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미지의 나라들 #1
글
심성태 뉴마켓 비즈니스 2팀
#INTRO
안녕하세요. 전세계의 다양한 국가, 미지의 나라에 대해 칼럼을 쓰게 된 뉴마켓 비즈니스 2팀 심성태입니다. 금번 칼럼을 시작으로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지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 시작은 뜻밖의 잘사는 나라, 중앙아시아의 거인이자 유라시아의 중심인 카자흐스탄입니다.
1 카자흐스탄
출처: Unsplash
여러분은 카자흐스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한국인에게는 아직까지 다소 생소한 미지의 국가인데요. 카자흐스탄을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동안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보면 되겠죠. 주변 국가인 중국, 일본만큼이나 쉽게 접할 만한 주제도 없었겠거니와, 일반인들이 쉽게 고를 수 있는 여행지도 아니었을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카자흐스탄이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물으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아시아 같은데?’ 또는 ‘미녀가 많은 나라?’ 등의 답변과 함께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해 보곤 하죠.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여러분 혹시 축구 좋아하시나요?
카자흐스탄은 농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은 아시아에 속해 있는데 축구는 특이하게도 유럽 UEFA 연맹에 속해 있습니다. 2002년부터 UEFA 소속이었는데요. 그 말인즉슨 2001년까지는 AFC 소속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꽤 오래 전 일이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대한민국과 경쟁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열린 1997년 10월 4일의 경기는 ‘카자흐 킬러’ 최용수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결국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죠.
사실 카자흐스탄의 일부는 지리적으로 동유럽에 속해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경계는 우랄 산맥과 캅카스 산맥을 잇는 선인데요. 이 선이 카자흐스탄을 가로지릅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은 튀르키예와 러시아처럼 영토가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에 걸쳐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에는 독일 등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고대부터 페르시아인, 투르크인, 러시아인 등 여러 민족이 섞여 자리를 잡은 땅으로, 현재 이곳에서는 130개의 소수민족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2 얼마나 클까?
카자흐스탄은 카자흐(방랑자)의 스탄(땅)이라는 뜻으로 유목민들의 나라였습니다.
놀랍게도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국토 면적이 2,724,900km2로 대한민국의 약 27배, 한반도의 약 13배 크기죠. 얼핏 보면 그 모양이나 크기가 흡사 유럽을 그대로 ‘복붙’한 느낌이기도 한데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인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고 폴란드까지 모두 합쳐도 2,330,625km2에 불과해 카자흐스탄보다 작습니다.
※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땅, 지역, 나라 등을 의미하는데, 전세계에서 ‘—스탄’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총 7개입니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서남아시아 2개국).
카자흐스탄과 유럽 대륙. 한눈에 봐도 카자흐스탄의 영토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거대한 영토에는 무수히 많은 자원과 원유, 가스 등이 매장되어 있고, 과거에 오랫동안 실크로드라고 불렸던 길목의 중심에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서유럽-서중국고속도로(WEWC)가 모두 카자흐스탄을 지나는 만큼 앞으로 카자흐스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다만 큰 땅에 비해 인구는 많지 않은데요. 2024년 현재 1,983만 명이 살고 있어 인구 밀도는 매우 낮은 편이고, 카자흐인 68%, 러시아인 19%, 우즈벡인 3%, 우크라이나인 1.5%, 독일인 1.0%과 기타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관계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던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관계가 궁금한 분도 계실 것 같아 잠깐 언급을 하고 가겠습니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6,5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긴 건지 감이 잘 안 오실 텐데요. 한반도를 최남단 마라도에서부터 최북단 함경북도까지 측정한 세로 길이가 1,110km이므로 끝에서 끝까지 3번을 왕복해야 나오는 거리입니다. 이 지역은 대부분 큰 산맥이 없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오래전 유목민들이 카자흐스탄 초원과 남러시아 초원으로 활발하게 진출하였는데요. 