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따라 곱게 늙고 싶은 그녀가 전하는 웰빙라이프 #2
글
정아연 커뮤니케이션팀
Editor’s note
아모레퍼시픽 기업 비전인 ‘뉴뷰티’를 고객과 잘 소통하기 위한 Beautiful is YOU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자기다움’을 발견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그럼 나는?”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구요. 나에게 ‘나다운 아름다움’은 뭘까 생각하다 보니 어른들 말씀대로 이름처럼만 살면 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娥(예쁠 아), 姸(고울 연). 제 이름의 뜻은 ‘아름답다’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이름처럼 ‘곱게 늙어야겠다’는 마음을 되새기곤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웰빙 라이프의 고관여자가 되었어요. 웰빙 트렌드에 대한 저의 관점과 경험담을 통해 잠시 쉬어 가는 재미와 쏠쏠한 영감을 모두 얻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INTRO
곱게 늙고 싶은 40대 직장인이 전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잘 살아야 한다’는 제목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나요? 흔히들 ‘누구누구는 잘 산대’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잘 산다고 이야기하는 걸까요? 곱게 늙기 위해 지난 컬럼에서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번 컬럼에서는 곱게 늙고 싶은 제가 잘 살기 위해 했던 고민과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들어가고 싶어’라고 말하신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꿈꿔 온 잘 사는 삶은 자신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취향이 있고, 자신만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향기는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집에서 잘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곱게 늙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에서 지내는가, 그리고 어떤 공간을 자주 경험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들 잘 산다고 이야기할 때 비싼 집을 떠올리죠. 집이라는 것이 잘 사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비싼 집에 사는 사람만이 취향이 있고 향기가 나는 사람은 아닌 것을 보면 잘 살기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닌듯합니다. 그렇다면 곱게 늙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1 곱게 늙기 위한 공간의 시작
“오늘 아침 이불 정리 하고 오셨나요?”
곱게 늙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첫 번째, 정리입니다.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하실 텐데요. 무슨 일을 하든 기본이 바로서야 재미를 봅니다. 자신의 취향이 오롯이 묻어난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공간이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게 되는데,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나의 취향을 펼쳐 보이는 것도 어렵습니다. ‘리미트리스’라는 영화를 보면 인생의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작가 브래들리 쿠퍼가 우연히 뇌를 100% 사용하게 되는 신비의 알약 하나를 먹고 몇 시간 만에 베스트셀러를 써 내면서 일어나는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이 약을 먹고 책을 쓰기 전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집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입니다.
나의 공간을 정리하다 보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지 알게 되고,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삶과 태도 역시 정돈되더라구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서 어질러진 집을 정리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몇 가지 저만의 규칙을 정했는데요.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들어온 만큼 내보내는
물건의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정리해야 할 것도 많아집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물건을 재배치하고 정리해야 하니 어질러질 확률도 높아지죠. 내가 처리해야 할 업무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두가 반드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취향을 펼쳐 보이기 위해 맥시멀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다면, 그만큼 정리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나만의 적정 수준을 정했다면, 그 다음은 들어올 때 바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보통 이사를 할 때나 계절이 바뀔 때 한 번씩 정리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몰아서 정리를 하게 되니 시작이 늘 어렵고, 정리되지 않은 공간을 볼 때마다 마음에서 열불이 납니다. 제가 제안 드리는 방법은 새로운 물건이나 옷을 사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 동일한 개수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새 옷이 배송된 날, 옷장에 새 옷을 걸면서 잘 입지 않는 옷은 기부를 위해 미리 빼두고, 아이의 장남감이나 책을 사게 되었다면,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나 책은 중고 거래를 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되면 물건을 살 때부터 무엇을 뺄지 생각하게 되고, 아직 나갈 물건이 없다면 난 아직 살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충동구매도 줄어듭니다.
두 번째, 타임 아웃
루틴에 따라 집안을 정리할 때 저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합니다. 오늘은 10분만 정리하자고 정하면 10분 동안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정리를 하고, 그 다음에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요. 주어진 집안일을 한 번에 다 끝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집안일이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시간을 정한 후로는 부담을 많이 덜었어요. 매일 10분에서 30분 정도 움직이는 것으로도 정리와 정돈이 유지가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다면 서로 시간을 정해 각자의 공간에서 정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가장 귀한 손님처럼
어쩌다 손님이 오게 되면 집을 더 신경써서 치우고 정리를 하게 되는데요. 언젠가부터 제가 우리 집의 가장 중요한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손님이 자고 갈 침구를 준비하듯 신경을 쓰는데요. 아침마다 침구를 정리하며 오늘 저녁에 오게 될 손님(저)을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깨끗한 침구는 좋은 피부를 위한 저만의 비결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한 나를 위해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귀하게 대접해 보세요.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습관이 우리를 곱게 늙게 할 거예요.
2 내가 살고 있는 집, 나다운 공간인가요?
