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유튜브 만드는 마음 #1
글
한다혜 메이크업프로팀
#12년차 PD지만, 유튜브는 처음인데요
제가 헤라 유튜브 채널을 맡은 지도 벌써 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이룬 성과를 묻는다면 잠시 주저하게 됩니다. 초기 목표는 ‘실버 버튼’(10만 구독자 달성)이었습니다. 아직 목표에 비해 구독자 수가 약 1천 명 모자랍니다.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라는 격려의 말을 듣기도 하고, 출연자를 알아봐 주는 열성 구독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이 직접적으로 주문량을 증가시키거나 브랜딩에 혁신적인 기여를 했다고 명확히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콘텐츠 기획자로서 항상 업의 본질을 되새기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내 작업이 실제로 매출에 기여하고 있는가?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때로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브랜드 운영이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축소될 수 있는 분야라고도 생각합니다. 채널 운영 전략을 세우고, 제작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일곱 번째 시리즈를 론칭한 지금까지도 저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봅니다.
“과연 헤라에게 유튜브가 정말 필요할까?” 처음에는 확신이 부족했지만, 점차 그 중요성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네, 유튜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10만 구독’ 달성을 앞두고 있는
헤라 채널
다양한 시리즈를 마련해 인기 몰이 중인 헤라 유튜브 채널!
1 유튜브 채널, 키울까 말까? 브랜드의 딜레마
브랜드가 유튜브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캠페인 영상이나 다양한 목적으로 제작된 브랜드 영상을 모아 두는 아카이브 방식입니다. 두 번째는 헤라 채널같이 새로운 영상 문법을 적용하여 유튜브 전용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행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은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전략입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주요 마케팅 전략에서 제외하는 이 세 번째 접근법은 상당히 과감해 보일 수 있어요. MZ세대 사이에서 예약 경쟁이 치열한 팝업 이벤트를 주최하는 ‘요즘 브랜드’들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신 적 있나요? 채널 운영에 열정적인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앱이자 정보 검색과 트렌드 공유의 장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의 시대에 이런 전략을 택하는 브랜드를 보면, 제 일이 꼭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유튜브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브랜드들
/ 출처 : 논픽션, 탬버린즈
걱정은 잠시 제쳐 두고,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20초 내외의 커머셜 영상이 연속으로 송출되는 TV 채널이나 광고도 일종의 정보로 받아들여지는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유튜브 콘텐츠 소비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콘텐츠 기획자로서 다루어 본 채널 중 유튜브가 가장 애매하고 두렵게 느껴졌어요. 기업 채널이 대형 유튜버로 성장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모객의 장벽이 상당히 높아요.
이는 유튜브 사용자들의 광고 민감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건너뛸 수 없는 5초 인스트림 광고나 몰입을 방해하는 중간 광고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죠. 친근했던 유튜버가 유료 광고 콘텐츠를 시작하면 마음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시청자들은 오가닉 콘텐츠를 즐길 시간도 부족합니다. 유튜브로 예능 하이라이트와 최애 연예인의 활동을 챙겨보고 외국어나 부동산 공부도 해야 하는데, 기업이 자신들의 제품을 자랑하는 영상까지 볼 여유가 없죠. 유튜브의 흥미로운 썸네일과 추천 영상들이 우리의 시간을 빼앗으려 경쟁하고 있어요.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시청자가 더욱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선택합니다. 복잡한 알고리즘 속에서 기업 채널은 점점 더 어려움을 겪죠.
브랜드 담당자들로부터 ‘유튜브 진출, 어떻게 시작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먼저 그들의 목적을 물어봐요. “왜 시작하고 싶은 건가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가요?”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브랜드의 진정한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인지를 가늠해 보기 위한 질문입니다. 때로는 ‘유튜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튜브가 요구하는 자연스러움, 유머, 그리고 독창적인 콘텐츠가 항상 브랜드 전략과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이 판타지를 자극하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며 일정한 거리감을 두는 것이라면, 유튜브는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헤라가 추구하는 ‘서울 뷰티’도 그런 도도함과 어느 정도는 닿아 있는데요. 그럼에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된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이나 아티스트들처럼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이들도 유튜브를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대중과의 깊은 연결을 이끌어 내곤 합니다. 글로벌 스타들조차 유튜브를 통해 솔직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나 기존 비주얼과의 차이가 혼란을 줄 것이라는 걱정을 넘어서, 유튜브는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2 헤라의 숨은 보물찾기, 콘텐츠 기획의 모험
헤라 유튜브 채널을 맡게 되면서 다행히 새로운 기회가 많다는 걸 발견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획자로서 ‘빈틈 채우기’를 중요한 목표로 삼아요. 팀을 구성할 때는 제가 직접 못하는 기술을 가진 스태프를 찾아내고, 아직 눈에 띄지 않은 자원을 발굴해 콘텐츠를 만들며 빈 곳을 채워 갑니다. 말하자면, 이야깃거리는 넘쳐난다고 할 수 있죠.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이 시리즈를 하나하나 발굴하고 론칭해 왔어요.
지금까지 꽤나 작고 귀여운 팬덤을 형성한 시리즈가 5개나 됩니다.
