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태동기 - AMORE STORIES
#화장품 광고와 아름다움의 문화사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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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태동기


 화장품 산업이 막 시작되던 일제강점기, 소비 유행의 중심에는 경성의 '모던걸'이 있었습니다.교사, 의사, 간호사 등 소수 엘리트 전문직 여성들과 신종직업으로 등장한 헬로걸, 엘리베이터걸 등의 여성들이 서구적인 유행을 선도했는데요.

 이 시대의 화장산업은 서구식으로 생산된 일본 화장품과 자생적으로 생겨난 국산 화장품이 공존하였습니다. 일본 제품들이 다양한 전략으로 판매를 늘려가자 국산 화장품들은 본격적으로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경쟁 전략을 사용하게 됩니다.
 "박가분을 항상 바르시면 죽은깨와 여드름이 없어지오,
 얼굴에 잡티가 없어져서 매우 고와집니다"

 이 문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화장품으로 등록된 상표 '박가분'의 광고 카피입니다.

 1922년의 박가분의 첫 광고는 간단한 그림과 함께 한글 한자 병기로 표기하여 여성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광고를 제작하였습니다. 배열은 다소 산만한 구성이지만, 당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표현 되어 있는데요.

 이듬해인 1923년의 광고는 제품 사진을 실사로 촬영하여 제작하였고 1924~1925년의 광고는 그림 없이 헤드라인을 강조한 카피를 통해 제품판매에 꼭 필요한 내용을 논리적이고 알기 쉽게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 한복차림의 여성 상반신과 제품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것이 특징인 1921년의 광고

 우리나라의 첫 국산 화장품 브랜드 박가분에 뒤이어 '설화분'이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탄생하게됩니다. '설화분'은 박가분 보다 늦게 탄생했지만 박가분보다 먼저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다음 해 1922년의 광고는 한복차림의 여성이 아닌 서양 여성의 사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박가분보다 좀 더 서구적이며 진보한 제품임을 알리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한국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바로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주의의 거대한 물결 '아메리칸 드림' 전쟁 이후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들에게 미국은 풍요로운 경제대국이자 자유와 민주의 상징이 되며, 당시 한국이 지향해야 할 '현대화'의 표본으로써 대중들은 미국 할리우드 스타일을 모방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스타일이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도 유행하고 있는 포마드 머리입니다.

 해방 후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한때 퇴보하다 미군정시대를 맞아 완전 자유화의 기회를 얻었고 화장품 사업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방 후 첫 화장품 광고 게재는 브랜드 '동보화장품'
'동보화장품'광고는 처음엔 그림이나 사진 없이 회사명이 표기되는 정도였지만, 1949년 본격적인 광고를 시작하며 일관된 디자인의 레이아웃, 보더라인(border line) 등을 유지해 이른바 시리즈 광고 제작 기법을 채택하였습니다.
 국산 화장품의 열기가 오르는 시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산 화장품의 자부심은 잠시 침체기를 겪게 됩니다.


1948년 태평양화학이 처음 내 놓은 브랜드 [메로디]

 아모레퍼시픽의 창립자 서성환은 모친의 대를 이어 모친이 운영하던 '창성상점'을 '태평양상회'로 발전시켰고 다시 회사명을 '태평양화학'으로 변경하였습니다.

  1948년 태평양화학이 처음 내놓은 브랜드 '메로디(MELODY)'는 그가 중국 베이징에서 보았던 고급 화장품을 떠올리며 심혈을 기울인 끝에 탄생하였습니다.메로디 상표는 이전의 화장품 브랜드 상표와는 디자인이 확실히 구별됩니다.70년 전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으로 덕분에 메로디 크림과 포마드는 인기리에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광고 모델로 한국 여배우를 등장시켜 광고의 변화를 일으킨 [ABC화장품]

 아메리칸 드림의 물결이 들어온 후 미국 남성 헤어스타일 포마드 머리는 한국 전쟁 중에도 인기었습니다. 남성용 포마드는 만들기 무섭게 팔려나갔고 1951년 한국 최초의 순식물성 포마드 'ABC포마드'가 탄생합니다.

 태평양화학은 번들거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윤기가 나는 포마드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였는데요. ABC포마드의 인기는 당시 외제 모조품과 밀수품을 모두 무너뜨릴 정도로 선풍적이었습니다.

 ABC화장품 또한 광고를 만들게 되는데 ABC비듬약으로 광고를 시작합니다. 연구실의 전문 인력이 생산해 낸 제품인 만큼 풀질에 대한 우수성을 크게 홍보하기 위해 수상 내역을 카피로 내걸었는데, 그 후 1956년 한국 광고사에 기록할 만한 광고를 제작합니다.

 바로, 한국 여배우를 광고 모델로 등장시킨 것.
당시 할리우드 스타들의 등장으로 영화배우데 대한 선망이 대단했는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김보애'를 모델로 내세운 이른바 스타마케팅의 시류를 제대로 활용한 것이죠.뒤이서 신문에 게재된 광고들은 광고면의 절반 크기 정도를 브랜드 네임으로 배치하는 디자인을 사용했습니다.
 그림의 완성도나 인쇄 상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지만, 미국문화의 영향으로 광고의 카피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고 한자의 비중이 약화되었으며 영어의 사용이 늘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제품이 다양해지고 광고 횟수가 늘어나면서 광고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광고 형태와 크기가 다양해지고 제품 일러스트가 한층 정교해지고 모델은 대부분 사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이후 경쟁성장과 더불어 본격적인 근대화 시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옷들 화장품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와 화장 행위는 근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소비주체가 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이후 국산 화장품 업체들이 앞다투어 생겨나면서 '방문판매'라는 새로운 유통조직도 생겨나고 화장품의 종류도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 또는 할머니 서랍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 [코티]

 태평양화학은 1960년 '코티(COTY')'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코티분을 국내에서 발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코티분은 국내 생산이 시작되면서 빈 용기가 거래되는가 하면, 모조품이 생겨나기도 했는데요.
 이 사건으로 태평양화학은 코티분의 우수성과 기술 제휴 정보를 담았던 광고를 정품 용기를 개봉하는 사진을 순서대로 실어 정품을 구분하는 방법을 광고에 내걸었습니다.
  • 리도 분백분(1962), 오스카 푸라센타 홀몬크림(1963), 부루버드(1966)

 그 외 브랜드 '리도(LIDO)' '오스카(OSCAR)', '브루버드(BLUE BIRD)를 출시하였는데, 오스카의 경우비너스 석고상을 중앙에 배치하는 등 광고 형태나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기법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64년엔 방문판매 브랜드 '아모레(AMORE)'도 출시되었습니다.
지정파내소를 통해 화장품을 판매해 오던 태평양화학은 제품 지식이나 소비자 서비스에 한계를 나타내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문판매를 도입했습니다.

 아모레는 방문판매 전용 브랜드라는 것 외에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전된 전략을 구사하였는데요. 브랜드 로소 이외에 회사 심벌마크를 제작하였고 인쇄광고 외에 1964년 TV CF를 처음으로 시도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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