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출발선에 서면 우리는 늘 새로움을 말합니다. 새해 소망과 계획,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도전 등, 새로움이라는 말은 늘 희망과 설렘을 가져다주는데요.
팀 아모레 또한 올해 글로벌 시장과 고객을 향한 새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움의 길을 열어왔던 우리의 80년 여정, 그리고 올해 함께 써내려 갈 새로운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까지.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서경배 님을 직접 만나,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 25년 1월 <아모레 블루밍>의 신년 특집 CEO 인터뷰를 정리한 콘텐츠입니다
#1. 팀 아모레의 새해 목표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올해 우리 구성원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구성원들은 업무 전문성 키우기, 언어 공부, AI 공부, 독서 등 전반적으로 성장에 대한 새로운 목표를 많이 적어주었는데요. 그렇다면 올해 서경배 님의 개인적인 새로운 도전 목표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좀 젊어지는 것입니다. 어려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마음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예요. 어려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젊어지는 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목표는 항상 호기심을 유지하는 거예요. 호기심이 있어야 질문도 하고 새로운 것에 마음이 열릴 수 있죠. 두 번째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겁니다. 사람은 마음을 먹어야 움직이는 부분도 있지만, 몸이 건강해져야 움직이는 부분도 있거든요. 호기심을 갖자는 건 마음의 상태에 대한 것이고 운동은 몸의 건강에 대한 것이죠. 세 번째는 우리 회사가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가 되는 것입니다. 세계 인재들이 쑥쑥 커 나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변함없는 목표입니다.
#2. 80년, ‘새로움’을 추구해 온 우리의 여정
구성원들은 지난 80년의 역사 중 고객에게 가장 큰 새로움을 선사한 노력으로, △제품 개발 및 브랜드 리뉴얼, △고객 소통의 진화, △유통 혁신을 꼽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새로운 도전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세 가지를 뽑아주신다면요?
80년대에 세상과 시장의 변화가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관성 때문에 변화하지 못해서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경영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방판만 하지 말고 시판 채널에도 진입하기로 결정했고, 시판 전용 브랜드를 내기로 했죠. 그렇게 마몽드, 라네즈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94년부터 안티에이징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을 했어요. 이것이 새로운 조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티에이징 전용 제품으로 준비했던 게 아이오페였죠. 주름에 좋은 성분에 뭐가 있는지 찾는데, 레티노익애씨드라는 성분이 화장품으로 쓰기에는 자극이 심해 약으로만 쓴다는 겁니다. 그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효과가 잘 나온다는 것이고, 자극의 최저점을 찾아내면 성공할 수도 있겠다는 거였죠. 그래서 처방을 수백 번 조정하면서 자극의 최저점을 찾은게 2500IU였고, 그래서 제품명을 레티놀 2500이라고 지었습니다. 이 제품을 통해서 만성적으로 어려웠던 시판 사업이 확 좋아지기 시작을 했어요.
새삼 새로운 성분,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측면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2000년대 초반에 세계 시장으로 나가자, 아시아 시장을 최우선적으로 가자고 했죠. 그래서 그때 우리가 만들었던 말이 ‘아시안 뷰티’ 였습니다. 아시안 뷰티의 컨셉을 잘 담은 상품을 뭘 하나 해볼 수 없을까 하고 여러 제품을 개발하다가, 쿠션 파운데이션 콤팩트를 만들게 되었어요.
어렵게 만들어 출시했는데, 본 적이 없는 제품이니까 팔리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08년, 09년, 10년 정도 됐을 때는 잘 안 팔리니까 이제 좀 접자 했어요. 근데 당시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 요즘으로 말하자면 코덕들한테 몇 개 줘 봤는데 자꾸 또 달라는 거예요. 그게 시그널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품 자체보다, 고객과 정확하게 소통을 못했던 것이 문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판 채널에서 팔았는데, 제품을 잘 설명해서 판매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그래서 3년 차에는 홈쇼핑 채널이 말을 많이 하고 설명을 많이 하니, 홈쇼핑에서 한번 팔아 보자 했는데 대박이 났죠.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팔아야 되느냐가 방법이 알려지면서, 국내 시판과 방판은 물론, 중국, 아세안 등 글로벌 시장으로 다 퍼지게 되는 일이 있었던 겁니다.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소개해 주셨는데요. 기억에 남아있는 마지막 하나의 에피소드, 혹시 어떤 것이었을까요?