*각 이미지 클릭시 유튜브 영상 연결
1) 수석 동현쌤의 메이크오버 토크쇼 <수석살롱>
2) 메이크업 프로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굳모닝신용산>
3) 특별한 게스트들의 애정템 큐레이션 <헤라추천>
4)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리얼 소통 예능 <팩트탐구>
5) 최근 메이크업 LAB과 협업한 개발 비하인드 토크 <색조탐구>
무엇보다도 헤라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각각의 시리즈에는 분명한 기획 의도가 담겨 있어요. 단순히 인기 있는 웹 예능을 모방하거나 도파민을 자극하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이 영상을 왜 만드는지 매번 되새기며, 업로드 후에도 여러 번 확인합니다. 좀 직업병 같기도 한데, 제가 만든 영상이 저에겐 가장 재밌어요. 10번을 다시 봐도 같은 부분에서 웃음이 터집니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움과 사랑스러움을 정확히 포착해 내겠다고 다짐하며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상 속에서 저는 등장하지 않지만, 항상 제일 큰 소리로 웃고 있어요. 억지로 만든 느낌 없이 즐기면서도 영상 곳곳에 제품을 슬쩍 언급합니다. 시청자가 ‘뒤로가기’를 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제품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려고 노력해요. 유튜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정보를 유연하게 전달하려고요. 시청자가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궁금증을 유발해 클릭을 유도하는 주제 선정은 알고리즘에서 무척 중요하니까요.
각 시리즈마다 출연자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수석살롱>에서는 수석 동현쌤의 솔직담백한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시청자들에게 애칭으로 불리는 막내 ‘민경 차’ 아티스트와 예능감 넘치는 미남 아티스트 ‘정창’도 채널의 얼굴로 자리매김했죠. <색조탐구>에서는 위트 넘치는 ‘음식 비유’로 연구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김경진 연구원도 점점 더 능숙해지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스타성과 적극성을 겸비한 출연자를 찾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불어 기획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신선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급원을 확보해야 하죠. 회사 내 메이크업 분야의 권위자이자 국내외 코스메틱 브랜드의 제품 및 룩 개발에 중추적인 기여를 한 이진수님이 리더로 계시는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메이크업 전문가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들으며 최신 트렌드와 정보를 콘텐츠에 적극 반영할 수 있었어요. 시의성 있는 테마를 다루는 데 있어 메이크업 마스터님의 조언이 기획의 소스를 풍부하게 해주니까요.
헤라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실력’,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스타일’,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색조 제품들’, 그리고 ‘블랙 쿠션과 센슈얼 립 라인과 같은 스테디셀러 제품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재치 있게 풀어 내는 것이 목표예요.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물과 자원들을 집중적으로 모으고, 제작 프로세스를 다듬으며 지속가능한 시리즈를 론칭해 왔어요. 이제는 새로운 제품과 시즌 트렌드를 시리즈 의도에 맞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헤라 유튜브 채널을 단순한 뷰티 브랜드의 홍보 수단이 아닌, 진정한 가치와 재미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창의력과 전략적 기획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언제나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요.
3 시청자와 직접 통하는 우리만의 방송국
특집 프로그램이나 캠페인 영상 한 건에 해당하는 예산을 알뜰하게 사용하면 유튜브 채널 하나를 한 달 동안 운영할 수 있습니다. 최근 충주시 유튜브 채널도 연간 61만원(편집 소프트웨어 비용)이라는 낮은 예산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적은 자금으로도 효율적인 기획과 실행이 가능합니다. 저는 프리 프로덕션, 촬영, 후반 작업과 업로드, 그리고 마케팅까지 촘촘하게 나누어 활용하면서 채널의 성장과 활발한 소통을 추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널 운영의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은 기존의 마케팅 구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치 ‘헤라’가 직접 방송국을 설립한 것과 같다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어요. 미디어 산업으로 진출해, 이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효율적인 채널을 구축한 것이라고요.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광고 비용 없이도 24시간 동안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으며, 타게팅이 정확하다면 글로벌 고객들에게도 우리의 이야기를 직통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의 ‘방송국’을 운영하려면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우리 채널을 선택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품 조직의 콘텐츠 검수가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 기획과 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마음, 더욱 정확하게 오래 보여 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콘텐츠의 기획 의도가 오히려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의 품질과 관심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높은 수준의 제작 기술로 만든 고품질 콘텐츠라 해도 아무도 시청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반감됩니다. 시청률이 낮은 유튜브 채널은 결국 사라질 위험에 처합니다. 시청자의 감탄을 이끌어 내지 못한 깨끗한 댓글창을 그대로 공개하는 기업 홍보 영상들은 (유튜브에서는) ‘나쁜 콘텐츠’입니다. 기업 유튜브 채널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믿습니다. 크리에이터 생태계에서 점점 더 협상력이 강해지는 유명 인플루언서에 대한 의존도, 새로운 제품을 소개할 때마다 최신 주요 매체를 탐색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헤라 방송국’을 통해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요. 헤라의 진정성과 제품에 대한 열정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과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말이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헤라만의 방송국을 아주 크고 멋지게 키워보고 싶습니다.
때때로 방향성에 대한 의심이 들 때, 저는 새로운 구독자들의 진정성 있는 댓글들을 보며 다시금 확신을 얻습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우리의 길이 올바름을 확인하고 이 여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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