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ESG 이모저모 #2
글
이행진 지속가능경영센터
Editor's Note
고백합니다. 저희, ESG 덕후입니다. 회의실에서 탄소발자국 얘기에 눈이 반짝이고,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사람들입니다. 주변에서 "그래서 그게 뭔데?"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은 나머지, 아예 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화장품의 생로병사부터 순록의 생존기까지, 예상을 살짝 빗나가는 ESG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도 덕후가 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요즘 ESG 이모저모」, 격월로 찾아갑니다. 입덕을 환영합니다!
Intro. 매일 아침 마주하는 화장대 위의 ‘지속 가능한 질문’

출처: AI로 제작한 이미지
여러분은 매일 아침 화장대 앞에 앉아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오늘 피부 상태가 괜찮은가?" "이 크림을 바르면 조금 더 촉촉해질까?" 아마 대부분은 내 피부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대해 고민하실 겁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상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내가 매일 바르는 스킨케어 제품과 화사한 립스틱이 완성되기까지, 그 뒤에서 부지런히 움직인 '에너지'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석탄을 태워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만들어진 전기로 만들어진 크림일까, 아니면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만들어낸 전기로 완성된 크림일까?”와 같은 상상이요.
아모레퍼시픽은 오랫동안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습니다.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We Make A MORE Beautiful World)’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단순히 좋은 성분의 화장품을 만드는 것에만 머무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담기는 용기부터 제품을 만드는 공장의 불빛까지 재생 가능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5년, 아모레퍼시픽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을 달성했습니다. 사실 이 거대한 여정의 시작과 가장 치열했던 중간 과정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경영철학 그리고 수많은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땀방울이 있었습니다. 이 같은 든든한 토대 위에서 RE100 달성이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게 된 주자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개척해 온 아모레퍼시픽과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보려 합니다.
1. RE100은 뭐고, 재생에너지는 또 왜 할까요?

출처: RE100 정보플랫폼
가끔 뉴스에서 접하는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재생가능 전기) 100%’의 약자입니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회사를 운영할 때 쓰는 전기의 100%를 화석연료 대신 햇빛(태양광), 바람(풍력) 같은 자연에서 얻은 재생에너지로만 채우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몸의 건강을 위해 인스턴트 음식을 끊고 100% 유기농 자연식으로 식단을 바꾸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기는 그냥 다 같은 전기인데, 왜 굳이 태양광과 풍력을 써야 탄소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출생의 비밀’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구의 '저금통'을 깨뜨리는 화석연료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아주 오랜 옛날, 수억 년 전의 식물과 동물들이 땅속에 묻혀 단단하게 굳어진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그 옛날의 생명체들이 가두어 두었던 ‘탄소’가 땅속에 꽁꽁 묻혀 있었던 것이죠. 지구 입장에서는 땅속 깊은 곳 ‘탄소 저금통’에 탄소를 안전하게 보관해 둔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전기를 만들기 위해 이 저금통을 깨뜨려 석탄과 석유를 꺼내 태우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화석연료가 타는 순간, 수억 년 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던 탄소가 한꺼번에 온실가스라는 기체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이 기체들이 지구 표면을 두꺼운 비닐 하우스처럼 감싸면서 이상 고온과 폭우 같은 기후 위기를 일으킵니다. 올해 여름이 지난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여름이 될 거라는 뉴스가 매년 지겹도록 들려오는 주된 이유죠.
돌고 도는 자연의 재생 에너지
반면 햇빛과 바람은 에너지를 만들 때 그 어떤 것도 태우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태우지 않으니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일도 없습니다. 게다가 석탄은 한 번 쓰고 나면 사라지지만, 햇빛과 바람은 오늘 써도 내일 다시 찾아오는 무한한 순환 에너지입니다.
