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쁘아 BM의 브랜딩과 개발 스토리 #3
글
김낙인 에스쁘아 BM팀
#INTRO
“비벨벳은 완성되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란다”
에스쁘아에서 제가 담당하고 있는 비벨벳 커버 쿠션은 2025년 2월 리뉴얼 출시를 목표로 약 2년에 걸쳐 개발된 제품입니다. 국내 기준 피부 톤에 따라 가장 밝은 톤인 13호부터 비교적 어두운 톤인 28호까지, 총 8단계로 세분화된 컬러 라인업을 구성했습니다. 커버력, 제형, 지속력까지 모두 자신있었고, 내부적으로도 “이 정도면 충분히 다양한 니즈에 맞게 구성되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25년 출시된 8가지 쉐이드의 국내용 비벨벳 커버 쿠션
출처: 에스쁘아 공식 이미지
하지만 글로벌 무대는 국내와는 다르더군요. 미주 시장, 특히 아마존을 중심으로 에스쁘아의 메인 제품 중 하나인 비벨벳 커버 쿠션을 전면에 세우자는 전략이 정해졌고, 그 순간부터 판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다양한 스킨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기본기’가 요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피드백은 제게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과 아시아인 기준의 컬러를 조색해 왔기 때문이죠.
“에스쁘아 하면 예쁜 상앗빛이죠”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고, 저에게 조색이란 아시아인에 적합한 밝기와 채도의 미세 조정이 전부였습니다. 비벨벳을 사용하면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고 ‘나답게’ 보이는 톤.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달랐습니다. 더 넓고 더 다양한 피부색이 공존하는 시장. 그 안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컬러를 만든다는 건 단순한 쉐이드 확장이 아닌, 아예 다른 시선으로 처음부터 다시 조색을 시작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45호까지 만들어야 한단다?”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이미 완성된 컬러 팔레트는 ‘완료’가 아닌 ‘시작점’이 되었죠. 저는 진짜 글로벌 기준의 컬러 맵을 다시 설계해야 했습니다.
1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색
우선 쉐이드를 확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조색 타겟이 될 컬러 스펙트럼을 정하는 일이었는데요. 문제는 그 스펙트럼이 제가 그동안 다뤄본 적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은 더 다양한 인종과 언더톤이 존재하고, 이를 정확히 타겟팅하지 못하면 오히려 다양성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출처: AI 생성 이미지
단순히 컬러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스펙트럼까지 ‘우리가 커버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 기준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한정된 시간 안에 빠르게 쉐이드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현지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얻거나 컨설팅을 진행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때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데이터 하나뿐이었습니다.
2 데이터 위에 색을 그리다
비벨벳 쿠션의 글로벌 쉐이드 확장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의 연구원 두 분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기존에 있던 8개 홋수를 기준으로 컬러 맵을 정리한 뒤,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쉐이드를 보유한 주요 브랜드들의 베이스 제품을 분석했습니다.
매출 데이터 기반의 타겟 컬러 선정 과정
출처: 개인 소장
각 브랜드의 홋수별 매출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출 상위를 선호 컬러로 간주해 비벨벳 커버 쿠션의 컬러 그리드 위에 명도 기준으로 재배열했습니다. 그렇게 확장해야 할 쉐이드 라인의 전체 구조를 설계해 나가면서 최종적으로 20개의 컬러 쉐이드 타겟을 확정했습니다.
3 정답은 하난데, 보이는 건 셋?
이제 타겟이 정해졌으니, 조색을 시작할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람의 팔 위에서 발색되는 컬러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물론 기존 운영 쉐이드에서도 사람마다 발색 편차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딥 쉐이드로 갈수록, 특히 아시아인의 피부 위에서 그 갭이 훨씬 더 크게 드러났습니다. 조색 단계에서 보고 있는 컬러가 실제로 어떤 피부 위에 어떻게 표현되는지 알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조피부 팔레트를 활용했습니다.
