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 - AMORE STORIES
#트렌트칼럼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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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



작가 소개 이지은

30년 째 프랑스에 거주하며 장식미술과 오브제 아트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이자 장식미술학자. 저서로는 <귀족의 시대>, <부르주아의 시대>, <사물들의 미술사 시리즈>가 있다.





다시 돌아온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


2022년은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럽 상류층 자제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돌며 교양과 인맥, 견문을 쌓는 여행을 뜻하는 ‘그랜드 투어’라는 말을 붙여도 과장이 아닐 만큼 올 한 해의 아트 이벤트는 독보적이다.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행사들이 한꺼번에 열리기 때문인데, 몇십 년 만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 우주쇼처럼 보기 드문 일이니 가슴이 설렐 수밖에. 아트 그랜드 투어라는 왕관의 보석이라 할 만한 네 가지 이벤트가 한꺼번에 당신을 기다리는 해는 오로지 올해다!




명실상부 메가 아트 이벤트, 베니스 비엔날레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 중 하나인 아르세날레를 채운 아르헨티나 작가 가브리엘 세일(gabriel chaile)의 거대한 도기 작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볼 일이란 없었을 거다. 2019년에 이어 2021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베니스 비엔날레가 코로나의 여파로 올해 열린 덕분에 아트 그랜드 투어의 해가 되었을 만큼 가장 중심적인 미술계 행사다. 1895년 이래 베니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매 2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미술계의 올림픽’이라는 별명이 안성맞춤이다. 국가별로 큐레이터와 작품을 선정해 파빌리온을 세우고 참여한다는 포인트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기간이 되면 산마르코 광장, 아르세날레, 자르디니 공원 같은 고전미 넘치는 베니스 구석구석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거리 전체가 컨템퍼러리 아트뿐 아니라 음악, 댄스, 건축, 영화 등이 총망라한 아트 종합 선물 세트로 바뀐다. 눈 돌리는 어디에나 예술이 넘쳐흐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황금 사자상을 받은 영국관의 메인 작가,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의 작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예술 총괄 큐레이터인 이탈리아 여성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다.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의 여성 이탈리아 총감독 이어서일까?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최대 여성 작가가 참여했다. 여성을 비롯 흑인, 동성애자 등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최초로 유색 인종 여성 아티스트인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가 전면에 등장한 영국관이 국가관 부분의 황금 사자상을 받았고, 역시 유색 인종 여성 작가인 시몬 리(Simone Leigh)가 참여작가 황금 사자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예술과 과학, 음악을 융합한 김윤철 작가의 설치 전시인 나선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고기 비늘처럼 구성된 셀들이 키네틱 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채도에 감탄사가 쏟아진 것.

코로나 이후 최초의 메가 아트 이벤트인 만큼 루이뷔통 재단, 피노 재단, 프라다 재단 등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서 설립한 아트 파운데이션의 특별 전시와 행사도 풍성하다.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동안 만날 수 있는 거장들의 이름만 해도 팔라초 그리마니 박물관의 바젤리츠, 아카데미아 갤러리의 아니쉬 카푸어, 스쿠올라 산 지오바니의 우고 론디노네, 두칼레 팔라초의 안젤름 키퍼 등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메인 파빌리온

4월 23일부터 11월 27일까지
www.labiennale.org




현대미술계의 머스트 해브, 바젤 아트 페어


바젤 아트 페어는 영화계로 치면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큐레이터부터 컬렉터,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컨템퍼러리 아트 마켓의 구성원들에게 아트 바젤이 열리는 6월 16일부터 19일, 3일간은 오롯이 아트 바젤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200개의 갤러리에 4천 명이 넘는 아티스트의 작품이 전시, 판매되는 이 초대형 행사는 컨템퍼러리 아트계의 머스트 해브니까. 현재 가장 핫한 작품부터 건축물에 맞먹는 거대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언리미티드, 미술계의 내일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머징 아티스트 섹션까지 아트 바젤 기간 내 공식 팟캐스트에 업데이트되는 소식은 컨템퍼러리 아트를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현장감으로 가득하다.

아트 바젤의 중앙 전시관, 아트 바젤이라는 로고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팬들이 많을 거다.



바젤 아트 페어는 아트 페어계의 공룡이라 할 수 있는데 바젤 외에도 마이애미와 홍콩에서도 열린다. 올해부터는 ‘파리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파리에도 진출해 유럽의 가을을 아트 페어로 떠들썩하게 만들 예정이다. 가장 성공한 아트페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몰하는 마이애미와 아시아 컬렉터들이 찾기 쉬운 홍콩 그리고 새로운 유럽의 컨템퍼러리 미술 중심지가 될 파리까지 얄미울 정도로 절묘한 라인업이다.


아트 바젤의 메인이벤트는 전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갤러리즈다.

