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조경 대표 정영선 조경가 Part 2 - AMORE STORIES
#선택의 정원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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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조경 대표 정영선 조경가 Part 2





나무를 떠난 씨앗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직 닿지 못한 곳으로 향하기 위한 씨앗의 여정은 언제나 대담한 선택에서 시작됩니다. 한 포기 풀, 꽃과 나무에는 우리를 비춰볼 수 있는 삶의 자세와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꿈을 이루어 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1960년, 유럽 시찰 당시 경험했던 광활한 라벤더 밭의 보랏빛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회장에게 식물의 힘에 대한 믿음을 더욱 심어주었지요. 꽃과 식물에서 업(業)을 시작해 가장 한국다운 화장품을 소개하고, 우리를 대표하는 차를 대접하고, 더 나아가 식물원을 열어 사람들에게 쉼을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우리 안에서 꾸준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숲을 이루게 한 근원은 식물 아닐까요?

[선택의 정원] 프로젝트는 식물의 무한한 가치와 그 힘을 믿으며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마주했던 대담한 선택과 여정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오늘날 각자의 자리에서 크든 작든, 매일 선택의 기로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편은 첫 번째 인터뷰 주자인 서안조경 대표 정영선 조경가의 두 번째 스토리로, 그녀가 직접 작업한 아모레퍼시픽 조경 프로젝트의 숨겨진 스토리와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이하 ‘장원(粧源); 잘 가꾸고 다듬은 근원’) 때부터 식물을 향한 진정성을 지켜왔던 아모레퍼시픽의 헤리티지에 대해 더욱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정영선 조경가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1회 졸업생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국토개발 기술사 1호입니다. 한국 조경가로서 또 여성 조경가 로서 1호라는 타이틀은 그녀가 꿈을 위해 얼마나 과감한 방향으로 도전해 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조경설계 서안을 설립한 초기부터 정영선 조경가는 많은 회사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인연이 깊습니다. 오산 원료식물원부터 제주 오설록 티스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까지 자연과 잘 어우러진 것으로 평가받는 아모레퍼시픽 주요 공간의 조경 설계는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 도면 스케치를 보고 있는 정영선님









정영선 조경가님은 다른 기업과도 많이 협업하셨지만,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진행한 작업이 많으신데요. 아모레퍼시픽과 작업하며 조경가로서 느꼈던 바가 궁금해요.


아모레퍼시픽이 꽃과 식물로 시작한 회사잖아요. 아모레퍼시픽과 작업하게 된 것은 하늘의 뜻인 것 같기도 하고(웃음), 작업하면서 내내 행복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이 약초, 화장품 원료, 녹차 등 식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거든요. 장원이 정말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식물원’에 대한 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분이 남긴 식물을 향한 진심이 오늘날 아모레퍼시픽을 굳건하게 세운 토대가 된 것 같아요.

정영선님이 손수 그리고 색칠한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의 도면




장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당시 자연을 향한 사회적 관심의 정도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자연과 사람의 관계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할 때였죠?


당시 장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사재를 털어서 우리나라를 푸르게 가꾸는 데 맹렬한 정성을 쏟았어요. 그리고 직원들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에게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알렸지요. 이런 노력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이런 풍족한 금수강산은 꿈도 못 꾸죠. 산이 많은 나라임에도 그 당시엔 나무가 없었던 데다 계속 전란이 일어나서 나무가 많이 소실됐었거든요. 전란 후, 연탄이 나오기 전이니까 나무 때려고 벌목도 많이 하고요. 한쪽에서는 벌목하고, 한쪽에서는 나무를 심는다고 많이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녹화가 제대로 안 됐던 시기였어요.



그 시절에 장원이 어떤 역할을 하신 건가요?


정부에서도 식목일 행사도 하고 많이 노력하긴 했지만, 장원은 그 시절 식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셨고, 나무 심기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계셔서 몸소 실천했던 선각자였어요. 그래서 당시에 장원이 만들어 놓은 기반을 지금 바라보면 정말 대단한 거죠. 그때 장원이 다져 놓은 기반과 심어 둔 묘목이 지금 엄청 울창해요. 아모레퍼시픽에서 진짜 열심히 식물을 가꿔온 걸 보면, 자연과 식물이 가진 무한한 힘을 믿고 그 힘을 세상에 아름다움으로 꽃피워 전하고자 했던 것이 변치 않는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헤리티지가 장원의 창립 이념에서부터 줄곧 이어져 내려왔다고 생각해요.

제주도 차밭에서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의 모습




장원의 식물 사랑과 선각자적 면모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가 제주도 차밭 개간 이야기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하동이 녹차 산지이고, 그 지역에서 잘 자라는 걸 알죠. 그런데 제주가 기후 조건이나 토양이 차를 재배하기는 적합해도 토양이 너무 척박해서 아무도 시도할 엄두를 못 냈어요. 근데 장원이 그걸 일궈 내신 거예요. 그 밭을 일구기까지 얼마나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겠어요. 장원은 그런 모험 정신이 있으신 분이었어요. 지금 제주 오설록 가보세요. (대기)줄이 뱀꼬리처럼 길어요. 줄 서야 들어갈 수 있죠. 녹차로 화장품도 만들고, 과자도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었잖아요. 녹차를 꼭 차로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시대를 내다보신 분이었어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열린 생각이 아모레퍼시픽이 계속 전진 발전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비디오영역

1980년대 초 개간 당시 제주도 차밭의 풍경(위), 오늘날 아모레퍼시픽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 모습(아래)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정원 조성 이야기도 궁금해요. 특히 아모레퍼시픽 직원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이죠.
5층 아모레 가든(AMORE GARDEN)에 있는 수(水)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당시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포함해서 세계에서 저명한 건축가들이 설계 이야기를 하면서, 가든 조성 계획도 듣게 됐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본사 건물 5층이 도로변의 녹지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겠더라고요. 1층보다는 5층에서 아모레퍼시픽 구성원분들이 휴식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라고 예상해서 5층에 아름다운 공간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아모레 가든 수공간이에요. 오롯한 휴식을 위해 연못도 만들게 된 것이고요.