팔목 발색 쉐이드 스와치와 인조피부 대조 비교
출처: 개인 소장
30호대, 40호대 피부톤으로 설정된 인조피부 위에 각 조색 컬러를 도포하고, 도포 전·후의 색 변화를 관찰하며 조색을 이어갔습니다. 연구소에 구비된 측색기도 함께 활용해, 타겟 컬러와 실제 조색 컬러 간의 수치를 비교했고, 오차값을 가능한 최소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컬러는 단순히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합성을 높여가는 일’이라는 걸 이 과정에서 다시 실감하게 됐습니다.
4 유저가 가지고 있던 진짜 정답
컬러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만든 컬러가 사용자에게 적합하게 구현되는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 거주하는 미디엄~딥톤 쉐이드 유저들과 함께 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거주 중이기에 K-Beauty와 쿠션 포맷에 대한 이해도와 선호가 높았고, 기대 이상으로 날카롭고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저희는 참가자들을 명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자사의 1차 조색 컬러와 타사 제품을 함께 비교 평가하도록했습니다.
국내 거주 미디엄~딥톤 쉐이드 유저들 대상 FGD 준비 사진
출처: 개인 소장
산화 여부, 발색의 안정성, 제형 선호도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특히 조색이 가장 까다로웠던 올리브 언더톤의 경우 명도별로 두 가지 버전을 테스트하여 선호 경향을 분석했습니다.
조마조마하게 진행된 FGD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비벨벳 커버 쿠션의 텍스처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았고, 타사 대비 산화에 대한 불만도 현저히 적었습니다. 조색 컬러의 정합성 역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발색 부위'에 대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손등이나 팔목 안쪽에 컬러를 테스트하는 방식은 미디엄~딥톤 유저에게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유저의 경우 손과 손바닥, 얼굴, 목의 색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목과 가슴 사이에 컬러를 발색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컬러 테스트란 결국, 사용자의 기준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5 이제는 ‘선택’을 설계할 차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총 20개 홋수의 쉐이드 구성이 완료된 후, 남은 과제는 하나였습니다.
비벨벳 커버 쿠션을 어떻게 하면 글로벌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우선 메인 유통 채널인 아마존의 특성상 컬러를 직접 테스트해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컬러 선택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근접한 4가지 홋수를 하나로 묶은 샤쉐 키트를 별도로 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40호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37호, 40호, 42호, 45호의 샤쉐를 함께 제공하여 실제 테스트 후 적합한 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죠.
쉐이드 테스트용 컬러 샤쉐 키트
출처: 에스쁘아 공식 이미지
또한 틱톡과 같은 숏폼 플랫폼에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타겟팅해, 20개 전 홋수를 체험할 수 있는 시딩 키트를 제작하고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했습니다.
20쉐이드 시딩 키트 및 컬러 스와치 컨텐츠
출처: 에스쁘아 US 틱톡
브랜딩 전략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한국인 모델 중심의 룩 비주얼을 제작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글로벌 모델을 기용해 비벨벳 커버 쿠션의 메인 비주얼과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이는 미국 아마존 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로벌향 신규 룩 비주얼 모델컷
출처: 에스쁘아 공식 이미지
한편, 룩 비주얼 모델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다양한 홋수를 보완하기 위해, 에스쁘아 콘텐츠 TF에서는 AI 시연 이미지를 제작해 사용자의 컬러 선택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AI기반 쉐이드 룩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 에스쁘아 아마존 공식 홈페이지
컬러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보여주고 선택하게 할지’에 대한 전략이 함께 설계되어야 비로소 '글로벌 제품'이 완성된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 과정이었습니다.
#OUTRO
끝났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더라
비벨벳 커버 쿠션의 20가지 쉐이드는 이제 막 미국 아마존에 출시되어, 조심스럽게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출처: 에스쁘아 공식 이미지
쉐이드를 준비하는 일 외에도, 국가별로 제품의 USP에 대한 이해도와 감도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며 앞으로는 보다 정교한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크게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국내와 아시아 시장 중심의 사고방식에 익숙해 있었던 저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각과, 해본 적 없는 접근을 배워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의미 있었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새롭게 그리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에스쁘아가 메이크업 크리에이션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에 비벨벳이 있다는 것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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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낙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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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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