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 새로운 관점 #2
글
Shrishti Deb 인도법인 마케팅팀
Editor's Note
이 칼럼은 살면서 누구나 맞닥뜨리는 질문들을 다룹니다. 좀처럼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 20대에 찾아와 생각보다 오래 머무는 그런 질문들이죠. 아모레퍼시픽 인도 지사의 PR · 마케팅 매니저로서 저는 방황하고 성장하면서, 스스로를 재발견한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문화적 관찰을 나누고자 합니다.
#INTRO
수년에 걸쳐 깨달은 사실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완전히 준비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이든, 더 큰 책임이든, 단순히 낯선 일이든, 우리 대부분은 자신감이 생기기를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할까요?
문화권을 넘나드는 질문
가끔은 제가 인도에서 성장하면서 받은 주변의 기대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완전히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인도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하고, 미리 준비를 하고,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독려해요.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이것이 단순히 인도만의 사고방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한국인 동료들도 똑같은 부담감을 느끼더라고요.

출처: Unsplash
‘마음의 준비’를 기다리는 일
오랫동안 저는 큰 성취를 이루는 이들은 시작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주도하고, 다른 도시로 떠나고, 직업을 바꾸고, 아이디어를 펼치고, 아니면 일단 뛰어들 마음의 준비요. 하지만 제가 성장할수록 처음부터 완전히 준비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늘 떠오르는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몇 해 전, 제게 클린앤클리어의 TV 광고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그 일이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는 배우도 아니었고, 카메라 앞에 서 본 적도 없고, 자신감 있는 성격도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시도해 봐야 소용없다고 스스로 단정할 만큼 어수룩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가지 않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는데, 친구가 저를 거의 끌고 가다시피 오디션장으로 데려갔습니다. 한 달쯤 지난 뒤, 제가 그 광고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게 오래 남은 건 배역을 따냈다는 사실보다 그 기회를 하마터면 통째로 놓칠 뻔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출처: Unsplash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환상
많은 이들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느라 수년씩을 허비합니다. 더 확신이 있고, 더 준비가 되어 있고, 더 경험을 쌓은 다음이라거나, 덜 두려울 때 시작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나중’이란 매우 편리한 핑계일 뿐입니다. 두려움은 때때로 아주 타당하게 들리죠. 물론 준비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루기란 그럴싸하게 변장한 두려움에 불과한 때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가장 크게 성장한 순간들은 마음의 준비가 100% 될 때까지 기다리기를 멈추고 일단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회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온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작 스스로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더라도 말이죠. 이제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살면서 기회가 정말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때도 있었고, 제 첫 반응은 늘 자기 의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들이 찾아온 건 아마도 실제로는 제가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집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출처: 직접 촬영
성인이 되어 배우는 것 중 하나는 성장과 편함은 좀처럼 공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의미 있는 경험은 대부분 불편함에서 비롯됩니다. 첫 발표, 첫 면접,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처음으로 말해보는 일, 처음 맡는 큰 책임, 사람들 앞에 내 작업물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일. 이 중에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순간들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많이 성장시킵니다.
문득 〈마녀 배달부 키키〉의 키키가 떠오릅니다. 열세 살이 되면 홀로 독립해야 하는 마녀 세계의 전통에 따라, 키키는 어른이 되기도 전에 낯선 도시로 떠나게 되죠. 그저 하늘을 나는 능력 하나에 기대어 무작정 배달 일을 시작하는데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맡은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실수도 하고, 외로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키키는 좌절하지 않고 그날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냅니다. 그렇게 새로운 동네에 점점 적응해 나가지요.
여기서 제가 얻은 교훈은 단순합니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일단 뛰어들어야 비로소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머릿속에서는 거대해 보이던 일들도 막상 맞닥뜨리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일이 되곤 합니다. 우리는 한없이 준비만 하는 것보다 직접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더 빨리 배웁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에 실행부터
우리가 취하는 행동이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바꿉니다. 어려운 일을 해낼수록 우리는 자신에 대한 효능감을 쌓게 됩니다. 몇 년 전 망설이던 제 모습은 지금의 저와 무척 다릅니다. 두려움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경험이 그 의심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했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자신감은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생기지 않습니다. 대개 행동을 먼저 하면 자신감이 뒤따라옵니다.

출처: Unsplash
과거의 저는 자신감 있는 사람들은 완벽한 계획을 세웠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들 대다수가 그저 스스로를 믿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무언가를 미룰 이유도 늘 있겠죠.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들은, “준비가 안 됐으면 어쩌지?”라는 질문을 멈추고 “하다 보면 그만큼 성장하지 않을까?”라고 묻기 시작할 때 찾아옵니다.
#OUTRO
불안감 없이 진정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다음번에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토록 낯설어졌는지, 그리고 우리는 왜 늘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것처럼 느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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