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당연하지 않은 '당연함' 쉽지 않은 '쉬움'
글
이신희 아모레퍼시픽 CSR팀
‘쉽다’는 말이 모두에게 쉽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성별, 나이, 장애, 혹은 문화의 영향으로 눈앞에 놓인 상황이 쉽거나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특정 동작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지 않으며, ‘한눈에 보다’, ‘귀를 기울이다’ 등의 표현을 사용할 때도 장애를 가진 사람, 고령자 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사람 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적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ESG 경영의 의미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포용적 마케팅,
아직은 조금 생소하다면
최근 ‘접근성’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활용되고 있습니다. 접근성의 본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장소에서 특정한 장소로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그동안은 교통 시설을 이야기할 때 ‘접근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면, 이제는 ‘웹 접근성’, ‘장애인 접근성’, ‘고령자 접근성’ 등의 형태로 차별 없는 서비스를 이야기할 때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접근성을 고려한 분야별 포용적 마케팅 사례를 소개합니다.
4,8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 카카오톡은 고연령층이나 저시력자들도 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접근성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설정에서 글자 크기 조정이 가능하고, 글씨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고대비 테마를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카카오, 넷플릭스 홈페이지
그 중에서도 ‘대체 텍스트’는 시각 약자에게 콘텐츠의 의미와 용도를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기능입니다. 특히 ‘대체 텍스트’는 시각 약자가 콘텐츠에 대한 의미와 용도를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입니다. 상대가 이모티콘을 보냈을 때 기존에는 안내 음성이 '카카오 이모티콘, 오후 12시 21분'이라고 말하는 것에 그쳐 대화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대체 텍스트는 '일하는 중, 컴퓨터, 곰, 움직이는 이모티콘, 오후 12시 21분'이라고 안내함으로써 이모티콘 모양을 보지 못하더라도 소통의 의미와 느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화면해설과 폐쇄자막을 제공합니다. 시각 장애나 청각 장애가 있는 구독자도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입니다. 먼저 콘텐츠를 본 사람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대신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이죠.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화면해설 기능은 표정, 동작, 장면 전환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오징어게임’ 시청 시 ‘한국어-음성 설명’이라는 기능을 선택해 재생하면 “초등학교 저학년쯤 된 기훈이가 운동화 끈을 묶는 모습이 흑백 화면으로 나온다”라는 식으로 설명이 나와 배우의 대사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상황을 안내합니다. 또한, 폐쇄자막은 대사뿐 아니라 콘텐츠에 포함된 여러 사운드 효과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 덕분에 스토리의 흐름과 내용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각 약자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이러한 기술을 다양한 상황에서, 예컨대 이동 중인 상황, 시력 교정 수술 후 화면을 보지 못하고 소리로만 콘텐츠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반대로 화면은 볼 수 있으나 소리는 듣기 힘든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포용하기 위한 미디어 기술인 것입니다.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모든 고객이 편리함을 넘어 더 나은 디지털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과 조건을 고려한 포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선언합니다. 특정한 누구를 위한 배려를 앞세우기보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한 편리함인 것이죠.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아주 직관적인 예시로 기존에는 냉장고 문이 일정 시간 이상 열려 있으면 “삐삐” 소리가 났지만, 이제는 불빛이 깜빡이는 시각적 효과를 알림으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지정된 소리를 수집하도록 하여 화재시 연기 경보를 울리거나 아기 울음소리를 감지해 알림을 전송하는 등 모두를 위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각/청각/동작/인지 항목의 구분으로 제품의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접근성의 출발은 특정한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의미에서 ‘모두’의 경험을 고려하는 것에 있습니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모두’라는 단어에 정말로 모두가 포함되어 있었는지 고민해 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D&I 가이드라인
가이드는 인종과 문화/외모/장애/젠더/라이프스타일 다양성이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 따라 제작되었습니다.
다양성, 포용성 이슈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리스크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델이 눈을 찢는 것처럼 나온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는 인종차별 혐의로 중국에서 기소를 당하기도 했고, 또 다른 뷰티 브랜드에서는 게이샤의 이름을 딴 하이라이터를 출시했으나 해당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흉내만 냈다는 반발이 커져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은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특정 표현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모레퍼시픽은 10월 중 사내에 가이드를 배포하여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을 포용하는 광고, 이미지, 마케팅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가이드를 통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당연하지 않은, 포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점자&한눈에 쏙 스티커
다음은 “점자&한눈에 쏙 스티커”입니다. 기존 사용하던 제품에 부착해 시각장애인과 저시력자의 제품 사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자스티커와 고대비 색상의 스티커인데요. 제작과정 또한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 5층에서 근무하는 ‘라온’ 시각장애인 직원들과 자문단을 구성해 초기 기획부터 샘플 검수까지 적극적인 참여로 함께 진행하여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티커는 고객 프로모션 증정 및 필요로 하는 기관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스티커는 점자 텍스트 부분과 색 대비를 높인 제품명, 사용 순서 숫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10%에 못 미칩니다. 이 때문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이어졌고, 그래서 추가된 것이 간단한 알파벳 ‘이니셜’과 사용 순서를 알리기 위한 ‘숫자’입니다. 더 나아가 자문단과 함께 기획하여 제품에 직접 양각 기호를 표기한 신제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고객이 일상 속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포용적 마케팅에 대한
기대감
포용적 마케팅에 대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만 접근하기보다 그들이 당연히 ‘우리’의 범주에 속한다고 여길 수 있다면, 우리가 접근성을 고민하여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은 어떤 최소한의 의무를 준수하는 과정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더 넓은 ‘우리’를 상상하고 ‘모두’를 전제할 때, 비로소 더 많은 고객을 만나게 될 기대감으로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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