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나면 참 쉬운 음료, 와인 양조 과정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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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참 쉬운 음료, 와인 양조 과정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쉽게 접하는 와인 이야기
제1화. 알고 나면 참 쉬운 음료, 와인 양조 과정
profile
칼럼니스트 | 김민우 님
이니스프리 GTM팀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빅토르 위고

유구한 전통을 가진 우리의 전통 술인 ‘막걸리’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갓 삶은 수육과 김치를 곁들여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는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반면 와인이라고 하면 조금 다른 이미지가 연상되실 겁니다. 레스토랑에 잘 차려입고 앉아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신다면 이 매력적인 음료의 극히 일부분만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시원한 맥주처럼, 때로는 식후에 마시는 달콤한 에이드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와인의 원료, 포도의 재배와 수확


맛있는 한 병의 와인은 잘 익은 포도에서 시작됩니다. 와인의 원료인 포도는 같은 지역에서 재배되었어도 밭의 배수, 일조량, 토양의 성질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탄생시킵니다. 따라서 ‘여기가 내가 살던 동네가 맞나…’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해마다 변덕스럽게 바뀌는 기후로 인해 포도의 발육 상태가 매년 달라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유난히 더운 해에는 포도가 빨리 익어 많은 당분을 축적하지만 상큼한 산미는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와인 메이커는 더운 해에는 수확을 조금 이르게 하여 포도의 산도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추운 해에는 포도가 덜 익어 당도가 낮고 식물성 아로마가 강한 떫은 포도가 생산됩니다. 이러한 경우, 와인 메이커는 포도를 더 익혀 와인의 원료로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수확을 늦춥니다. 하지만 포도가 나무에 매달려 계속 비를 맞는 등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년과 비슷한 시기에 조금 이르게 수확한 후 당을 첨가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포도의 당도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이후 설명할 와인의 최종 알코올 도수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와인 메이커는 최적의 수확 시기를 찾는 데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금지옥엽 열심히 키운 포도를 수확할 차례입니다. 와인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수확 과정에 드는 비용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포도 수확 방식으로는 사람들이 포도나무 그루마다 붙어 전지가위를 사용해 수확하는 전통적인 ‘손 수확’ 방식과 기계로 가지를 털어 수확하는 ‘기계 수확’ 방식이 있습니다.


< 손 수확(좌) / 기계 수확(우) > 출처: pxhere


손으로 직접 수확하는 방식은 포도를 조심스럽게 다루므로 포도가 미리 으깨어져 불필요한 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수확과 1차 선별이 동시에 진행되어 양질의 포도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인건비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돈이 드는 만큼 와인의 품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명 산지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은 대부분 손 수확 방식을 이용합니다. 손으로 수확하는 것을 의무로 지정해 지역의 이름을 딴 와인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와인 양조 과정의 꽃, 발효


포도가 와인이 되는 과정의 하이라이트! 알코올 발효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이 ‘알코올 발효’ 과정은 양조 과정의 꽃이라 불립니다. 포도 주스가 알코올을 함유한 술이 되는 과정은 효모가 당분을 섭취하고 알코올, 이산화탄소, 열을 배출하는 과정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포도의 당도가 알코올 도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습니다. 효모의 양식이 되는 당분이 풍부해야만 에탄올(알코올)이 많이 생성되어 도수가 높은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 효모는 예민하고 까다로워서 온도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21도~28도 사이에서 열심히 당분을 섭취하여 알코올을 생성하므로 발효 과정에서 온도가 너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높은 도수의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분과 효모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무한대로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이 약 15%가 되면 효모가 살기에 지나치게 척박한 환경이 되어 당분이 남아있어도 효모는 죽게 됩니다. 이때 발효되지 않고 남은 당분을 ‘잔당’이라고 하는데 최종적으로 생산되는 와인에 남아 단맛을 더합니다. 그럼 이제 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알코올 도수가 높고 잔당감이 있는 와인은 어떤 날씨에서 생산되었을까요? 맞습니다. 포도가 잘 익을 수 있을 만큼 해가 쨍쨍하고 더운 곳인데요.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와 같은 유명 산지가 있습니다.



와인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 침용


발효가 끝난다고 해서 와인 제조 과정이 완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은 흔히 눈, 코, 입 모두로 느낀다고 하죠. 이번에는 와인에 색을 입힐 차례입니다. 와인의 색은 포도 알맹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포도 껍질에서 나옵니다.


