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하면 정말 잘하게 될까요? - AMORE STORIES
#임직원칼럼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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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하면 정말 잘하게 될까요?

마흔,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일하는 법 #1

 

한다혜 메이크업프로팀

#INTRO


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콘텐츠 기획자라는 한 가지 업을 꽤 오래 해 오면서, 이제야 커리어를 천천히 헤아려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길게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나답게 일하고 싶은 마흔의 시선으로 한 분야에서 꾸준히 쌓아 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발견한 깊고 새로운 아름다움(NEW BEAUTY)을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결국 오래 하면 잘하게 돼.” 듣자마자 마음이 놓였지만, 사실 온전히 믿지는 못했어요. 그 시절의 저는 빨리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잘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사이에서 매일 흔들렸거든요. 새벽까지 잠을 설쳐 가며 스스로를 탓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남들처럼 능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촬영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 종일 삼각대처럼 가만히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나설 자신이 없어서,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소품처럼 구석에서 눈치만 살폈던 것 같아요. 내 존재가 아무 의미도 없게 느껴져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부끄러웠던 날들이 있었어요. 선배들이 카메라 뒤에서 능숙하게 지시를 내리고, 다른 스태프들이 각자 역할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저는 그 틈에서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몰라 자꾸만 작아졌어요. 소품을 옮기고, 장비를 챙기고, 현장을 서포트하는 게 조연출 시절의 제 일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일들은 늘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자꾸만 투명해지는 기분이었죠. 현장에 가만히 서서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슬며시 눈물을 참아 내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24시간 이어진 촬영, 그저 관찰자였던 그 시절의 시점에서

 

 

한 번은 늦은 밤까지 이어진 촬영에서 조연출로 따라갔을 때였어요. 심부름으로 스태프들의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다녀왔는데, 간식을 펼쳐 놓는 순간 선배가 제게 말했습니다. “박카스는 왜 안 사왔어? 이런 야간 촬영 때는 박카스가 필수잖아!”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고,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소한 실수가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벽에 기대어 숨죽여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제 마음을 알아챘는지 옆에서 조용히 과자를 내미는 선배가 있었어요. 아무 말 없이 주고받은 그 작은 위로 덕분에 저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 순간 제가 왜 그토록 부끄럽고 초라했는지,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이 문득 떠올라 마음이 시큰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오랜 시간이 주는 힘은, 무조건 잘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천천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죠. 촬영장에 흐르는 사소한 공기 하나하나에도 진심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쉬는 시간에 선배가 동료들과 나누는 농담 한마디, 긴장감을 푸는 작은 미소, 서로를 다독이는 눈빛 같은 것들이 사실은 이 일의 가장 큰 힘이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어느 순간 저는 제 안의 작은 변화를 발견했어요. 결정하는 게 너무 어렵고 작은 일에도 고민이 많았던 제가, 어느새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고 용기 있게 의견을 내고 있더라고요. 계획이 흔들려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상황을 풀어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아주 작은 선택들이었죠. 촬영장에 갈 때 장식적인 옷 대신 편한 옷을 골라 입고, 무거운 짐을 보면 누군가가 나서길 기다리지 않고 제가 먼저 다가가서 옮겼습니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이 저도 모르게 제 안에 담긴 가능성을 깨우고 있었어요.

 

 

촬영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하는 날들

 

 

촬영 현장에서는 늘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일부 장비를 못 챙겼거나 지연이 생기거나 원하는 앵글이 도저히 나오지 않아 당황하게 되는 것은 일상이죠.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되고, 녹화가 시작되려는 스튜디오 주변에서 큰 소음이 나는 공사를 시작한 적도 있습니다. 모두가 당황하는 순간, 저는 침착하고 빠르게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을 결정합니다. 그러면 스태프들이 제 결정을 듣고 곧바로 움직이고, 그날의 촬영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죠. 어느새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디렉터는 매 순간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해요. 때로는 완벽한 선택을 하려다 오히려 일을 망친 경험도 많아요.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오래 일한 사람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고 꼭 필요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요.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알아보는 눈은, 결국 시간이 저에게 남긴 흔적입니다.

 

 

긴장감이 팽팽한 촬영장보다 웃음 가득한 촬영장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고 믿는다

 

 

또 하나, 오래 일할수록 분명하게 깨닫는 게 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완벽히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이에요. 주니어 시절의 저는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자주 시달렸어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과 두려움으로 혼자 고민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게 되었어요. 촬영장에는 늘 빛나는 동료들과 든든한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오래 하면 정말 잘하게 되는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서툴고 불안했던 주니어 시절의 제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의 흔들림과 초조함은 당연한 거야.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과정이야. 지금 네가 지나는 이 시간이 언젠가 너만의 이야기가 되고, 너를 더 단단하고 멋지게 만들어 줄 거야.”라고 말이에요. 확실히 알게 된 건, 오래 하며 제가 얻은 것이 단지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얻은 건, 스스로를 믿는 단단한 자신감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결국 오래 한다는 것은,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나답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 가는 것이었습니다. 때론 궁금해집니다. 완벽히 흔들리지 않는 삶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하고요. 사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단지 누군가는 흔들림을 감추는 데 익숙할 뿐이죠. 이제 저는 흔들리지 않는 척 애쓰는 대신, 그 흔들림 속에서도 당당히 나답게 서 있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흔들리는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그 흔들림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가 진짜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갈 힘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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