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인도’

인구는 14억에 달하지만 그 진가는 아직 발휘되지도 않은 시장, 인구의 70% 이상이 35세 미만이며 중산층이 급성장하고 있는 젊고 역동적인 시장, 바로 인도입니다. 저는 최근 싱가포르, 인도의 출장길에서 현지 시장에 대한 선제적 판단과 도전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공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강조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정작 현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공략에 나선 기업은 손에 꼽습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90년대 일찍이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기업의 미래를 베팅합니다. 철저히 시장 특성을 반영해 가격 정책을 수립하고, 현지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한 신차를 선보였죠. 고객 니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시설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현지 대응 역량도 갖춥니다. 이런 도전들을 선제적으로 추진했기에, 인도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 된 지금 15%이 넘는 점유율로 업계 2위를 달성하며 공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인도 뷰티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아직 동남아보다도 규모가 작아 잠재력이 넘치는 이곳에서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승패를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구권의 뷰티를 넘어서는 K뷰티 선호 급증은 반드시 포착해야 하는 기회입니다. 고객 특성을 분석해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집중 투자, 육성하고, 채널에 잘 맞는 컨셉과 가격대의 제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마케팅, 연구, 생산, 지원 등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유통사 중심으로 트렌드가 형성되는 시장 특성에 맞춰 파트너십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잘만 준비한다면 인도는 최소 미래 10년, 그리고 그 이상 우리가 함께 재미있게 키워갈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뷰티 3대 시장은 미국과 중국, 인도가 될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가 최근 가장 힘주어 공략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소셜 역량을 잘 발휘하고 온라인 채널에 잘 대응해서 좋은 성과가 나고 있지만, 시장과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성장세를 가속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손에 꼽는 중요도의 시장입니다. 우리는 각고의 체질 개선 노력을 통해 성장성 회복을 위한 채비를 마쳤고, 이제 중국 고객들에게 우리의 경쟁력을 재증명해 나갈 것입니다.

미래의 뷰티를 열어갈 이 시장들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다시 돌아봅시다. 시장과 고객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그 변화 속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도전들에 착수해야 할 때입니다.

2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AI’

2010년 로레알은 사내에 ‘쓰나미가 온다’고 선언합니다. 모바일 중심 시장 변화가 마치 거대한 쓰나미 같은 위기의식으로 다가왔고, 이에 전사적 디지털화를 밀어붙여 오늘의 사업 기반을 만들었다고 하죠. 우리 회사도 역사의 매 순간 디지털 쓰나미의 격랑을 겪어왔습니다. 1990년대 PC와 노트북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었을 때, 우리는 고객의 일상과 산업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음을 비교적 빨리 감지하고 능동적으로 PC를 받아들였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ERP 시스템을 도입했고, 물류 혁신도 해 냈습니다. 그 결과 비즈니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고, 우리 개개인의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은 달랐습니다. 손 안의 작은 기기를 중심으로 정보의 유통 구조가 재편되고 판매와 소통의 방식이 급변했지만,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는 과거에 안주했고 변화를 주저했습니다. 뒤늦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고객 소통 방식도 조정해 나갔지만 시대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기에, 지난 몇 년간 필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바일의 시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제는 여기에 AI를 접목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습니다. 국가와 기업을 막론하고 AI 기술력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인 만큼, 지금 AI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향후의 희비가 갈릴 것입니다.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AI가 제공하는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저는 여러분께 '브랜드는 Experience, Entertainment, AI'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기서 '브랜드가 AI'라는 말의 의미는, 고객과의 소통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브랜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매력적인 콘텐츠와 이야깃거리를 무수히 만들어내고, 브랜드가 끊임없이 언급되는 커뮤니티를 가꾸며, 고객의 피드백을 관리하는 등 소통의 전 과정에 AI를 활용해야 합니다.

전사적인 AI 전환과 디지털 전환도 추진해가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할 때, 우리 모두는 과거의 루틴한 업무를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아름다움을 구상하고 창출하는 업의 핵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생산, 고객과의 소통, 판매 방식 등 모든 분야에 AI를 접목해봅시다. 연구, 생산, 지원 조직도 적재적소에 AI를 활용한 업무 개선을 이어가야 합니다. 개개인도 AI를 비서처럼 활용해 보길 바랍니다. M365의 도입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일상 업무에서 AI와 디지털 자산을 습관적으로 활용할수록, 개인의 AI 리터러시와 미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개발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