덕분에 이 두 나라는 과거부터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1세기에서 15세기까지는 러시아가 당시 카자흐스탄을 통치하고 있던 킵차크칸국의 속국이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러시아의 열세는 15세기 후반 러시아가 몽골에서 벗어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후 몽골 제국이 몰락하고 16세기부터 러시아가 대포로 무장하기 시작하면서, 활과 말에 의존하던 카자흐 주변의 여러 칸국들이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결국 카자흐스탄 주변의 많은 땅들이 러시아 영토로 병합되었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모태가 된 카자흐칸국은 당시 최대 위협인 준가르 제국과 청나라를 피해 1731년 제정 러시아에 복속하였고, 1991년 12월 독립할 때까지 260년가량 러시아에 편입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오랜 기간 러시아의 우산 아래 머물면서 카자흐스탄은 두 가지 이점을 누렸는데요. 하나는 영토 보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청나라, 준가르와 같은 주변 열강의 위협이 상존했고, 만약(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이때 청나라에 정복되었다면 카자흐스탄 지역은 내몽골이나 신장위구르, 티베트와 같은 중국 자치구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Unsplash
두 번째는 바로 정주 문명의 유입입니다. 18세기 후반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농업을 보급했고, 카자흐스탄인들은 이에 잘 적응했습니다. 덕분에 현재 카자흐스탄은 세계 10위의 밀 생산지이기도 하지요. 또한, 카자흐스탄의 거대한 영토에 도로와 철도를 건설한 것도 소련 시절이었습니다. 땅이 큰 나라들은 일부 지역만 빼고는 교통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거든요. 당시 러시아에서 들어온 보드카도 카자흐스탄 지역에 널리 보급되었는데요.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은 전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술을 잘 마시는 나라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중동 이슬람 국가에 비해서는 세속화되어 있는 편이고, 과거 러시아의 영향으로 러시아 정교를 믿는 국민도 상당히 많습니다.)
현재 카자흐스탄은 CIS 국가(소련이 해체된 뒤 연방을 구성하였던 10개 공화국이 형성한 국가 연합체.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9개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에서도 러시아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소련 해체 당시에도 끝까지 함께할 나라로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을 꼽았다고 하죠.
왼쪽부터 차례대로 벨라루스, 카작, 러시아 대통령
/ 출처: 나무위키
하지만 현재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두 나라는 백러시아(White Russia)라는 뜻의 벨라루스(Belorussia)와 카자흐스탄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요. 다만 카자흐스탄은 1991년 독립 이후 기존의 공산주의 체제를 탈피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전격 도입하고 미국, 유럽 등 서방 세계와 연결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영국, UAE를 벤치마킹하여 경제 부흥을 꾀하고 있으니, 현재의 카자흐스탄을 완전히 친러시아 국가라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러시아와의 관계는 아직 유효합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4개국과 함께 2015년 1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결성했는데요. 상품, 자본, 노동, 서비스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EAEU 국가간에는 무관세가 적용됩니다. 여담으로 러-우 전쟁이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카자흐스탄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쟁이 막 발발했을 당시 1-8월 동안 한국의 對러시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7%가 감소한 반면, 카자흐스탄은 104.5%, 우즈베키스탄은 21.4% 증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웃 나라의 전쟁은 주변 국가에게 축복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 역시 1950년대 발발한 한국전쟁 덕분에 폐허의 더미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 참고) 유라시아(Eurasia)는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통합하여 부르는 명칭으로 지구 육지 면적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두 대륙은 사실상 연결되어 있지만 따로 구분하는 이유는 바로 인종적, 종교적 문화 차이에서 기인합니다.
4 의외로 잘사는 나라, 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은 생각보다 잘사는 나라인데요. ‘경제 수도’인 알마티는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도 명실상부 최대의 도시입니다. 1925년부터 1994년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이기도 했고요(현 카자흐스탄의 수도는 아스타나입니다). 해발 800미터의 서늘한 기후 덕분에 살기 매우 좋은 곳이기도 하죠. 겨울 스포츠에도 적합해서 2011년에는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27개국이 참가한 당시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38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3위를 장식했습니다(1위 카자흐스탄, 2위 일본, 3위 대한민국, 4위 중국).