결국 우리가 쓰는 전력을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은 하늘에 온실가스를 뿜어내게 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들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Zero)로 만드는 ‘탄소중립’의 핵심 열쇠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가 꼽히는 이유이지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대한민국 뷰티 업계 최초로 RE100에 공식 가입하며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세상에 던졌습니다. 그리고 선언보다 무려 5년이나 앞선 2025년에 이 목표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현장에서 묵묵히 발로 뛰어준 동료들 덕분이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 재생에너지를 사 오는 것만큼 중요한 일: 지구를 위한 ‘에너지 소식(小食)’
본격적인 조달 이야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몸에 좋은 유기농 채소를 아무리 많이 사 온다고 해도, 매일 과식을 하거나 음식을 엄청나게 남겨서 버린다면 진정으로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없겠지요.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많이 확보하더라도, 공장과 사옥에서 전기를 펑펑 낭비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래서 아모레퍼시픽은 재생에너지를 잘 사 오는 것만큼이나, 애초에 쓰는 전기의 양 자체를 줄이는 ‘에너지 다이어트’에 집중했습니다. '에너지 소식(小食)가'가 되어 보기로 한 것이죠.
밥풀 하나까지 싹싹 긁어먹듯, 새는 전기를 잡다
이를 위해 전사 에너지 담당자들이 곳곳을 철저히 점검하며 버려지는 에너지를 찾아내 개선했습니다. 예전에는 아모레 뷰티파크의 사무 건물에 온수를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보일러'를 돌려 뜨거운 증기를 만들었는데요. 딱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데울 수 있도록 이를 ‘전기’ 방식으로 바꾸고, 온수를 만드는 설비 용량을 최적화했습니다. 또, 대전 헤어앤뷰티에서는 현장 에어컨 등을 개별 관리했었는데, 이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통합제어 시스템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12월,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자발적 에너지 효율목표제’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습니다.
규제나 의무 때문이 아니라 전사가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화한 덕분에, 우리는 매년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스스로 줄여내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보여주기 식의 전환이 아니라, 뼈대부터 튼튼한 전환을 만든 비결은 바로 이 에너지 담당자들의 치열한 노력에 있습니다.
3. 한국 땅에서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한다는 것: 무모해 보였던 도전
사실 RE100 가입 당시 주변에서는 우려하는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전형적인 중화학 업종도 아닌 뷰티 회사가 왜 그렇게 서두르느냐는 시선과,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척박한데 실현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기를 대규모로 짓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게다가 제도가 막 시작되는 단계여서 기업이 재생전기를 대량으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시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마트 가판대에 유기농 채소가 없는데, 유기농 식단으로 100% 바꾸겠다고 선언한 꼴이었죠.
첫 번째 발걸음: 우리 집 지붕부터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힘으로 전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설화수, 라네즈 제품 등이 태어나는 경기도 오산 ‘아모레 뷰티파크’의 지붕, 주차장과 같은 유휴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태양광 설비 단가가 지금보다도 훨씬 비쌌고, 짧은 시간 내에 수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초기 투자 금액을 경영진에 보고하고 업체를 찾아 집행하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시작했죠.
더 큰 시련은 그 뒤에 찾아왔습니다. 낮 시간에는 태양광으로 만든 재생전기가 공장 가동량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주말처럼 공장이 많이 가동되지 않을 때에도 태양광은 계속 생산됩니다. 이를 버리지 않고 밤에 쓰기 위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대형 배터리 시스템인 ESS(에너지 저장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곳곳에서 대형 ESS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우리 공장의 ESS도 한동안 가동을 완전히 중단해야만 했지요. 애써 투자한 값비싼 에너지 저장고를 눈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저장고의 사용을 완전히 포기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현장에서 오랜 고민과 기술 검토를 한 끝에, 기존 시설을 지상으로 이전하여 재구축하되 동시에 추가 비용을 투자해 화재 위험을 원천 차단하고 안정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오산 공장은 남는 태양광 전력을 버리지 않고 다시 안전하게 저장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산 뷰티파크 전경
두 번째 발걸음: 국내 최초의 길을 열다 (전력구매계약, PPA)
하지만 우리 지붕 위의 태양광만으로는 전체 사업장의 거대한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에서 깨끗한 전기를 대량으로 구매해와야 했습니다. 여기에서도 벽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전력 시장에서는 구조상 국가가 지정한 단 한 곳(한국전력)을 통해서만 전기를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동네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마트가 딱 하나 있고, 모든 주민과 기업은 오직 그 마트가 파는 물건만 사야 하는 규칙이 있었던 거죠.