기본이 바로 섰으니, 재미를 볼 차례죠? 곱게 늙기 위한 나만의 공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에 대한 콘텐츠는 이미 넘쳐나죠. 그만큼 누군가의 취향이 묻어난 공간, 또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셀러브리티의 랜선 집들이 콘텐츠를 보며, 저 소품은 어디껀가, 저 그릇은 어디꺼지 궁금해한 경험은 대부분 있으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셀럽의 영향이 컸던 걸까요? 어느 순간 모두의 집에 모던센추리 가구와 덴마크 조명이 하나씩 있고, 비슷한 미투 제품들이 유행처럼 등장하니 피로감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다운 공간에 대한 영감을 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1) 부동산도 편집숍, 별집부동산 (@byulzip)
출처: @byulzip
인테리어 매거진이나 <건축탐구>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집을 찾았지?”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나다운 공간은 나다운 집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만, 막상 그런 집을 구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구해야 할지 막막한데요. 취향에 맞는 집을 찾아주는 부동산이 있어 소개합니다. 집을 구할 때 우리는 보통 남향인지, 역세권인지, 앞으로 얼마나 오르게 될지, 학군은 어떤지 등 집의 조건을 보곤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말하는 집의 기준 대신 나다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공인중개소 <별집부동산>이 있습니다(byulzip.com). 이곳은 전명희 공인중개사가 운영하는 1인 기업입니다. 건축학과를 나왔지만 다른 길을 고민하던 그녀는 도쿄의 방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여 잡지 형식으로 소개하는 ‘도쿄 R 부동산’ 대표 히야시 야쓰미 대표를 만난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저는 다양한 구조의 집을 볼 수 있어 좋았고, 기본적인 매물 정보 외에도 건축가의 시각에서 거주자를 위해 신경쓴 포인트와 실제로 살게 되었을 때 거주자가 경험하게 될 즐거움 등을 중심으로 공간을 섬세하게 큐레이팅하여 설명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또한 지역 기반으로 운영 되는 일반적인 부동산과 다르게 여러 지역의 다양한 집을 만나 볼 수 있고, 건축가가 지은 집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구요. 최근에는 나다운 집을 보는 눈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공간 감수성을 길러 주는 <나다운 집 찾기>라는 책도 출간되었는데, 관심 있는 분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출처: @byulzip
2) 이케아 해커,
나다운 공간을 꾸미려면 이케아를 해킹하세요!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는 가구나 소품이 필요하죠. 정리정돈을 할 때도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합니다. 이때 이케아가 가장 쉽게 떠오릅니다. 이케아의 제품은 조립형으로 조금만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내가 딱 원하는 인테리어 소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여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이케아의 기존 제품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해서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을 이케아 해커스(ikeahackers.net)로 부르게 되었는데요. 저도 몇 가지 이케아 해킹을 해보았습니다.
해킹1. 옷장 속 바지나 스웨터를 정리할 때 서류 케이스를 활용하였는데, 옷을 꺼낼 때마다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겨울 스웨터가 눌리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볼 때도 깔끔해 보여서 좋구요.
해킹2. 좁은 화장실엔 상부장 대신 이케아 신발장을 설치해 보세요. 수건뿐만 아니라 드라이기와 화장품 등 다양한 물품을 충분히 수납하면서도 넓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이케아 서류케이스를 활용한 웃 수납 / 이케아 신발장을 활용한 욕실 수납
최근에는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 해커를 자처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이케아 제품만으로는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커스터마이징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도 많아졌습니다. 스웨덴 브랜드 superfront는 이케아 제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제품의 상판, 문고리 등을 고급화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의 1/3 가격으로 럭셔리 가구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출처: superfront.com
국내에도 이케아 해커를 자처하는 브랜드 b.arc가 있습니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사회의 특성과 유행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을 지양하고, 공간과 삶에 개성을 더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비아크는 이케아 출신의 대표가 설립한 회사인데요. 기존의 이케아 제품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하여 쓰임이 다한 가구를 새롭게 재탄생시킨다고 합니다. 이케아 제품에 체결할 수 있는 부품을 따로 판매하니 기존의 제품만으로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기 아쉬웠다면 도전!
출처: barc.kr
3) 홈크리에이터
아직도 오늘의 집만 보신다면, 다음 콘텐츠들을 눈여겨 봐주세요. 홈크리에이터라는 용어가 생기며 공간 속에서 나다움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유독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콘텐츠를 소개해 드립니다.
#콜미쑤(유튜브 @justcallmeSOO)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프리랜서 마케터, 번역가 등 n잡러인 임수민은 통영의 오래된 구옥을 리모델링해 개성 가득한 신혼집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하여 공유합니다. 본인이 원하는 인테리어와 콘텐츠 기획안을 바탕으로 관련 브랜드의 협찬을 받으며 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통영이라는 지역에서 받은 영감이 오롯이 인테리어에 반영되고, 그녀의 삶이 공간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라이프집(https://lifezip.kr)
출처: 라이프집 홈페이지
라이프집은 ‘집덕후의 커뮤니티’로 ‘우리는 집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 아래 요리, 가드닝, 크리에이터의 삶 등을 주제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여 제공합니다. 오늘의 집이 커머스에 가깝다면, 라이프집은 커뮤니티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엿볼 수 있고, 집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습니다. 나다운 공간은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고고!
#윤현상재 보물창고(인스타그램 @younhyun_bomulchango)
출처: 윤현상재 보물창고 인스타그램
인테리어 좀 해봤다 하면 한 번쯤 들어봤을 타일 유통 회사 ‘윤현상재.’ 인테리어 준비하면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윤현상재는 단순히 타일 유통회사를 넘어 건축, 집, 예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윤현상재 보물창고>입니다. 2014년부터 재고 타일을 팔기 위해 기획된 보물창고는 이제 브랜드 작가와 디자이너 부스, 먹거리까지 더해져 문화 축제처럼 발전했습니다. 공존, 유통기한 등 삶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주제로 한 자리에서 수십 개의 새로운 브랜드와 크리에이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인스타 계정(@younhyun_bomulchango)을 팔로우해 두면 행사 정보를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창문 사진
#OUTRO
곱게 늙기 위해 잘 산다는 것은 결국 나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나다운 공간에서 잘 정돈된 삶을 사는 것인 것 같아요. 그 공간은 비싼 집이 아니어도 되고, 역세권의 넓은 아파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작은 공간을 나만의 취향이 담긴 곳으로 만들면 충분합니다.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기 어렵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창문이 무엇인지 한번 찾아보세요. 매일 그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곱게 늙는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창문은 어떤 창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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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후속기사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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