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 인사이트 #3
글
강예린 CSR팀
Editor's note
DEI는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자로 공동체 내에서 인종, 성별, 나이,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구성원이 공평하게 존중받고, 차별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의를 보자마자 ‘지루한 내용이겠군’ 하고 페이지를 닫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어려운 분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고, 경제, 정치, 사회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입니다. DEI 담당자로서 접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칼럼에 풀어낼 예정이니 편하게 쓱 읽어주세요.
출처 : Vecteezy 이미지
#INTRO
DEI에는 다양한 주제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1) 인종 (2) 장애인 (3) 성별 평등 (4) 연령 (5) 성적 지향이 가장 많이 언급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 다섯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세금·투자·기부·봉사 등 자원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느 영역을 선택하시겠어요? 과연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할까요?
아마 모두의 선택은 다를 것입니다. 개인의 경험, 가치관, 사회적 배경에 따라 ‘중요하다고 느끼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러한 차이는 국가별 DEI 우선순위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칼럼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DEI가 어떻게 다르게 이해되고 실천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1 미국 : ‘인종’ 중심 DEI, 그리고 반발(Backlash)
미국의 DEI는 역사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노예제와 인종차별은 법적 평등이 보장된 이후에도 사회 전반에 남아 있어 ‘인종’이 DEI 논의의 중심축이 되게 했죠. 그 결과, 광고·마케팅에서도 가장 민감하게 다뤄지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광고에서 단순히 다양한 인종을 한 장면에 나열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특정 인종을 장식처럼 배치하거나 전형적인 역할에만 국한시키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죠.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했던 ‘글로벌 DEI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를 제작할 당시, 미국 소비자와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실제 인터뷰에서 한 미국 소비자는 “I feel like inclusivity and diversity is kind of something people expect as a baseline. So just having different people of color is kind of the bare minimum of what is expected.”라고 언급했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기대치의 ‘최소한’일 뿐이며, 그 외의 노력을 하거나 장애나 성별 등에 있어 폭넓은 포용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광고 속 얼굴보다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포용성을 먼저 본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는 조직 운영·제품·서비스 전반에서 포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 AI매터스 기사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정치·사회적 갈등 속에서 DEI에 대한 반발(Backlash)도 거센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DEI 프로그램을 ‘차별을 조장하는 위선적 제도’라 비판하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과잉’이라고 규정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이에 많은 기업이 외부 커뮤니케이션에서 DEI, 형평성(equity), 다양성(diversity) 등의 용어를 줄이고, 대신 '포용(inclusion)', '소속감(belonging)' 등 덜 논란적인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Boeing 등 일부 기업들은 DEI 조직 구조를 축소하거나 부서를 재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의 DEI 감수성은 여전히 높아, 후폭풍을 맞는 기업들도 있었는데요. 25년 2월, DEI철회를 발표한 Target, Walmart, Amazon 등을 타겟으로 한 ‘Economic Blackout(경제적 블랙아웃)’이라는 24시간 소비자 불매 캠페인이 벌어졌고, 이는 매출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을 볼 때, 단기적으로는 DEI 활동을 축소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 논란을 피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구매를 주저한다’고 응답하며, ‘포용성’과 ‘가치 기반 소비’를 중시합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는 DEI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후퇴가 아닌 재정립의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유럽 : 선택이 아닌 필수
유럽에서 DE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국은 성별·임금·격차 보고와 이사회 균형을 법제화하며 제도적 강제력을 높였고, 독일은 ESG 공시 체계를 기반으로 DEI를 경영 전략에 깊숙이 내재화했습니다. 프랑스는 미국발 DEI 축소 압력에 반발하며 자국의 비차별 전통을 강조하고, 여성 임원 비율·장애인 고용 의무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북유럽은 규제보다는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ESG 보고에 DEI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전반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미국과 비슷하게 ‘DEI’라는 용어의 리브랜딩입니다.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속감(belonging)’이나 ‘포용적 문화’라는 표현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정책 후퇴가 아닌 접근 방식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 동시에 EY 조사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DEI를 ROI와 혁신성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와 성과 중심의 접근이 강화되면서, DEI는 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핵심 동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죠. 이외에 ‘교차성(intersectionality)’ 역시 중요한 흐름입니다. 단순히 ‘여성이라서’ 또는 ‘장애가 있어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은 여성이고, 장애가 있을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 계층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특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험과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관점이 교차성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성별과 인종을 넘어 장애, 성소수자, 사회계층, 신경다양성까지 포용 범위를 확장하여 보는 것이죠. 유럽 기업들은 직원들의 여러 특징을 함께 고려하면서 모든 직원이 조직 안에 편안하게 속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실질적 소속감’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의 DEI 축소 움직임과 대조적입니다. 유럽 DEI는 다양성을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가 아닌,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성의 엔진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3 아시아 : 생존과 성장 전략
1) 인도, DEI로 경쟁력 강화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과 디지털화에 따라 기업들은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DEI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LinkedIn 자료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은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채용에 관한 세부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수치화하였으며, 관련 직무 공고를 2.5배 늘렸다고 합니다.