태평양제약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 중반 제약업을 계속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뷰티와 제약은 문화나 판매방식을 포함한 여러가지가 너무 달라서 결국은 다른 걸 해야 승산이 있겠다 생각했죠. 이 회사는 무엇을 갖고 살아남아야 되는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낸 것이 병원 화장품을 해보자는 거였어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을 영어로 ‘에스트라’하고 하는데, 의약품이 화장품을 만난다고 하여 에스트라라고 이름을 지었죠. 08년도에 브랜드를 출시하고 병원에서 10년 가까이 사업을 해서 1등 화장품이 됐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더 커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 당시 올리브영이 잘 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올리브영에서 스킨케어를 잘 못 팔고 있었어요. 18년도에 채널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으로 올리브영을 공략해 보자 했고, 그 결과 에스트라가 이제 더마 분야의 1등 브랜드가 되었죠.
항상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우연치 않게 모든 게 퍼즐처럼 맞는 순간이 오거든요. ‘난산한 자식이 효자 된다’고들 하는데(웃음), 여러 고민과 도전을 했고 성공을 한 거죠.
새로운 시도 그리고 새로운 접근법이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닐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이라는 긴 여정 동안에 우리 회사가 계속해서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실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실패하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요. 그럼에도 우리가 이 자리에 와있는 것은 실패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패보다는 성공을 많이 했고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실패를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의 소명이예요. 모든 존재는 이 세상에 있어야 되는 이유가 있는데, 나에게 우리 회사는 무엇인가 하면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아름다움의 힘을 가지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3. ‘새로움’을 만들어 갈 우리의 2025년
구성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앞으로도 고객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새롭게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테고리 점유율을 높이는 것, △매력적인 메이크업 제품을 확대하는 것, 그리고 △잘하고 있는 것들을 고객들에게 더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스킨케어 카테고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카테고리 중에서 어떤 분야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세계 무대로 나가기 시작하면 메이크업이 하나의 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메이크업 안에서도 페이스 메이크업, 즉 파운데이션, 쿠션, 메이크업 베이스 이런 것들은 스킨케어랑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또한 새로운 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려는 우리의 노력들이 한국 여성의 스타일에 대한 호감, 선호와 맞물려 컬러 메이크업의 발전에도 큰 기대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스타일링 제품들도 있죠. 헤어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기 시작을 했어요. 그동안은 샴푸나 린스처럼 주로 씻어내는 헤어 제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요즘 세상에서는 두피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봐요. 두피라는 것도 피부의 연장선이고, 모발뿐 아니라 모근도 신경을 써야 하고요. 여기에 새로운 스타일링 제품들, 컬러 제품들, 염색 제품들 이런 것들이 붙게 되면서, 과거에는 워시 오프형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리브 온, 즉 남는 형태의 제품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사업에 대해서도 안 여쭤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중점을 둬야 할 펜타곤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어떤 채널에 우선순위를 두고 접근을 해야 될까요? * 펜타곤 시장- 미국, 일본, 영국, 인도, 사우디
미지의 시장에 진입할 때는 우리를 잘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 브랜드, 제품의 어떤 면이 좋은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제는 일상이 소셜미디어, SNS 중심이 되었어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도 얻고 오락도 하고, 자기 표현도 하고 말이죠. 그래서 첫 번째는 소셜이 중요하고, 지금보다 더 도전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숏폼들이 활성화되었고, 텍스트 베이스의 소통에서 이미지 베이스의 소통으로 많은 부분 바뀌었잖아요. 10대, 20대, 30대의 삶의 방식은 60대, 70대랑은 다르다는 걸 잘 인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이커머스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하나의 대륙이에요. 미국을 넘어서서, 캐나다, 영국, 일본, 인도 등지를 아우르며 하나의 대륙이 되었는데, 그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아세안에서는 쇼피, 한국에서는 쿠팡 같은 곳들이 쇼핑의 혁명을 이끌어가고 있죠. 라쿠텐과 같이 나라마다 버티칼 커머스들도 있고요. 틱톡은 처음엔 숏폼에서 출발한 엔터테이닝 SNS였지만 지금 급격하게 쇼핑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아세안에서는 틱톡이 제2의 이커머스 채널이 되기도 됐죠.