문제는 이 마트에서 파는 전기는 석탄, 석유, 원자력 등이 한데 섞여 있는 완성형 밀키트 같은 '일반 전기'였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유기농 채소 같은 '재생에너지 전기'만 쏙쏙 골라서 대량으로 사고 싶었는데, 당시 마트 시스템상 그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찾아가 직접 거래를 제안하자니, 마트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는 불법이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도 직거래를 하지 않으니 영수증은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값은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관련 법도, 규칙도, 회계 처리 방법도 없는 황무지 같은 영역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부 부처와 발전소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렸습니다. "기업들이 농가와 직접 계약해서 유기농 채소를 대량으로 살 수 있게 마트 규칙(제도)을 바꿔주세요"라고 끊임없이 건의하고 설득했습니다. 마침내 기업과 발전소가 전력을 직거래할 수 있는 법이 마련되었고, 아모레퍼시픽은 기다렸다는 듯 ‘대한민국 1호 직접 PPA(전력구매계약)’라는 직거래 계약을 체결했으며 연이어 제3자 PPA까지 맺었습니다. 우리가 내딛는 걸음이 곧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을 목격한 순간이었죠.
세 번째 걸음: 제주의 바람, 마을 주민,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의 상생 이야기
아모레퍼시픽의 RE100 여정 중 따뜻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제주 북촌리 마을과의 인연입니다. 아모레퍼시픽과 제주는 아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녹차, 동백 등 귀한 원료들이 다 제주 땅에서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제주에 진 빚을 기후 행동으로 갚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가상전력구매계약(VPPA)’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하고, 제주 북촌리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풍력발전소(북촌서모풍력)와 손을 잡았습니다.
시장의 하락과 상승이라는 위험을 함께 나누는 약속
제주 북촌리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멋진 풍력발전소를 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시장 가격의 변동성'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전기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이 어렵지만, 전기의 도매가격은 채소의 도매가처럼 그때 그때 크게 변합니다. 채소 값이 폭락하면 농가가 큰 손해를 보듯, 전력 시장의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면 소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는 마을 주민들은 큰 손실을 입고 생계가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모레퍼시픽은 주민들이 재생 전기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위험을 대신 짊어지는 일종의 보험 장치로 고정가 차액정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입니다. 북촌리 주민분들은 전기를 우선 제주 마트에 판매합니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이 마트에서 전기를 사가게 되는데, 이때 값이 폭락하더라도 우리가 약속한 고정가까지는 차액을 부담해드리는 겁니다. 북촌리 주민분들의 손해를 줄여드리는 대신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받아 가는 20년의 장기 계약을 맺었죠.
개인보다 안정적이고 신용이 높은 기업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이 "20년 동안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기를 사 가겠다”라고 약속하니, 확보된 장기 수익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은행에서도 소규모 발전소를 믿고 사업 자금을 빌려주게 됩니다. 이로써 가격이 널뛰더라도 마을 주민들은 마음 놓고 바람 전기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죠. 시장의 리스크를 기업이 분담하며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RE100 이행 모델을 우리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입니다.

출처: Unsplash
지금까지 소개한 직접 PPA, 제3자 PPA, VPPA 등 전력구매계약은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도 어렵지만 선순환의 원리는 비슷합니다. 깨끗한 전기를 고정된 가격으로 오랫동안 구매하는 구매자가 된다는 것은 발전 사업자에게는 "태양광 발전소를 더 많이 지어주세요” 하는 신호가 되고, 은행에는 "재생전력 발전소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주세요" 하는 신호가 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런 계약을 시작하니 얼어붙어 있던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죠.
