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입하고 연결하며 진화하는 뷰티테크

이번 CES 현장에는 인공지능, 디지털 헬스, 양자 컴퓨팅 등 최근 화두가 되는 분야들의 최신 기술이 총망라되었습니다. AI는 모든 산업과 융합되고 진화하며 아주 구체적인 현실로 눈 앞에 펼쳐졌고, 고도화된 기술경쟁 속에서 극도의 편리함과 효율성, 즐거움과 몰입감 등 전에 없었던 경험과 가치들이 창출,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마치 40년 전 PC가 등장해 산업과 일상 모두를 바꾸고 지금의 모바일 시대까지 진화해온 것처럼, 이제 AI를 중심으로 세상의 판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죠.

우리도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용하여 고객 경험과 업무 전반을 혁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혁신상을 수상한 ‘워너-뷰티 AI (Wanna-Beauty AI)’ 또한 그 노력의 재미있는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된다면 우리 고객들은 AI 음성 챗봇과 대화하며 그날 그날의 기분과 상황, 피부 컨디션에 따라 적절한 메이크업을 추천받을 수 있고, 원하는 인물의 화장을 가상 얼굴에 자연스럽게 적용해볼 수도 있게 되겠죠. 일상에서 메이크업을 즐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일상 더 깊숙이 우리의 솔루션을 선보이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기업과 협력하여 AI를 접목한 스마트 홈의 미래를 제시했는데, 우리는 마이크로 LED 뷰티 미러에 우리의 AI피부 진단 및 케어 솔루션을 탑재해 선보였습니다. 실제 생활가전을 통해 가시화된 미래형 뷰티 경험을 제공하고, 생생한 현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죠. 지난 몇 년간 담당부서에서 공들여 온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어 뿌듯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것을 보고는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CES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들은 이미 최신 기술들을 자유롭게 활용해 산업과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정의하고, 산업과 영역을 연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앞으로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어떠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나갈지 부단한 고민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동적역량’, 과감하고 민첩하게 변해야 살아남는다

약 20여 년, 일본의 소니(Sony)가 부활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행사장에서 여러 기업의 부스를 돌아봤지만, 개인적으로 소니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한때 많은 이들이 몰락을 예견했던 소니는 최근 도쿄증시 시총 2위까지 당당히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죠. 나아가 이번 행사에서는, 물리적 현실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하겠다는 야심찬 비전 아래 더 먼 미래에까지 과감히 베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니의 위기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중반입니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됨과 동시에 아이팟과 아이튠즈 등이 등장하면서, 워크맨을 위시해 다양한 가전 제품을 판매하던 소니는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디지털 생태계가 격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소니는 카세트테이프를 대체한 미니 디스크를 출시하는 등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TV, 게임기 시장에서도 연이은 실패를 맛보며 수 년간 끝없는 내리막을 걷게 됩니다.

그러던 2010년대, 산업 생태계 변화를 겸허히 인정하고 비즈니스의 근본적이며 과감한 변화를 꾀하면서 소니의 부활이 시작됩니다. 전통적인 강세를 누렸던 전자 제품 대신, 모바일, 카메라, 게임 등과 연계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것을 천명했죠. 18년 즈음부터는 콘텐츠 개발에도 힘씁니다. 그리고 이제 소니는 이제 더 이상 하드웨어를 파는 가전업체가 아닙니다. ‘기술 기반의 창조적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며 스스로를 정의한 것처럼, 소니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관련 소프트웨어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특히 게임·영화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재산권 기업으로 도약했죠.

소니는 1946년에 세워진 회사입니다. 수십 년간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수 없는 위기와 기회의 순간을 맞이하지만,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천차만별입니다. 과거에 기반한 확실한 미래만을 추구했던 소니의 2000년대와 미래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변화했던 소니의 2010년대, 그 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세상은 5%의 변하지 않는 것과 95%의 변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고들 말합니다.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는 5%의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상의 흐름에 맞게 유연하고 과감하게 변화해야지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동적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3 머무르지 않고 변화를 리드하는 ‘개척자 정신’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봅시다. 지난 6년간 우리는 총 9건의 CES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성과 그 자체도 아주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가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의 다양성을 바라보며 기꺼이 길을 헤쳐 나가는 개척자 정신이 그 근간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창립 이래 80년간 줄곧 기술제일주의를 강조해 온 것은 기술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전후 30년대 모두가 날림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우리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최고의 원료를 구하고 제조 기술에 집중해 산업의 기틀을 세웠습니다. 사업이 커가면서는 국내 최초로 화장품 연구소를 세웠죠. 오랜 시간 원료 및 효능 등 R&D 연구개발에 집중했고, 글로벌 그 어느 뷰티 회사에 뒤쳐지지 않는 오늘의 기술 경쟁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기술력의 패권이 디지털과 AI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기술력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화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연구기술력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뷰티 솔루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고객과 연결되고 소통하는 방식 또한 AI 및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고, 일상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속해 나갈 때 개별 제품의 관점이나 생산자의 관점을 넘어, 실제 고객의 니즈와 연결된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손에서 기술제일주의와 개척자 정신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꾸준히 쌓아 올린 지난 6년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선보이고 있는 헤라의 커스텀 매치와 같은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도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시대의 기술을 활용해 가능성 넘치는 미래의 뷰티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도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야 합니다.