메라가 고객이 어떤 물건을 카트에 담는지 확인하고, AI로 고객의 성향까지 파악하는 ‘최첨단 기술’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출처: AWS
프로세스는 간단합니다. 고객은 아마존 앱을 출입구 센서에 인식시키고 매장에 들어갑니다. 선반에 달린 센서, 매장 내 카메라 등이 고객이 어떤 제품을 카트에 담는지 감지합니다. 구매하지 않을 제품이라면 선반에 다시 올려놓으면 됩니다. 그렇게 쇼핑을 끝내고 매장을 나가면 아마존 앱에 등록된 카드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가 됩니다.
출처: AWS
시작은 창대했으나, 이러한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Amazon Go는 점점 그 매장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시범 운영 당시 목표 매장 수는 2,000개였으나, 2023년 기준 30개에서 오히려 매장 수를 22개로 줄인 상태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오프라인 매장이 고객 경험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기술의 전시장이 되어버린 탓도 있습니다.
구매 모니터링을 위해 매장 천장에 수백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고, 이에 드는 비용은 인건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더불어, 아마존은 이후의 반품, 결제 오류 방지 등을 위해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사진을 일정 기간 동안 저장합니다. 이러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들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인 매장은 현금이 없음을 의미하고, 그것은 누군가에겐 편리함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소외감을 줄 수 있습니다. 앱에 등록된 카드가 있어야 진입할 수 있는 Amazon Go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접근조차 불가능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미국은 카드 발급이 불가능한 ‘비은행권’ 인구가 1,4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애초에 ‘고객’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더불어, 고객이 제품을 카트에 담았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지 않고 잘못된 자리에 놓는 경우 추적이 어려워 결제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합니다. 기술의 휘황찬란함에 집중한 나머지 고객 경험의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마요
‘아마존이 AI로 고객의 마음을 얻는 법’으로 시작한 글이지만, 위 세 가지의 변화가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마존이 다양한 변화를 꾀하며 고객이 아마존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좀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Amazon Go조차도 촘촘히 설치됐던 카메라를 줄이고 계산 및 제품 관련 문의에 응대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고 하네요). 결국 그 어떤 화려한 기술도 고객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마요’라는 말은 아마존에 올라간 자사 제품의 PDP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전하는 말입니다. AI를 다양한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저 또한 이 편리함에 속아 중요한 것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AI를 통해 작성한 SEO는 결국 고객의 클릭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하고, AI를 통해 만든 PDP 이미지는 결국 고객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제 마음 속에 되새겨봅니다. 아마존이 AI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결국 ‘고객을 향한 집착’이듯, 저 또한 AI라는 도구를 잘 구슬려 더 많은 아마존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경험하게 하고자 합니다.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는 세상에서 기술의 발전에 도태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고객’이니까요.
참고자료
1) Rajiv Mehta, Amazon announces Rufus, a new generative AI-powered conversational shopping experience, Amazon, 2024/02/01: https://www.aboutamazon.com/news/retail/amazon-rufus
2) Kyle Wiggers, Amazon’s new Rufus chatbot isn’t bad — but it isn’t great, either, TechCrunch, 2024/03/05: https://techcrunch.com/2024/03/05/amazons-new-rufus-chatbot-isnt-bad-but-it-isnt-great-either/
3) Apoorv Chaudhri, How Amazon Fashion is using AI to help you find the perfect fit, Amazon, 2024/01/08: https://www.aboutamazon.com/news/retail/how-amazon-is-using-ai-to-help-customers-shop
4) Sunny Zheng, The True Cost of Apparel Returns: Alarming Return Rates Require Loss-Minimization Solutions, Coresight Research, 2023/04/04: https://coresight.com/research/the-true-cost-of-apparel-returns-alarming-return-rates-require-loss-minimization-sol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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