실제로 알마티에 가보면 으리으리한 건물, 도로 위를 누비는 수많은 고급 자동차들, 여유로운 카자흐인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여러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소득이 꽤 높은 편입니다.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한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 GNI(PPP)이 2021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41,800$, 카자흐스탄 26,200$인데요. 아직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2023년은 32,688$(국가통계포털 KOSIS 자료 참고)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흐스탄, 의외로 잘살지 않나요?
출처: Kaspi.kz
또한 카자흐스탄은 뜻밖에도 온라인 서비스가 매우 발달한 나라입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선도적인 핀테크 기업인 Kaspi는 일반적인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온라인 쇼핑, QR코드 결제, 송금, 3시간 배송 등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개인간 거래도 매우 간편해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오존, 와일드베리 등도 함께 경쟁하고 있고, 마케팅 수단으로 인스타그램을 많이 활용한다는 점은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참고로 Kaspi는 미국 IPO를 신청한 카자흐스탄 최초의 기업이기도 합니다.
5 카자흐스탄 뷰티 시장
마지막으로 중앙아시아의 메카 카자흐스탄의 뷰티 시장은 어떠한 모습인지 살펴보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카자흐스탄 B&P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2조원 규모로 노르웨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유로모니터 및 스태티스타 자료). EUEA 무관세가 적용되는 시장(러시아 14.9조/ 카자흐스탄 2.2조/ 벨라루스 0.6조/ 키르기스스탄 0.4조/ 아르메니아 0.2조)을 함께 고려한다면 총 18.3조 원 규모입니다. (대한민국의 B&P 시장은 22년 기준 약 17조원) 카자흐스탄 소비자들은 스킨케어를 1순위로 두고 있는데, 소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효능이 좋은 유명 브랜드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흡수가 빠른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가 선호되며,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렌드가 확산하는 모습인데요. 인스타에서는 ‘인스타그래머블’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릴스 기능을 많이 사용하고, 틱톡에서는 비포앤애프터 등 자연스러운 동영상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디지털 캠페인이나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이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는 꾸준히 주목을 받습니다.
출처: Beauty Mania 및 French House 인스타그램
다만 카자흐스탄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국가인데요. 뷰티 산업에서도 글로벌 브랜드 의존도가 높습니다. 확산하는 K컬쳐의 영향 덕분인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헉슬리, Dr. Jart+ 등이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카자흐스탄에서는 어떤 플랫폼을 중심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까요? 카자흐스탄의 프리미엄 뷰티 리테일러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2대 뷰티 플랫폼인 뷰티매니아(Beauty Mania), 몬아미(Mon Amie), 그리고 러시아 기업인 골드애플(Gold Apple)입니다.
Beauty Mania / 출처: 뷰티매니아 홈페이지
Mon Amie, 출처: Yandex / Gold Apple, 출처: 구글
카자흐스탄에서는 뷰티매니아가 MS의 절반 이상(37店, ‘23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강자이긴 하지만, 골드애플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4개로 비교적 적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에서의 입지와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여기에 위에서 말씀드렸던 온라인앱 Kaspi는 3시간 배송 및 간편 결제 등의 사용자 경험을 내세우며 점유율을 계속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출처: smartengines.com
#마치며
카자흐스탄은 볼수록 신비롭고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예상 외의 모습에 깜짝 놀라시지는 않으셨나요? 이 칼럼을 보시고 카자흐스탄을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느끼셨다면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 아모레퍼시픽의 몇몇 브랜드도 이미 카자흐스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요. 카자흐스탄으로의 직접 진출이든 주변 국가를 활용한 간접 진출이든 유라시아의 중심이자 중앙아시아의 강호 카자흐스탄에서 AP가 선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아프리카지만 아프리카가 아닌 나라, 곧 런칭을 앞두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참고문헌 및 인터뷰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 전승민, 들녘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 김정민, 글로벌콘텐츠
“살렘 카자흐스탄”, 조형열, 좋은땅
Global Cosmetics foucs Vol.06 러시아&카자흐스탄 23년 8월
KOTRA 알마티 무역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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