아트 바젤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컬렉터들의
세련된 모습을 구경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바젤에서 시작된 바젤 아트페어의 상업적인 면모는 국제적인 은행인 UBS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는데서도 드러난다. 덕분에 UBS에서 발행하는 아트 글로벌 마켓 리포트는 아트 마켓의 뉴욕 타임스 같은 명성을 누리기도 한다. BMW에서 후원하는 아트 투어부터 비트라, 오데마 피게 같은 쟁쟁한 후원사들의 파티, 각 갤러리에서 컬렉터를 대상으로 벌이는 행사와 강연에 몰려드는 세련된 아트 피플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6월 16일부터 19일까지
www.artbasel.com




대체 불가능한 아트 유토피아, 카셀 도큐멘타


카셀 도큐멘타의 메인이벤트 홀 중 하나인 할렌바드 오스트




카셀 도큐멘타는 설치나 이벤트, 아트 워크 등
다양한 예술 행사를 볼 수 있는 장소다.

카셀 도큐멘타는 카셀 시내 전역에서 펼쳐진다. 실내
설치나 퍼포먼스가 열리는 루루 하우스의 전경



요셉 보이스가 심은 700그루의 떡갈나무, 아이웨이웨이가 설치한 1001개의 청나라 시대 의자 같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카셀 도큐멘타뿐이다. 작품의 규모와 파격성에 있어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카셀 도큐멘타는 ‘아 역시 도큐멘타야’라고 할 만큼 그 색깔이 확실하다.

5년마다 100일간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의 유토피아라 할 수 있다. 1955년 모던 아트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이래 카셀 도큐멘타의 신념은 늘 공동체와 연대, 결속에 머물렀으니까. 잘 팔리는 아트 마켓의 블루칩보다 지금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예술, 아트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카셀 도큐멘타의 특징은 단 한 명의 예술 감독을 선정해 그에게 전권을 일임하는 시스템이다. 파리의 아트 모던 미술관과 퐁피두 센터를 거쳐 컨템퍼러리 아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카트린 데이비드(Catherine David)라던가, 컨템퍼러리 아트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 같은 이들이 바로 카셀 도큐멘타의 아트 디렉터 자리를 거쳐갔다. 그래서 70만 명이 다녀가는 거대 아트 이벤트인 카셀 도큐멘타의 예술 감독 자리에 이번에는 누가 앉는가는 늘 미술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최초의 도큐멘타인 15회 도큐멘타는 한 명의 예술감독이 아닌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7명의 아티스트 그룹인 루앙루파(Ruangrupa)가 선정되었다. 유럽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아트,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는 미술을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포부라니, 아 도큐멘타의 반골 정신은 역시 짜릿하다!


프로젝트 아트 워크라는 이름으로 영 아티스트를 키우는 것도 카셀 도큐멘타의 특징

6월 18일부터 9월 25일까지
www.documenta-fifteen.de




젊고 자유로운 비엔날레, 베를린 비엔날레


올해 베를린 비엔날레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인 디니트 피우막쉬(deneth piumakshi)의 사진 작업



1998년 시작된 베를린 비엔날레는 여타의 아트 이벤트에 비해 비교적 신생이지만 무게감에 있어서는 뒤지지 않는다.
올라푸르 엘리아손이나 토마스 데만트, 모니카 본비치니, 스탠 더글러스 등이 베를린 비엔날레를 통해 핫한 작가로 발돋움했다. 아트 마켓의 주역인 갤러리스트나 경매 관계자, 큐레이터보다는 작가, 이론가, 실제 참여자 등 창작자와 관객이 중심이 되는 몇 안 되는 아트 이벤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에 문을 활짝 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리랑카 출신의 디니트 피우막쉬(deneth piumakshi)는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탐색하는 작가다.

베트남 출신 작가인 메이 뉴엔 롱(mai ngyen long)의 시리즈 작품인
더 보밋 걸 프로젝트(the vomit girl project)



2022년 12회 베를린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제리 출신의 아티스트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다. ‘공정’이라는 화두로 사회 정의와 문화 현상을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작가인 카데르 아티아의 주제의식은 ‘식민주의’라는 다소 무거운 듯한 올해 베를린 비엔날레의 주제와도 통한다. 유리엘 오를로, 지안 타이리, 모니카 드 미란드 등 베를린 비엔날레 참여 작가 명단에서는 인종주의, 여성, 자본주의, 환경 문제, 빈부 격차 등 그 어떤 저널리즘보다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오픈 스페이스를 표방해 베를린 곳곳에서 펼쳐지는 베를린 비엔날레의 정신은 젊고 자유로우며 그래서 더욱 아슬아슬하다.


모니카 드 미란다(monica de miranda)의 비디오 작품인 패트 투 더 스타(path to the star)

6월 11일부터 9월 18일까지
www.berlinbiennal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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