출처 : Reclamation Magazine 기사 중 ‘Women in Film India’ 이미지
실제로 RPG 그룹은 DEI 비율을 23%에서 2027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Axis Bank는 여성 인력 비율을 3분의 1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Tata Steel은 전체 인력의 4분의 1을 다양성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걸기도 했죠.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 편향 제거 훈련, 장애인·성소수자 채용 확대 등 다양한 실행 장치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복지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Accenture는 트랜스젠더 직원에게 성전환 관련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P&G India는 장애 자녀를 둔 직원에게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포용성이 단순히 채용 비율을 넘어 직원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제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경제 영역을 넘어 문화산업까지 DEI가 파고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 칸 영화제에서는 ‘Women in Film India’ 프로그램이 출범해 여성 프로듀서를 위한 멘토링과 글로벌 협업을 지원했습니다.
이처럼 인도의 DEI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기업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실질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고, 이는 앞으로 인도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키워가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 일본, 인구 위기 속 살아남기 위한 선택
일본의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DEI를 단순한 윤리적 가치가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여성, 외국인,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재의 참여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여성 리더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히타치 등 대기업은 외국인과 여성 임원의 비율 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외에 성소수자에 대한 법적 기반도 마련되었는데요. 2023년 제정된 LGBT 이해증진법은 기업과 학교, 지방정부가 성소수자 차별을 줄이고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 의무’를 규정하며, 비록 구속력은 약하지만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LGBTQ+ 포용을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결국 일본의 DEI 전략은 현실적 위기 속에서 다양성을 조직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여성, 외국인,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포용하는 흐름이 얼마나 뿌리내릴 수 있는지가 향후 일본 경제의 회복력과도 직결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3) 한국, 규제 준수에서 실행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글로벌 기업 진출, 다문화 인구 증가, 젊은 세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리며, DEI가 선언적 가치에서 실제 실행 과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표지
대학에서는 다양성 위원회 설립과 협의체 출범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DEI 가치를 논의하며, 관련 자문을 얻기 위해 ‘서울대 다양성 위원회’ 소속 분들을 직접 만나 뵌 적이 있는데요. 만나보니 기업보다 오히려 대학교에서 DEI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위원회에서는 매년 대학 구성원의 성별, 국적, 직위, 학력 등 다양한 지표를 담은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DEI 관련 도서·영화 추천 공모전 및 전시 등 관련 문화를 홍보하고 참여를 촉진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Diversity Pioneers’라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직접 ‘젠더’, ‘국적’, ‘장애’, ‘소속감 강화’ 등 주제를 선택하고 조별 활동을 통해 캠퍼스 내 변화를 시도하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별도의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는 않지만, ESG 경영 우수 기업 86곳 중 상당수가 DEI 관련 활동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자사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DEI 가치를 명시하고, 이를 조직 문화와 마케팅 전반에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강조하는 DEI 가치를 보면, 여전히 여성 인재 육성과 리더십 확대가 핵심 과제로 꼽히며 일부 기업은 승진·채용 데이터에 성별·연령 지표를 반영하여 평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장애인·외국인 인력 포용은 인재 확보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습니다. 단순히 의무 고용을 넘어 직무 재설계, 원격 근무 지원, 다국어 교육, 식문화 배려 등 실질적 편의 제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처 :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보고서, ‘본사 할랄도시락 이미지
아모레퍼시픽도 외국인 직원이 증가함에 따라 25년 1월부터 본사 사내 식당에 준-채식(Semi-vegetarian)부터 비건(Vegan)까지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였고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조리된 할랄식을 사전 신청제로 운영하여 다양한 종교를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문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의 DEI는 단순한 규제 준수나 선언적 가치를 넘어 조직 운영, 인사 정책, 근무 환경, 심지어 식문화와 생활 환경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실행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OUTRO
DEI의 글로벌 사례를 보면, 미국처럼 논란과 반발이 있는 곳도 있고 유럽·아시아처럼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곳도 있으며,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 역시 서로 다릅니다. 그렇기에 글로벌 기업이 해외 진출 시 DEI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단순히 ‘다양성을 늘린다’는 접근을 넘어서, 국가별·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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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예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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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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