< 적포도 발효 장면(좌) / 품종별 와인 색상(우) > 출처: David Silverman-Getty Image / Eatingwell.com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와인 색상이 만들어집니다. 어두운 적포도의 껍질은 와인을 붉게, 더 나아가 검은색에 가깝게 만듭니다. 적포도의 껍질과 포도 주스가 접촉해 있는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핑크빛의 로제 와인이, 접촉 시간이 긴 경우에는 검정색에 가까운 레드 와인이 생성됩니다. 화이트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포도 껍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와인의 색이 오렌지빛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오렌지 와인’으로 화이트 와인의 한 종류입니다. 네, 오렌지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침용은 단순히 색만을 위해 진행하는 작업은 아닙니다. 이 과정을 통해 껍질과 포도나무 가지로부터 탄닌이 추출되고 우리가 아는 와인 특유의 탄닌감이 만들어집니다. 진한 레드 와인을 마시면 느끼는 떫음과 침이 마르는 느낌이 바로 탄닌감인데요. 탄닌은 산소에 의한 와인의 산화를 방지합니다. 오랜 기간 숙성되면 와인 고유의 산미와 어우러져 맛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와인 고유의 쓴맛과 떫은맛이 주는 무게감을 원하는 경우에는 3~4주 정도 길게 침용하고,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의 와인은 1~2주 정도 짧게 침용합니다.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출시되는 보졸레 누보와 같은 제품은 숙성 없이 가볍게 마시는 햇와인이므로 침용 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보졸레 누보와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교해서 마셔보시면 탄닌감이 와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은 아니지만요.



와인이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 숙성


발효가 끝난 와인은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일정 기간 숙성됩니다. 오랜 시간 숙성되면서 와인의 맛과 향, 색까지 모든 것이 변하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오크통 숙성입니다. 오크통은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전히 밀폐되지 않으므로 공기와 조금씩 접촉해 내부에 있는 와인을 천천히 산화시킵니다. 이는 와인 본연의 과일 아로마 외에 부케라 불리는 독특한 숙성향을 만들어 냅니다.


<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오크통 > 출처: Unsplash



바닐라향이나 버터향, 코코아향, 훈연향, 심지어는 가죽, 볶은 커피, 정향, 생강향이 나기도 합니다. 와인 메이커는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오크통 숙성을 할지, 한다면 기간은 어떻게 할지 등을 까다롭게 결정합니다. 오크통 숙성은 와인에 좋은 풍미를 입히지만 하나에 100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마음껏 이용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 오크통과 헌 오크통을 골고루 사용하거나 크기가 매우 큰 오크통을 사용하는 등 해당 방식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욱 경제적인 방식으로 숙성을 하는 와인 메이커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오크통이 크기가 작고 새것일수록 와인과 닿는 면적이 넓어 강한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오크통 숙성의 풍미를 좋아하는 소비자를 위해 와인에 오크칩을 넣어 저렴하게 향을 내기도 합니다. 강렬한 오크향을 내뿜는 와인의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 오크칩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와인이 오크통 숙성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과실 본연의 향을 그대로 유지하는 신선한 스타일을 원하는 경우에는 완전 밀폐가 가능한 스테인리스 탱크를 주로 사용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뉴질랜드의 화이트 와인은 오크통 숙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향 외에도 청포도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한 과실향에 집중해 시트러스향과 열대과일향이 가득한 멋진 스타일을 선사합니다. 같은 이유로 코르크 마개가 아닌 돌려서 여는 스크류캡을 가진 와인도 공기 유입을 완전히 차단해 숙성을 막고 과실 본연의 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사실도 알아 두시면 좋습니다.


< 스크류캡 와인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흔한 오해입니다 > 출처: pxhere




그 외 마무리 단계


이제는 와인 탄생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숙성 과정에서 통 밑에 쌓이는 침전물을 분리하고 산화 방지를 위해 아황산염을 첨가합니다. 경우에 따라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하여 고유의 맛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후 와인의 색을 맑게 만드는 정제와 여과 과정을 거쳐 병에 넣으면 최종적으로 한 병의 와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와인의 탄생 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끝없이 많은 내용이 숨어있지만 기초를 다지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어느새 돌아온 테라스의 계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테라스에 앉아 칠링한 화이트 와인 한 잔 어떠신가요? 신선한 과일향과 산미가 살아있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도 좋고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신선한 리슬링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와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하며 오늘 첫 번째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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