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ose work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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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se work

Columnist |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제2화. Choose work




칼럼니스트 | 아모레퍼시픽 비전지원팀 신기훈 님



#Previously ( 1화 일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
지난 칼럼에서 “일이 잘 진행되면 게임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 “일이 재미없다면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번 칼럼부터는 일이 잘 진행되게 하기 위한 내용을 차례차례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 칼럼을 시작하며 언급했지만, 재미있게 일하는 방법이나 일이 잘 진행되게 하는 방법?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칼럼을 쓰면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너나 잘해!” 같은 말을 듣는 것입니다.(물론 아직 그런 케이스는 없습니다만…) 저 또한 이왕이면 일을 재미있게 하고 싶고, 이왕이면 잘하고 싶어서 칼럼이라는 걸 쓰게 되었으니 공감이 잘 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 하나라고 너그러이 봐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칼럼부터는 ‘단순 뇌피셜+주관적인 관점’보다는 책에서 통찰을 얻은 내용을 조금씩 소개하며 내용을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1. 의미를 선택하자: 열정과 목적의식
일을 ‘재미있게’ ‘잘’하기 위해 첫 번째로 다뤄야 할 것은 ‘동기 부여’다. 기획의 천재, 마케팅의 천재, 데이터의 천재라고 한들, 하는 일에 동기가 없다면 일은 진행되지 않는다. 동기가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일이 재미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내 사례를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때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소명의식’에 대한 워크숍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다닌 적이 있다. 왜 일을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우리 회사가 하는 일로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결하는 워크숍이었다. 그 워크숍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이 과제에 신나게 빠져들었다. 동료들과 몇 차례 시뮬레이션도 하고, 일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도 나누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게다가 밝은 표정으로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들이 남겨준 피드백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전 사 구성원 대상으로 운영하면서 나는 이 일이 정말 중요한 일로서 사람들이 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고, 그를 통해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난 지쳐버렸다.

물론 강도 높은 노동이긴 했다. 일주일에 2-3일을 8시간짜리 워크숍을 운영하는 데 할애했고, 하루 종일(정확히는 8시간) 참석자들의 반응을 읽으며 과정을 이끌어가야 했다. 또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계획된 방향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화제를 이끌어내야 했다.(용인까지의 출퇴근 시간도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지쳤고 그러고 나니 더 이상 과정을 진행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이상 공감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서는 눈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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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믿음마저 없었다면 아마 그 시기를 온전히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당시에 내가 한 일은 분명히 강도 높은 노동이지만 무엇보다 날 지치게 만든 건 내가 좋아하는 형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 일이 지겨워졌던 것이다.

실제로도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에는 ‘목적의식’과 ‘열정’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비슷한 말 같고 여러 상황에서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지만 동일한 뜻은 아니다. 일에 열정이 있다는 말은 그 일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는 뜻이다. 흥분과 열의를 느끼는 것이다. 목적의식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인/조직/사회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할 때 느끼는 그것이다. 열정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목적의식은 '기여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열정은 '세상이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는가'를 묻지만, 목적의식은 '내가 세상에 뭘 해줄 수 있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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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부여가 되면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하게 된다. (‘더 많이’ 혹은 ‘더 오래’ 한다가 아니다.)



나는 워크숍을 운영하는 일에 높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의 형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열정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겪었던 것처럼 어느 업무에 강한 목적의식을 느끼지만 열정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 일에 온전히 동기를 부여하려면 열정만으로도 되지 않고, 목적의식만으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열정과 목적의식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열정과 목적의식이 일치되었을 때,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고 실제로 좋은 결과를 낸다. 그리고 그 좋은 결과는 다시 열정과 목적의식을 강화한다. 열정과 목적의식이 일치되었을 때 일은 재미있어진다. 반대로 열정과 목적의식 없는 일을 계속하는 것만큼 힘든 건 없다.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열정만 높은가, 목적의식만 높은가, 둘 다 높은가, 아니면 고단하고 허무한 시시포스의 형벌을 받고 있는 중인가. 나를 다시 동기 부여 상태로 세팅하기 위해서는 나의 열정, 내 일의 목적의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열정을 찾는다
열정은 일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나는 언제 열정적인가?’ ‘내가 일 그 자체로 즐거움을 얻는 업무 유형은 무엇인가?’ ‘어떤 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했었나?’ 기억을 되짚어 과거에 내가 신나게 일에 몰두했던 경험을 찾아보자. 온전히 개인의 주관적 정서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마치 MBTI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열정을 찾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영역에 걸쳐서 열정을 느낄 수도, 특정 분야에서 강하게 열정을 느낄 수도 있다. 흔히 발견되는 유형의 열정은 다음과 같다.
- 성공 혹은 큰 성과를 냈을 때의 흥분(성취 열정), 창의적 에너지를 발휘할 때의 스릴(창작 열정), 사람들과 함께하는 데서 느끼는 열의(사람 열정),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학습 열정), 일을 잘할 때 느끼는 짜릿함(능력 열정).

2. 목적의식을 찾는다
내가 하는 일에서 목적의식을 찾기 위해 먼저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 일이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내가 하는 일이 별다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때가 분명히 존재한다.(이에 대해서는 아래에 따로 언급한다.) 또한 그 일은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일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면, 그 일이 중요한 목적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할 것이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다. 나는 워크숍을 운영하는 것에 지칠 때마다 참가자들의 피드백 설문지를 들여다봤다. 아마 여러분도 각자의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새로운 역할을 찾는다
지금 하는 일이 시시포스의 형벌 같다면 방법이 없다. 다른 일을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된다. 쉽게는 팀에서 새로운 역할이나 해보지 않은 다른 업무로 전환할 수도 있고, 팀에서 놓치고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도 있다. 다른 일을 수행하는 부서를 물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모튼 한센, <아웃퍼포머: 최고의 성과를 내는 1%의 비밀>, 2019.



