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육아편지] #1 어린이집에 대하여
글 황인봉 (가명)
Editor's note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회적으로 아빠의 육아를 장려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 워킹대디의 육아기를 아들에게 쓴 유쾌한 편지의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인류 육아역사 20만 년이 넘도록 기저귀 가는 것은 여전히 왜 이리 힘드냐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고, 아들이 흘린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 보면 어느새 반은 자기 입으로 들어간다며 너스레를 떨다가,
아내는 동네 엄마들이랑 공동 육아라도 하지만 아빠는 육아친구 하나 없다며, 청승맞게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들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자세하고 코믹하게 편지 형식으로 하나씩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육아편지를 함께 열어 보시죠.
[육아편지] 헤어짐의 아픔을 견디는 방법 / 사진출처: oh_roy321 (필자 자녀)
아들아,
오늘도 난 어쩔 수 없이 너와 헤어진다.
어린이집이라 불리는 곳에
아직 어린이라 하기엔 너무나 작은 너를 맡긴다.
닫힌 문 밖으로
날 원망하는 너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 돈을 벌지 않겠는가.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빠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으니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난 아빠에게
빨래부터 개라는 네 엄마의 명령을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사흘 만에 월 목표 80%를 달성했다는 보고에
왜 100%가 아니냐는 상사의 말에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날 “아저씨”와 “꼰대”라 부르는 옆 후배를
내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나보다 4살 어린 동기는 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만
아빠가 참아야지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네 아빠는
널 어린이집에 맡기고 헤어짐의 아픔을 너와 같이
어쩔 수 없이 견뎌야만 한다.
그래도 너와의 헤어짐을 견디는 방법은
이 모든 것이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너와 나를 위한 최선임을 알고
내 스스로가 내린 적극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렇다!!
난 어쩔 수 없이 너와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일 너와 잠깐 헤어지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너와 나를 위한 최선이기 때문에
난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빨래부터 개라는 네 엄마의 말에 나는 대답한다.
“아니? 내가 개고 싶어서 갤 건데? 이건 내 선택인데? 시켜서 하는 거 아닌데?”
왜 100%가 아니냐는 상사의 갈굼에
나는 속으로 대답한다. “당신이 직접하시던지.”
하지만 그 말을 속으로만 하기로 한다.
나는 내가 “아저씨”이고 “꼰대”임을 선택한다.
다만 주변에 도움이 되는 아저씨이고
강강약약인 의로운 꼰대를 지향한다.
어린 동기가 내 이름을 좀 부르면 어떤가.
유교적 사상이 한국의 기업문화를 얼마나 망쳐 왔던가.
그러니 난 수평적인 호칭을 선택한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니 그 누굴 욕하겠으며 그 무엇에 불만을 가지랴.
어찌 할 수 없다는 말은
자신의 책임과 죄책감을 줄이려는 자위일 뿐.
그러니 나의 선택으로 널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의 선택으로 인해 울음을 터트린 너를 뒤로한 채 난 일터로 향한다.
너와 나를 위한 최선의 미래를 위해
그렇게 나와 더불어 대한민국 백만 명의 아빠들이
매일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헤어진다.
그건 우리의 선택이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건 약한 남자의 언어다.
그래서 오늘 좀 더 빠른 퇴근 준비를 한다.
지하철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엉키어 출근했을 때와는 달리
여유 있는 지하철 칸에 심지어 앉아서 가는 사치를 누린다.
그렇게 한 시간을 가면 드디어 너의 어린이집 앞이다.
문 앞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너의 작은 옹알이가 들린다.
내 가슴이 설레어 두근거린다.
나의 그리움이 해소되는 순간이다.
너가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난 자세를 낮추고 넌 두 팔을 뻗어 나에게 안긴다.
작은 너의 몸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운다.
하루 종일 그리웠던 아들아,
훗날 네가 좀 더 자라면
우리가 멀어질 날이 올거다.
그리고 너 또한 어쩔 수 없는 세상을
마주했을 때 너의 선택이라 믿어라.
아니 너의 선택임을 알아라.
그러면 너의 세상을 책임질 용기가 생길 거고
너의 세상을 바꿀 능력이 자랄 거다
그 과정과 결과가 항상 유쾌하진 않겠지만
이것 하나 약속하마.
네가 어떠한 선택을 해서
어떠한 모습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든
널 자랑스럽게 안아주마.
지금처럼, 지금처럼, 행복하게 웃으며 말이다.
내일도 우리는 이 어린이집 앞에서
헤어짐을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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