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유전자 지도 통한 차나무 뿌리 추적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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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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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전자 지도 통한 차나무 뿌리 추적



강호정(姜鎬玎) 교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주요 경력
  • 2007 - 현재 연세대학교 교수
    2013 - 2014 미국 Princeton University 방문교수
    2001 - 2007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1999 - 2001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박사후 연구원

  • 학력
  • 1986 - 1990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이학사
    1993 - 1995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1995 - 1999 영국 University of Wales, Bangor, Ph.D.

  • 대표 저서
  • 2020 다양성을 엮다, 이음출판사
    2012 와인에 담긴 과학, 사이언스북스




녹차가 여러 종교 중에서 특히 불교와 연관이 깊다는 점은 차나무의 유래에 대한 전설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달마 대사(보디다르마, Bodhidharma)는 9년간 벽만 쳐다보는 면벽 수행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행 중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눈꺼풀을 잘라 땅에 던져 버렸다고 한다. 그곳에서 나무가 나와 자라났는데 이것이 바로 차나무가 됐다는 전설이다. 실제로 졸음을 쫓으면서도 수행이 가능하도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차에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전설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 기록을 보면 중국에서 재배되던 차는 17세기에 네덜란드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후 50여 년이 지난 뒤 영국으로 퍼져 나갔고, 아편전쟁 등으로 차의 주산지인 중국과 갈등이 깊어지자 영국인은 식민지인 인도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근대에 들어 차는 이렇게 아시아와 유럽을 돌고 돈 셈이지만, 과연 언제부터 인류가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는지는 아직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문헌에서는 적어도 2000여 년 전부터 차나무를 재배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인간이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 일로 추정된다.





인간들은 보통 야생에 사는 식물의 열매나 잎을 먹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이것을 재배하면서 순화(馴化, domestication)라는 방법으로 품종을 개량해왔다. 상상의 나래를 펴보자. 야생에 있는 어떤 식물들은 곤충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신경독소 작용을 하는 카페인을 축적하기 시작했고, 카테킨과 같은 항산화 물질도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연히 이 나뭇잎을 맛본 인간이 그 속에 있는 카페인이나 테아닌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고, 아마도 이를 자기 거주지 주변에 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육종의 과정을 통해 이런 물질들이 많이 축적된 품종들을 선택적으로 키우게 됐을 것이다.

차나무 역시 이런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은 되나 문제는 야생에 존재하는 차나무가 없어서 조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도 시조에 해당하는 차나무 품종은 이미 멸종했을 수도 있고, 설사 살아남아 있다고 해도 인류가 순화를 시작한 지역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인 DNA 분석을 통해 차나무의 기원이나 순화 과정을 어느 정도는 추론할 수 있다. 차나무 개체 두 개의 유전자가 비슷할수록 최근에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으며, 유전적 차이가 크다면 아주 오래전에 공통 조상에서 떨어져 나왔음을 의미한다. 주요 작물인 쌀, 옥수수, 올리브 등은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야생의 어느 식물에서 어떻게 유래했으며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즉 개체의 족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차나무는 ‘Camellia sinensis’라는 하나의 종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 아래 1500여 개의 재배 품종이 알려져 있다. 이 중 가장 뚜렷이 구분되는 두 가지는 바로 중국 차나무와 아삼 차나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차나무는 중국 남부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도의 아삼 차나무는 두 개의 조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중국 윈난 지방에서 유래했고, 다른 것은 인도 아삼 지역 자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차나무와 아삼 차나무의 유전자 차이에 근거해 얼마나 오래전에 서로 갈라져 나왔는지를 추정해 보니 약 2만2000년 전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아마도 이 두 식물은 서로 유전적으로 다른 길을 가다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인간들에 의해 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아삼차의 두 종류, 즉 중국 유래와 인도 유래는 상대적으로 최근인 2700년 전에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인간의 차 재배가 시작된 이후에 유전적 분리가 일어난 셈이다. 또 다른 유명한 재배 품종인 ‘크메르’라는 차나무도 사실은 중국차와 아삼차의 교잡에서 나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비판도 많이 존재한다. 최근 들어 중국 차나무와 아삼 차나무의 전체 유전자 게놈(genome) 초안이 발표됐다. 즉, 차나무 전체 유전자 지도의 대략적인 개요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근거해 완전히 새로운 해석들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이 두 재배 품종이 동일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시점은 2만2000년 전이 아니라 훨씬 전인 38만~150만년 전이라는 것이다. 전체 게놈 초안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앞으로 많은 연구와 새로운 후속 발견들이 기대된다.

사람들이 족보를 잘 관리하려고 했던 것은 조상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겠지만, 결국 후손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차나무 족보를 잘 알게 되면 현재에 더 좋은 차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테아닌이 많거나 카테킨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면 현대에도 우리가 원하는 재배 품종을 만드는 데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강호정의 차의 테루아르와 과학’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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