또, 우리가 처음 부딪히며 거래 규칙과 영수증 처리 기준(회계)의 기틀을 다져놓은 덕분에, 이제는 국내의 수많은 기업이 보다 쉽고 안전하게 재생에너지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낸 작은 오솔길이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RE100 시장의 부싯돌이 된 셈입니다.
4. 2025년 RE100 달성, 그 너머의 진정한 ‘뉴 뷰티(New Beauty)’
2025년,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외 모든 사업장(사옥, 공장, 연구소, 지점 등)의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의 기후변화 대응, 수자원 관리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전 세계 2만 3천여 개 기업 중 단 2%만이 받을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아모레퍼시픽이 당당히 획득한 것입니다. 2023년에는 글로벌 RE100을 주관하는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으로부터 전 세계 기업들을 제치고 '시장 개척자(Market Trailblazer) 어워드'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RE100 달성, 끝이 아닌 더 촘촘한 새로운 시작
하지만 RE100 달성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여전히 우리의 여름은 해마다 너무나도 뜨겁고, 세계 곳곳의 산불은 매섭기만 합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에게 조금 더 깊고 엄중한 의미에서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약을 통해 새로운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가 땅 위에 실제로 더 지어지도록 유도하는 ‘추가성(Additionality)’ 있는 포트폴리오로 고도화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의미의 재생에너지 전환이라고 봅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길입니다. 우리 회사의 실시간 전기 사용량에 딱 맞는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찾고, 가장 효율적인 용량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계약하기에는 아직 제도나 시장 환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 발전사들과의 다양한 협의와 적극적인 제언을 통해 제약들을 하나씩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저기 멀리 또 한발
실무 담당자로서 최근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 다른 이야기도 슬쩍 해보려 합니다. 바로 재생전력 실시간 매칭 (24/7 Carbon-Free)의 구현입니다. RE100의 다음 목적지로 요즘 들어 논의되고 있는 개념인데요. 사실 지금의 RE100은 1년 동안 우리가 쓴 총 전력량과 구매한 재생에너지 총량을 ‘연간 100%’가 되도록 딱 맞추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햇빛이 없는 캄캄한 밤이나 바람이 멈춘 날에는 여전히 화석 연료 전기를 쓸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1년 단위의 정산을 넘어 ‘1년 365일, 매일 24시간, 우리가 전기를 쓰는 바로 그 시간’에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를 매칭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낮에 남는 태양광을 밤으로 보내고 바람이 불 때의 에너지를 곧바로 저장해 최적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실시간 탈탄소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요? 비록 지금은 한 걸음씩 준비하는 단계일지라도, 언젠가 이 숙제를 멋지게 풀어내 여러분이 화장대 앞에 마음 편히 앉게 될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공급망(Scope 3)과 함께하는 변화
화장품 하나가 만들어지려면 상자를 만드는 인쇄소, 용기를 만드는 공장, 원료를 공급해 주는 협력사 등 수많은 파트너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혼자 100% 유기농 식단을 먹는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파트너사(협력사)들도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공급망 전체)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여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약속한 ‘2030 A MORE Beautiful Promise’의 핵심입니다.
Outro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볼까 합니다. 여러분이 아침에 마주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크림과 세럼은 이제 단순한 화장품이 아니라, 제주의 시원한 바람이 만든 전기, 아모레 뷰티파크 지붕 위 내리쬐는 햇살이 만든 전기로 정성스레 만들고 포장한 제품입니다.
우리 아모레퍼시픽이 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고객분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든 화장품을 선택하고, 그 가치를 지지해 주는 것만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동참하실 수 있게끔 튼튼한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소비가 가치 있는 소비가 되고, 그것이 모여 대한민국에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하나 더 짓게 만들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거대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우리의 이 아름다운 여정에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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