세 번째는 멀티 브랜드숍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올리브영이 있고, 세포라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글로벌 전역으로 계속 확산이 되고 있어요. 영국에는 부츠와 더글라스가, 일본은 마츠모토 키요시가 있고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원브랜드숍을 자주 갔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미 정보들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것들이 모여 있는 데를 찾아가는 거죠. 비단 화장품뿐 아니라 여러 상품 카테고리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경험 매장이 중요합니다. 한국은 사업 규모가 있기 때문에 성수동이나 명동, 제주도 등지에서 팝업을 여럿 운영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지점에 팝업을 해 볼 수도 있죠. 우리의 정체성을 매력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공간과 채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잘 연결을 하면 어느 시장에서나 사업을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해요.
채널도 다양하고 브랜드도 다양하다보니 경쟁구도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느낍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지금의 새로운 고객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고객과의 소통의 핵심은 역시 브랜드죠. 브랜드는 Entertainment여야 합니다. 재미있어야 해요. 그 안에서 게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장난도 해 볼 수 있고, 고객들이 들어와서 놀 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 브랜드라는 건 Experience입니다. 브랜드를 통해 따뜻함을 줄 수도 있고, 때로는 헤리티지, 전문적인 느낌도 줄 수 있는데, 이런 여러 경험들의 총체가 브랜드이죠. 세 번째는 브랜드는 AI입니다. 앞으로의 검색은 어떤 모습일까요. 문자 베이스에서 영상 베이스의 검색으로 넘어가고 있고, Chat GPT나 PERPLEXITY처럼 AI기반 검색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 모든 검색은 AI로 이루어질 겁니다. 몇 단어 치면 ‘또 추가 질문할 거 없으세요?’ 하고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이어지잖아요. 그래서 결국 AI를 적극 활용해, 계속 브랜드의 할 얘기를 만들어내고 또 끝없이 소통해야 하는 거죠.
현재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사업은 신세대 고객의 편중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는 구성원 의견도 있었습니다. 실버시장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버시장을 우리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볼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기업은 가만히 두면 자기한테 더 익숙한 고객과 함께 늙어가는 패턴을 띱니다. 우리 회사가 90년대 어려웠던 이유는 고객들이 기존의 40대, 50대, 60대에만 머물렀기 때문이예요. 그래서 젊어지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했고, 20대와 30대 고객을 잘 불러들이는 방법들을 찾았습니다. 실제로 20대, 30대가 좋아해야 40대, 50대가 좋아하기도 하고요.
인간 수명 100년 시대에 우리는 100년 피부라는 과제에 도전할 겁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늙는 건 아니예요. 나이는 생물학적인 상태고, 젊으냐 늙느냐 하는 것은 마음의 상태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저속 노화를 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도전을 할 겁니다. 또한 나이에 따라 정해진 제품을 쓰는 게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상품들 중에서 각자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서 쓰도록 하면 됩니다. 에뛰드 님프 광채 볼류머에 젊은 사람뿐 아니라 40대, 50대 고객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처럼요.
이처럼 모든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가 중요하고, 따라서 우리는 그런 마음 상태에 대한 얘기와 고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과연 노인은 몇 살일까요? 50대 60대를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은 5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면 혼납니다. (웃음) 심지어 60대도 젊다고들 하니까. 그래서 우리의 생각에도 늘 변화가 필요한 거죠.
지금까지 서경배 님과 NEW, 새로움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과거에 시도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살펴보고, 앞으로 만들어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마지막으로, 2025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응원과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4년간 모두의 노력을 통해서 우리 회사는 고객, 시장, 국가를 굉장히 많이 넓혔고 비즈니스를 변화시켰습니다. 고객을 만나는 유통의 방식에 있어서도, 고객과의 소통 방식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를 했습니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환경이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 컴퍼니로 가는 진정한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여러분 모두가 회사 안에서 세계인재로 거듭나 주시기를 기대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몸은 한국에 있더라도 생각이 세계로 열려 있다면, 그리고 세계 시장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가 세계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히말라야의 정상에서 함께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Go, Go 히말라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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