아모레퍼시픽 본사 5층 아모레 가든 조성 과정의 모습




아모레 가든을 조성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한데요. 중정 공간을 어떻게 채우셨나요?


건축 과정에서 5층이 햇빛이 부족한 공간이라고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제가 건축 공사 초기에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산단풍’을 미리 구해 놨죠. 임박해서 구하면 큰 나무도 못 구하는 데다가 모양도 안 좋고, 소위 젓가락 같은 나무가 오거든요. 전국을 돌면서 제일 좋은 산단풍을 구했어요. 공사가 끝나려면 5~6년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에 미리 분을 돌려(확보해) 놓은 거죠. 그런 나무를 심어 놓으면, 누군가 처음 조성된 정원에 오더라도 오래된 정원처럼 느껴지잖아요. 위층(11층)은 그 아래층보다 높은 고지대에 사는 나무를 심고, 그 위층(17층)은 조금 더 높은 산에 사는 식물로 조성해서 은연중에 높이에 따라 변하는 자연경관도 느껴지도록 의도했어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 가든의 현재 모습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볼게요.


그렇게 말하면 못 골라요.(웃음) 어떤 의미에서 다 내가 돌봐줘야 할 것 같은 아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보면, 이런 근사한 회사가 천지강산 어디에 있나 하고 기분 좋은 거죠. 외부에서 보면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이렇게 녹색이 풍부하고, 물이 풍부하고 직원들이 행복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오산 원료식물원을 통해 식물원을 짓고 싶다는 장원의 꿈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게 뿌듯하죠.



오산 원료식물원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세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1

프랑스에 원료식물원 비슷한 곳들이 몇 개 있기는 해요. 하지만 되게 형식적으로 화장품 주원료 몇 개만 가져다 놓은 게 전부예요. 오산 원료식물원처럼 이렇게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꽃과 약재, 외국 꽃, 약초, 곡물까지 가져다 놓은 원료식물원은 여기가 처음이에요. 물론 약용식물원 정도는 여럿 있지만, 외부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해서 공개하고 있진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실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식물들을 한 공간에 잘 가꾸어 소개하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은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하다고 봐요.




아모레퍼시픽이 얼마나 식물에 대한 진심을 오랫동안 지켜왔는지 잘 느껴지는 공간이죠. 이 헤리티지에 대해 얼마든지 자랑하고 긍지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2




특히 식물원을 향한 장원의 꿈이 있었기에 오산 원료식물원이 지금처럼 더 의미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원료식물원3

당시 장원은 식물의 힘을 근간으로 산업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데 꿈이 크셨어요. 그래서 식물 가꾸는 일에 몰두하셨죠. 장원의 식물을 향한 지대한 관심이 제주도 차밭을 개간하게 하고, 녹차를 즐기는 다양한 차 문화를 만들어 냈잖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지금 아모레퍼시픽이 그 꿈을 이어받아 더 꽃피우고 있고요. 그 시대, 당장 눈앞에 이익이 아니더라도, 그 누구도 안 될 거라고 만류했던 제주도 차밭을 일궈낸 대단한 용기와 집념, 한발 앞서 생각하시는 혜안이 아모레퍼시픽을 융성하게 만든 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장원이 살아 계신다면 조경가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지 여쭤볼게요.


장원으로 인해 아모레퍼시픽에 식물의 중요성과 가치가 싹트기 시작했지요. 그 씨앗이 자라나 제가 아모레퍼시픽과 조경 작업을 할 때 늘 존중받고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모레퍼시픽과 작업할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장원이 살아 계신다면 식물을 사랑하는 또 다른 한 사람으로서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만약 시간을 거슬러 정영선 조경가와 장원이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장원이 오랜 시간 가슴속에 식물원을 꿈꾸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그 장소는 아마도 오산 원료 식물원일 겁니다.

정영선 조경가가 설계한 원료식물원과 아모레퍼시픽의 정원들을 함께 거닐며 장원은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상상해 봅니다. 그 상상의 대화 속에서 정영선 조경가는 장원에게 제주도 차밭의 생명력과 그 생명력을 움트게 만든 장원의 대담한 선택과 용기에 대해 묻고, 장원은 오랜 꿈의 결실인 오산 원료식물원에 대한 감사를 표할 듯 합니다.

서안조경 사무실에서 정영선님의 모습






사진 / 서안조경, 아모레퍼시픽 공간기획팀 제공
에디터 / 로우프레스
기획 총괄 / 아모레퍼시픽 커뮤니케이션팀

*서안조경의 대표 프로젝트 소개: http://www.satla.co.kr/bbs/group.php?gr_id=Projects
*전체 인터뷰, 영상,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뉴스스퀘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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