긴 시간에 걸친 워크숍 운영 과정을 결국에는 마무리지었다. 물론 나 혼자 다 한 건 절대 아니다. 사실상 팀원 모두가 투입이 되어서야 전 구성원을 커버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워크숍을 다 끝마치고 나서도 특별히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굳이 따지면 교육만족도 점수와 교육참석인원 숫자가 남았다. 다만 그 일은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일이 아니라는 것, 좋아하지 않는 유형의 일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성과라면 성과다. 그 후로 비슷한 목적의 업무는 계속해나갔지만 다른 유형의 일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2. 일을 선택하자: 진짜 일과 가짜 일
위에서 내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려면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모든 일이 다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이야.” 이렇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착한 역할을 하고 싶지만, 일의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 이야기도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진짜 일’이 있고 ‘가짜 일’이 있다.

일에는 본질이 있다. 예를 들어 칼럼을 쓰는 일이라면 실제로 칼럼을 써 내려가는 것이 이 일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 자료를 조사한다든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본다든지,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다든지 하는 일도 필요하다. 분명히 필요한 일들이지만 일의 본질은 아니다. “칼럼을 쓴다”라는 일에서 칼럼을 쓰는 것을 ‘진짜 일’, 칼럼을 쓰는 일 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작업을 굳이 ‘가짜 일’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그만큼 본질에 더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는 일에서도 ‘진짜 일’과 ‘가짜 일’을 나눠볼 수 있다. 분명 ‘가짜 일’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게 ‘진짜 일’보다 더 많은 공수를 투입하거나 지나치게 되면 일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할 수 있다. 일의 본질이 흐려진 상태로는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내 에너지를 쏟을 수 없고, 일이 잘 진행될 리 없고, 재미있을 수 없다.

대표적인 가짜 일의 유형과 발생 원인은 다음과 같다.


가짜 일 1. 보여주기
결과가 아닌 투입이나 태도를 성과로 위장하는 것이다. 안 해도 될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는 것, 내용 없이 양만 많은 보고서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무엇이 성과인지 명확하지 않은 일을 할 경우나 상위 리더의 주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권위적인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다.

가짜 일 2. 시간끌기
대표적인 것이 '검토'다. 온갖 방식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회의를 열고 더 자세히 검토하자며 다음 회의를 잡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 실행이 아닌 검토, 보고, 회의가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조직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실행 기준을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보고를 하는 것이 미덕이다. 잘못된 결정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만, 실행하지 않은 것에 책임을 묻기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보상은 작고 처벌이 큰 조직 혹은 의사결정의 권한이 상부에 집중된 조직에서 자주 발생한다.

가짜 일 3. 낭비하기
한국의 경우 의전이 대표적인 낭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학사 방문을 이유로 대청소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과도한 의전은 예의가 아니라 자의식 과잉의 상사, 아부와 기회주의로 뭉친 부하 직원, 적절한 통제와 감시의 부재라는 3요소가 야합한 것이다.

가짜 일 4. 다리걸기
경쟁사보다 동료에 대해 적개심을 가진다. 특정 소수가 그룹을 만들어 소통과 협업을 꺼리는 ‘패거리 문화’가 있다면 다리걸기를 의심해야 한다. 시간끌기와 마찬가지로 보상이 작고 처벌이 큰 조직에서 발생한다.

가짜 일 5. 끌고가기
혼자 책임지지 않기 위해 물귀신처럼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넘쳐나는 회의와 이메일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끌고가기의 실제 목표는 공유가 아닌 책임의 회피와 분산이다. 앞서 언급된 사례와 유사하게 실패에 대한 과중한 책임을 묻는 조직, 권위적인 상사 밑에서 발생한다.

강승훈, <이제부터 일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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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일을 계속하는 것만큼 일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게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위 다섯 가지의 경우를 읽으며 처음에는 공감을 하다가 특정인을 떠올리자 부정적인 감정이 불타올랐다. 다행히 시간이 조금(한참) 지나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짜 일의 유혹에 빠진 적은 없나?’ 나 역시 조직과 같은 맥락에서 생활을 하는 만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혹여 위 다섯 가지 가짜 일을 읽으며 비판적인 감정이 생긴다면, 조직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자. 내가 떠올린 그 특정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며 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변하는 것이 훨씬 쉽고 나에게 도움이 된다.



#2화를 마치며
일은 다양하다. 일에 대한 각자의 인식은 더욱 다양하다. 결국 스스로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2022년 현재, 사람들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종교적 의미로 일을 보는 관점도 많이 줄었고(2021년 기준으로 종교를 가진 20대가 22%밖에 안 된다), 노동 자체를 ‘신성’하게 보는 근현대적 관점도 옅어졌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관점도 이제는 줄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있다. 아니 조금 더 능동적인 표현으로 바꿔 ‘일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전보다 줄어든 일의 의미는 우리 개개인이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일 자체에 부여된 것이다. 일 자체에 이미 부여되어 있는 의미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부여된 의미가 줄어든 일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와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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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일의 의미를 누군가 대신 부여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찾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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